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세 모녀의 고군분투 Summer School - 열등감
본격적으로 세 모녀의 고군분투 Summer School 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침 6:30분 운동을 시작으로 밤 12:00까지 마무리되는 빡빡한 일정입니다. 모두 동의하에 1교시부터 7교시까지 시간표를 만들고 출석부도 만들었습니다. 큰아이가 철저하게 체크도 합니다. 그런데 이 스케줄,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엄마인 저는 시작 첫날부터 1교시만 참석하고 오후와 밤까지 세미나로 인해 모두 X표가 되어 있네요. 공적인 일로 어쩔 수 없었노라고 말을 해도 절대 용납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재미있습니다. 딸들과 함께하는 이 작은 이벤트가 말이지요. 물론 세 모녀가 함께하는 운동 계획은 일주일 중 이틀만 지켜졌고, 중간중간 휴식 타임이 길어지는 시간도 있지만, 나름 잘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사실 딸들과 이렇게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또 언제 가져볼 수 있을까요? 그 어떤 때보다 지난한 과정을 겪어내고 있지만, 소소한 재미와 의미가 있습니다. 지혜롭게 이 시간을 견디고 즐겨보려 합니다. 딸들과 한 마음이 되어 서로 힘이 되어 주면서 말이지요.
작은 아이는 본격적으로 수능공부에 들어갔습니다. 그동안 내신 위주 공부에 몰입하느라 조금 늦은 감이 있습니다. 학교 선생님, 학원선생님들과 상담을 하면서 스스로 효능감이 올라간 듯합니다. 조금 더 스스로를 믿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까지 잘 견뎌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큰 아이는 시험일정이 3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공부한 내용을 반복하면서 모의고사 문제를 풀고 오답노트 위주의 공부에 매진합니다. 잘하고 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아이가 열심히 한 것을 지켜봐 왔기에 응원하고 또 응원합니다.
최근 대학 졸업 후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 인구가 400만 명을 넘어섰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기업이 경력직 위주의 수시채용이 늘어나면서 대졸 청년들이 취업하기 더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인턴도 경력직을 뽑는다는 말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임용을 준비하고 있는 아이에게 고맙습니다. 결코 녹록지 않은 현실이고 이 시간이 많이 힘들다는 것도 잘 압니다. 이를 잘 받아들이고 견디고 있으니 그저 대견합니다.
저는 토, 일요일 서울을 다녀왔습니다. 본격적으로 책을 출간하기 위한 워크숍입니다. 처음 기획은 강의 교재로 쓰기 위한 것이었지만, 대학 안에서 버텨내는 것을 장담할 수 없는 현실에서 콘셉트를 수정했습니다. 일반 대중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조금 부드러운 문체와 내용으로 다시 수정 중입니다. 이번 서울나들이는 독서모임을 함께 하는 지인의 권고로 참석했습니다. 책을 내고 강연 활동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조언을 듣기 위해서입니다.
아침 일찍 KTX를 타고 올라갔습니다. 서울 안국동에 위치한 장소에서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6시간가량 진행되었습니다. 조금 빡빡한 일정이어서 걱정했으나,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를 정도로 많은 의견을 나누고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소설책을 내고 싶은 연구원, 사춘기 부모를 대상으로 코칭을 하는 상담사, GM사 임원 등 본인이 하는 일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열심히 사시는 분들과 함께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멈추지 않고 책 쓰기를 통해 자기표현을 하고 싶은 욕구가 우리를 이 자리에 오도록 만들었습니다.
주변 지인들의 책을 보면 이름 없는 출판사에서 출판을 하거나, 내용도 단순히 논문을 엮어 내는 수준인 책들을 보면서 실망한 경험이 있습니다. 시간이 들더라도 더 신중해지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올해 안에 출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일단 개강을 하면 학기와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워크숍을 통해 그동안 써온 내용을 정리하고 기획을 체계화했습니다. 글 쓰는 작업은 고독한 일입니다. 여기 모인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끝까지 완주해 보려 합니다. 이제는 원고를 다듬는 일이 과제로 남았습니다.
워크숍을 하면서 알았습니다. 제가 왜 책을 내고 싶은지, 또 왜 이런 일을 하고 싶은지 말이지요. 지난 54년을 돌이켜보면 열등감으로 점철된 삶이었습니다. 마치 나에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부족한 학벌로 학교라는 공간에 들어와 보니 그 열등감은 결함이 되었습니다. 현재도 여전히 치열하게 그 삶의 한 중심에 있습니다.
열등감은 개인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의 중심 이론입니다. 아들러는 인간은 누가 열등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사회적 존재인 인간이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열등감에 매몰되지 않고 이를 지배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앞서 말한 대로 이 결핍이 결함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열등감에 사로잡히게 되면 콤플렉스에 빠지게 됩니다. 이는 주어진 문제에 대해 유용한 방식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특징입니다. 열등감을 잘 극복할 경우 자기완성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는 우월성 추구의 과정으로 설명합니다. 그래야 심리적인 안정과 건강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 치열함에서 버텨내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면서 고군분투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시간들이 저를 어제보다 나은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 것 같기도 합니다.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일들이 저를 또 어떤 곳으로 이끌지 살짝 설렘도 있습니다. 이번 워크숍은 그런 저를 정확하게 직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워크숍이 끝나고 세미나 하는 지인들과 합류하는 1박 2일의 일정을 잡았습니다. 4시에 일정이 끝나니 하필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와중에 우산도 없이 인사동 전통 찻집을 찾아 헤매느라 조금 고생했지만, 이 또한 설레는 만남입니다. 비를 피해 들어간 갤러리의 전시도 좋았고, 호텔 바에 들어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떨었던 수다는 더욱 좋았고, 쾌적한 호텔 객실에 올라가 이어지는 수다는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이 멤버들과의 만남은 항상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서울에 사는 저의 열렬한 구독자이면서 제가 정말 좋아하는 동료 교수도 함께여서 더욱 풍성한 자리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엄마, 아내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남편과 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말이지요. 지적으로도 인간적으로 성숙한 이들과의 수다는 정말 재미있습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수다 삼매경은 새벽 5시가 되고서야 끝이 났습니다. 그렇게 꼬박 밤을 새웠네요. 아! 이제 이렇게 무리하는 것은 힘이 들기도 합니다. 결국 다음날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를 보자는 야심 찬 일정은 다음으로 미루었습니다. 그래도 즐겁습니다. 내려오는 차 안에서도 수다는 이어집니다. 다음 방학에 서울나들이를 또 기약했습니다. 벌써 기대가 됩니다.
다시 한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어제의 피곤함이 풀리지 않은 상태지만 다시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이번 주는 엄마의 출석률이 높아야 할 텐데 조금 걱정이 됩니다.
세 모녀의 고군분투 Summer School! 이번 주도 씩씩하게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