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조아리던 자들의 비굴한 미소와 돌변한 민낯
"선생님처럼 훌륭한 경력과 필력을 가진 분이 우리 학교에 와주신다면, 아이들에게 정말 큰 복이 될 겁니다. 제발 저희와 함께해주십시오."
채용 전, 학교 관리자들과 담당 교사들이 보여준 태도는 거의 '읍소'에 가까웠다. 학령인구는 줄어든다지만 현장의 인력난은 여전했고, 특히 풍부한 연륜과 안정감을 갖춘 기간제 교사는 그들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였다. 그때 그들의 머리는 땅을 향해 있었다. 나를 한 명의 인격체이자 존경받아야 마땅한 선배 작가, 그리고 풍부한 삶의 궤적을 지닌 교육자로 대접하며 비굴할 정도로 정중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나 고용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교문을 넘어서는 순간, 그 깍듯했던 미소는 순식간에 휘발되었다. 마치 연극이 끝나고 무대 뒤로 돌아온 배우들처럼, 그들은 나를 향한 예우를 단칼에 베어냈다. 어제까지 "선생님"이라 부르며 굽신거리던 이들의 눈빛은 하루아침에 싸늘하게 식었다. 자식뻘, 아니 내 아이보다도 어린 젊은 정교사들의 시선은 이제 '동료'가 아닌 '언제든 대체 가능한 소모품' 혹은 '자신들의 번거로운 업무를 대신해 줄 하수인'으로 나를 규정하고 있었다.
평생을 글로 소통하고 사람의 마음을 읽어온 나에게 그들의 돌변한 태도는 낯선 공포이자 지독한 모멸감이었다. 아이들에게는 사랑과 배려, 존중과 나눔을 가르치는 그 입술로, 새로 온 신입 동료에게는 차가운 냉소와 무관심을 내뱉는 그들의 이중성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들에게 나는 더 이상 작가도, 어른도 아니었다. 그저 '기간제'라는 꼬리표를 단, 서열의 가장 밑바닥에 위치한 불가촉천민에 불과했다.
학교라는 조직은 그들만의 은밀한 언어와 복잡한 행정 시스템으로 요새를 구축하고 있다. 새로운 직원이 오면 그 요새의 문을 열어주고 지도를 건네주는 것이 상식이건만, 그들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나는 이 현장에서 벌어지는 갑질이 얼마나 체계적이고 악의적인지를 온몸으로 분석해냈다.
첫째, '정보의 차단'을 통한 고립이다. 가장 기본적인 나이스(NEIS) 결재 시스템이나 공문 작성법, 심지어 복사기 사용법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지극히 폐쇄적인 그들만의 소통망 속에서 나는 늘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였다. "그건 당연히 아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는 핀잔은 그들이 전매특허처럼 내뱉는 첫 문장이다.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바쁘다"며 등을 돌리거나, "전부 다 모른다"며 공모한 듯 입을 닫는다. 이것은 배움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동료에게 행하는 가장 비열한 '가스라이팅'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