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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수 Jul 22. 2024

지나온 날이 길다고 느껴질 때

앞으로 나는 

처음 수학공부방을 차렸을 때 모습이다.

수학개인교습소를 차리고 나서 3년에서 4년 정도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6년을 바라보고 있다.

여기저기 삐걱거리는 몸이 예전같이 않아 아침에 몸을 일으키는 건 그럭저럭 하는데 저녁에 아이들 받아  수업하다 보면 눈 뜨는 게 힘들어져서 내가 눈꺼풀을 손으로 올리는 경우가 생길 정도였다.

3년 내리 상을 치르면서 잠깐의 숨 고르기도 못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러 돌아와야 하니 몸이 많이 힘들어서 그렇다고 생각해서 보약(ㅎㅎ)을 지어먹었다.

나는 양약보다 잘 맞는 곳에서 짓는 보약이 효과가 있는 사람이라...

그리고 좀 나아지긴 했다.


그럭저럭 아이들과 지낼 만하다 싶었는데 고등학생이 여러 명 들어오고 나서는 내신관리해 주느라 그나마 먹은 보약도 다 소모시켜 버린 것 같다.

내신이 안 나와서 졸업해서 등등의 이유로 작년에서 올해로 넘어갈 때 학생들 변화가 있었다.

그사이 많은 학원들이 이 좁은 동네에 생기고 불안한 학생들은 이리저리 학원을 옮겨본다.

그러다 그냥 2년 반이 훌러덩 지나가지만 불안한 시기를 견뎌내는 학생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초조하기만 한 것 같다.


안쓰럽지만 20년 경험에 의하면 어쩔 수 없이 지나야 깨닫는 현상을 미리 설명해 줘도 별 도움이 못된다.


그 사이 우리 큰아이는 취업을 했고 이제는 경제적 독립에 주거 독립까지 했지만 이 미련한 엄마는 독립한 큰 애가 못 잊어 수시로 먹을 걸 챙기고 싶고 주거환경을 보러 가고 싶은 모지리 엄마다.

그러다 보니 몸이 더 많이 상한 것 같기도 하다.


나의 친정엄마가 자식들에 보인 관심이 현명하지 못한 간섭으로 느껴졌었는데 내가 우리 엄마처럼 구는 모습 생각하며 그러지 말자... 하면서 어느새 자신을 변명하며 이 정도는 당연히 부모니까 해야지 하고 있다.


큰애가 이제 엄마도 엄마 하고 싶은 거 편하게 하면서 살아.

나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러지만... 감기 걸렸다거나 이번 무더위 장마에 행여 출퇴근하다 뭔 일 터질까? 미련퉁이 엄마가 돼서 온갖 걱정을 덕지덕지 떡칠을 하며 내 몸을 축내고 있다.

이 생각을 멈추게 한들 내가 편할 수 있을까? 걱정을 일부러 생산가동 시키는 이 몸이 어떨 때는 주체가 안 돼서 여기저기 병이 생기기 시작했다.


병이 생기니 우울해지고 내 수학 공부방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요즘 기로에 섰다.


학생들이야 있었다가도 줄기도 하고 늘 변화가 있는데 여태껏 이 일을 좋든 싫든 해 온 세월이 있어 이제는 척하면 척! 하고 아이들 눈빛만 봐도 어떤 생각을 하며 문제를 푸는지 어디서 막혔는지 수학무당처럼 학생의 머릿속이 보이는 경지에 이르렀는데 몸이 힘이 들어 꾀가 난다.


이제 고만해도 되지 않을까?


사실 내가 벌어 쓰던 돈이 있어 그런 건지 이 걸 멈추기가 안된다.

조금 피곤한 것 풀리면 그런대로 또 할만하다.


어느 날 구글이 사진을 내게 보내왔다.

큰 아이 유치원 때 아빠와 찍은 사진 20년도 더 된 사진.

세상에! 남편이 큰 아이 오빠 같은 모습이다.


그 당시 내 얼굴이 어떻게 보일지 찾아보진 못했지만 지금의 남편의 아들뻘 되는 나이의 남편의 모습을 보니 내가 앞으로 살날보다 지나온 날이 길어진 나이가 되었구나. 새삼스럽다.


나이에 떠밀릴 건 아닌데 이 시점에서 내게 어떤 정리가 필요한 걸까?

요즘 심히 고민이 되는 시기이다.


지금 내일 풀어 줄 EBS final 모의고사를 풀어보다가 문득

'하기 싫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오래전에 쓰다 만 브런치에 들어와 하소연을 남겨본다.

가장 젊은 지금... 앞으로 무엇에 방점을 찍고 살아야 할까?

결정을 해야 하는데... 그냥 그냥 계속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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