이직하자마자 이직을 생각한 것은
재작년 11월 이직을 하고 부침이 심했다.
이전 직장보다 보수적인 회사 분위기에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고, 특히 나의 직속 상사와 생각이 너무 달라서 의견조율(!)을 하는 상황이 여러 번 있었다. 당연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받아들이려 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불공평한 일을 마냥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그 일에 대해 물으며 시작된 의견조율(!)의 상황이 있은 후 나는 팀원들이 누구나 눈치챌 만큼 상사의 타깃이 되어 눈총을 받았다. 내 일거수일투족에 의심과 감시가 이어졌고, 어떤 일을 어떻게 해도 보고를 하는 족족 부정적 피드백이 날아들었다.(실제로 사이가 좋아진 뒤 똑같이 일처리를 했을 때 너무 좋다며 긍정적 피드백을 받은 일이 있었다)
아무튼 내가 일을 하러 온 건지 수감이 된 건지 헷갈릴 정도였으니. 그리고 무엇보다 상황이 별로였던 건 내가 타깃이 되었다는 걸 팀원들 누구나 알았다는 것이었다. 그녀와 나 모두 똑같이 의견조율(!) 과정을 겪은 당사자인데, 그렇다고 그 자리에서 험한 말이나 고성이 오간 것도 아니었건만 최대한 티 내지 않으려 노력하던 나와는 달리, 세상에 있는 티 없는 티는 다 내고 다니던 그녀. 오죽했으면 입사 후 줄곧 나에게 요청하던 일을 굳이 그 일과 어떠한 상관도 없는 다른 팀원에게 요청해 내가 건너 건너 전달받은 일도 있었다. 리더라는 자리가 그렇게 쓰이는 게 안타깝고 아쉬웠던 때.
어쨌든 내가 타깃이 된 기간은 꽤 길어서 두 달 남짓 됐던 것 같은데 그 이후로 조금씩 조금씩 그녀의 기분이 풀렸고, 드디어 타깃에서 놓여나게 되었다.(더 엄밀히는 새로운 타깃이 생겼기 때문이겠지만) 사실 이 의견조율(!)과 타깃이 되었던 과정은 내가 입사하고 6개월 안에 겪었던 일이라 그녀와 나 사이에도 서로를 알아가고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음이 아닐까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하지만 가끔씩 울컥 올라오는 억울함은 어쩔 수가 없다.
타깃이 된 당시에는 짜증 나고, 불쾌하고, 때때로 수치스럽다 느끼기도 했는데 퇴사를 한 지금 돌이켜보니 저 의견조율(!)이 없었다면 퇴사하는 그날까지 나와 그녀 사이의 거리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의견조율(!) 뒤에 지루한 타깃의 나날을 겪긴 했어도 그녀와 나는 그때 서로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분명히 확인했고, 서로의 성향도 더 잘 알게 되었다. 그 이후에도 수많은 의견조율(!)이 있었지만 나는 내 방식대로, 그녀는 그녀의 방식대로 서로를 대했고 덕분에 나는 처음과 같이 타깃이 되는 정도의 괴로움(?)은 겪지 않을 수 있었다.
*계속해서 '의견조율' 뒤에 "(!)"이 붙는 이유는 좋게 표현해서 의견조율이지만 언쟁에 가까웠기 때문. 하지만 언쟁으로 표현하기에는 당시 분위기가 그리 험악하지 않았으므로 '의견조율(!)' 정도로 표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