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보이 (BrightBurn, 2019) 리뷰
미국
공포, 히어로
1시간 30분
늦은 밤, 캔자스에 위치한 브라이트번에 사는 토리와 카일은 집이 흔들릴 정도의 큰 굉음으로 밖을 살피다 빨간 불빛을 뿜는 물체가 떨어진 것을 발견한다. 오랜 기간 아이를 갖지 못한 그들은 아들 브랜든을 가지게 되고 행복한 시간을 갖는다. 10년 후, 토리는 학교 갈 시간이 됐는데도 보이지 않는 브랜든을 찾아 헛간으로 향한다. 휘파람을 불어도 나타나지 않는 아들을 찾기 위해 헛간 깊숙한 곳으로 향하는 토리는 자신의 뒤에서 나타난 브랜든을 보고 놀란다. 학교에서 상위권에 드는 모범생으로 자란 브랜든은 공책에 이상한 문양을 그리며 딴짓을 한다. 선생님은 그런 브랜든을 보면서 꿀벌과 말벌의 차이점을 말해보라고 한다. 갑작스러운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차이점을 잘 설명한 브랜든, 다른 학생들은 그를 좋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케이틀린은 그의 편을 들어준다.
모두가 잠든 밤, 헛간에 있는 무언가가 빨간 불빛을 뿜어낸다. 알 수 없는 힘으로 잠에서 깨어난 브랜든은 헛간으로 향하고 그림을 그리던 토리는 밖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리를 따라 브랜든을 찾으러 간다. 헛간을 살피던 그는 이쉬가로 라룸 그 홀이라는 문장을 중얼거리며 잠겨있는 창고의 문을 흔드는 브랜든을 발견한다. 토리가 손을 대자 정신을 차린 브랜든은 목소리가 들렸다고 말한다. 놀란 브랜든을 진정시킨 뒤 침대에 눕혀 재우던 토리는 소리를 듣고 올라온 카일에게 별일 아니라고 한다.
모종을 사러 간 카일의 부탁으로 잔디를 깎게 된 브랜든은 기계가 작동하지 않자 줄을 세게 당겼다. 그 힘으로 기계는 먼 들판까지 날아가게 되고 칼날이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다 손을 집어넣는다. 브랜든이 손을 집어넣자 칼날이 찌그러진다. 12살이 된 브랜든의 생일 파티에서 노아와 메릴리가 준 선물이 총이란 것을 알게 된 카일은 놀라서 압수하고, 카일에게 대들던 브랜든이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치자 물건들이 흔들린다. 브랜든이 삐뚤어진 행동을 하는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한 토리와 카일은 캠핑을 가자고 한다. 캠핑을 가는 날, 카일은 브랜든이 음식이 아닌 포크를 씹고 있는 것을 보게 되고 브랜든의 방을 정리하던 토리는 침대 밑에 놓인 종이를 발견한다. 브랜든의 행동에 놀란 카일은 토리를 찾아 방으로 올라오고 토리가 보고 있던 종이를 같이 확인한다. 종이를 보던 둘은 해부 사진을 보고 이상함을 느낀다.
브랜든과 함께 사냥을 하던 카일은 나이가 들면서 여자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고 성욕을 갖는 것도 이해한다고 말한다. 그날 밤, 텐트에서 잠을 자던 토리는 브랜든이 사라진 것을 발견한다. 노트북에서 나오는 소리에 깨어난 케이틀린이 노래를 끄고 침대로 향하자 노래가 다시 재생된다. 겁을 먹은 케이틀린은 주위를 살피다 커튼 뒤에 숨은 브랜든을 발견한다. 때마침 케이틀린의 엄마 에리카가 들어오고 브랜든은 캠핑장으로 돌아간다. 에리카는 브랜든이 커튼 뒤에 있었단 말을 듣고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아들이 사라진 것을 발견한 토리와 카일은 브랜든을 찾기 위해 밖으로 향하고 숲에 서있었던 브랜든을 발견한다. 브랜든은 오줌을 싸러 나왔다고 거짓말을 한다.
걱정이 된 토리는 선생님인 동생 메릴리를 찾아간다. 대화가 끝난 토리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브랜든에게 가고 공책에 무언가를 그리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란 브랜든은 급하게 공책을 닫는다. 선물로 받은 총을 집어넣으려던 카일은 밖에서 들리는 울음소리에 총을 들고나간다. 브랜든이 닭장 앞에 서서 닭을 지켜보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 잠을 자던 카일은 또다시 울리는 울음소리에 닭장으로 갔고, 닭이 모두 죽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는 자고 있던 토리를 깨우고 죽어있는 닭의 시체를 보여주며 브랜든의 짓이라고 하지만 토리는 카일의 말을 믿지 않았다.
며칠 뒤, 브랜든은 학교에서 반 친구들이 가운데에 들어가 있는 친구가 넘어지지 않게 밀면서 신뢰도를 키우는 바람 속 버드나무라는 놀이를 하게 된다. 브랜든의 차례가 되고 가운데 있던 브랜든이 케이틀린 쪽으로 넘어지려고 하자 자신의 방에 찾아왔던 브랜든에게 두려움을 느낀 케이틀린은 그를 피하게 된다. 그대로 넘어진 브랜든은 친구들에게 비웃음을 당하고, 케이틀린이 브랜든을 괴롭힌다고 생각한 체육 교사는 브랜든을 도와주라고 한다. 체육 교사의 말에 케이틀린은 브랜든에게 손을 내미지만 브랜든은 케이틀린의 손을 부러뜨리는데...
제임스 건이 제작에 참여해 이슈가 된 <더 보이>는 슈퍼맨이 지구를 구하러 온 영웅이 아닌 지구를 공격하려고 온 악당이라는 전제로 시작한다. 개봉하기 전 시청했던 예고편에선 하늘에서 내려온 아이가 흑화하여 악당이 되는 장면들이 등장하여 많은 기대를 가졌는데, 액션은 훌륭했으나 생각보다 무섭고 잔인한 장면이 많이 등장해 당황스러웠고 시대를 의식하지 않은 불쾌한 장면으로 보는 내내 기분이 안 좋았던 작품이다.
DC 코믹스엔 많은 세계관이 존재한다. 세계를 구하는 영웅인 슈퍼맨이 있다면 세계를 지배하고 파괴하려는 악당인 슈퍼맨도 있다. <더 보이>를 보면서 DC 코믹스의 한 캐릭터를 따온 느낌이 들었다. 어떤 캐릭터를 참고한 것일까? 첫 번째로, "슈퍼맨이 소련에 떨어졌으면?"이라는 전제로 시작한 <레드선>에 등장하는 슈퍼맨이 있다. 여기서 아기가 떨어진 곳은 미국이 아닌 우크라이나이고 일반 부모가 아닌 스탈린의 아들이 된다. 어렵고 약한 사람들을 도와주려던 슈퍼맨은 자신의 힘으로 세계를 지배하게 된다. 두 번째로, <크라임 신디 케이트>에서 활동하는 울트라맨이 있다. 울트라맨은 살인마의 농장에 떨어져, 부부에게 자신의 부모가 될 것을 강요하고 부모를 죽인 뒤 자신이 가진 힘으로 신디케이트 멤버들과 사람들을 죽이고 세계를 지배한다.
캐릭터 설정의 차이를 살펴보면 브라이트번은 울트라맨과 매우 비슷다. '<더 보이>의 주인공이 누구에서 영향을 받았나?'란 고민을 해결해 준 장면이 마지막에 등장한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영상 속 브랜든은 브라이트번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한 유튜버가 남중국해에서 어선을 전복시킨 반인 반어와 올가미로 사람들의 목을 조르는 마녀가 있다고 말한다. 해석하면 브라이트번은 울트라맨을 참고했다고 할 수 있다.
브라이트번 = 울트라맨
남중국해에서 어선을 전복시킨 반인 반어 = 시 킹
사람들의 목을 조르는 마녀 = 슈퍼우먼
인물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는 화면과 1인칭 시점으로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 들었고, 자신을 찾는 브랜든을 피해 침대에 숨은 토리의 모습을 세로로 보여주는 장면도 함께 침대 속에 숨어 있는 것 같았다. 토리와 브랜든이 집에서 헛간까지 술래잡기하는 장면을 보면 발걸음처럼 별거 아닌 소리가 울리면서 밝은 분위기에도 묘한 공포감을 느꼈고, 주인공이 무언가를 발견하거나 집중하면서 외부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장면이 마음에 들었다.
<더 보이>는 장르가 공포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가 깔려있는 것은 예상했으나 형광등이 터져 눈에 박힌 유리를 빼내려는 에리카, 집에 도착하여 상황을 살피다 브랜든에게 걸려 공격을 당하는 아이레스 경관, 브랜든의 우주선 뒤에 걸린 해부가 된 에리카의 시체 등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잔인하고 불쾌한 장면이 많았다. 지구에 와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소년이 악당의 길을 걷는다는 스토리는 잘 만들었지만 넣어도 되지 않을 장면까지 넣어 불쾌감을 주는 것은 도를 넘은 것이 아닌가? 너무 과하단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브랜든에게 부딪힌 경찰이 피만 남기고 흔적 없이 사라지는 장면은 아마존에서 제작한 히어로 드라마 <더 보이즈>가 생각난다.
주인공 브랜든은 우주선을 타고 지구에 온 외계인이다. 슈퍼맨이 지구에 떨어져 누군가의 아들로 자란 것처럼, 갓난 아기를 발견한 토리와 카일은 그를 친아들처럼 키웠고 브랜든도 그들을 친부모처럼 여겼다. 우주선에서 보낸 신호로 악당이 되기 전까지 브라이어 가족은 누구보다도 화목한 생활을 했다. 브랜든이 배신감으로 케이틀린의 손을 부러뜨렸을 때도 그들은 부모의 이름으로 브랜든의 편에 있었다. 모든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했던 그들은 브랜든이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그를 죽이기로 한다.
브라이어 가족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영화 속에 존재하는 인물임에도 현실 속 사람들과 많이 닮아있기 때문이다. 사춘기가 된 브랜든은 이성에 눈을 뜨게 되고 마음에 드는 여자가 생긴다. 케이틀린이 자신을 피하자 배신감을 느낀 브랜든은 그의 손을 부러뜨리고 자신을 반대하는 케이틀린의 엄마를 죽였다. 현실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자주 일어난다. 남자가 고백을 받아주지 않는 여성을 죽인 사건, 남자가 여자를 성폭행하는 사건이 뉴스에 끊임없이 등장하고 사춘기 소년들이 폭행, 절도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영화 속에선 우주선에서 흘러나오는 힘이 브랜든을 움직이게 한다면, 현실에선 무엇이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걸까.
그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는 자극적이고 혐오적인 미디어와 그들의 잘못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어른들에게 있다고 본다. 사춘기 청소년들이 자극적인 것에 주기적으로 노출되면 그것에 익숙해져 무엇이 문제인지 판단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브랜든이 힘에 이끌려 자의로 어떠한 행동을 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손이 부러진 딸을 보고 놀란 엄마 에리카는 브랜든의 부모에게 화를 낸다. 그럼에도 카일과 토리는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고 브랜든의 편을 든다. 교장은 브랜든에게 정학 2일의 징계를 내린다고 하며 보안관은 판단은 자기가 한다며 체포하지 않을 거라고 한다.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느끼지 못하는 아이에게 어른이 잘못을 알려주는 것은 앞길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 브랜든은 이미 알 수 없는 힘에 사로잡혀있었고 현실 속 아이들은 자극적인 것에 노출되어 판단력이 부족한다고 해도. 토리와 카일이 브랜든에게 그런 행동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면, 교장이 브랜든에게 큰 징계를 내리고 보안관이 그를 잡아갔다면.. 누구 한 명이라도 그들의 행동을 문제 삼았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내 리뷰를 읽고 누군가는 너무 멀리 갔다고 영화는 영화고 현실은 현실이라고 말할수도 있다. 그들의 말대로 하려고 노력했으나 현실에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니 영화와 현실을 비교하면서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리뷰를 남기게 된 <더 보이>는 예고편으로 홍보하던 것보다 잔인하고 불쾌한 영화라서 두 번은 보고 싶진 않지만 내게 악당은 스스로 악으로 변했을까?라는 물음을 던진 영화였다.
사진 출처 : 넷플릭스 (Netfl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