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숲 (The Woods, 2020) 리뷰
폴란드
스릴러, 미스터리
6부작
총구를 마주하는 순간 시간은 느리게 흘러가지 않는다
테이프가 되감아질 뿐 난 다시 그곳에 있었다
1994년 8월, 현장을 조사하는 경찰을 몰래 지켜보던 소년은 형사와 눈이 마주치고 도망간다. 캠프에서 엄마를 돕던 파베우는 친구들과 수영을 하러 간다. 캠프로 돌아온 파베우에게 엄마는 애들을 돌보지 않고 놀러 다니냐며 주의를 준다. 그날 밤, 동생 카밀라는 다니엘이란 남자에게 팔찌를 받았다고 자랑한다. 술을 들고 캠프 밖으로 나온 파베우는 아르투르와 라우라를 만나고 아르투르의 제안으로 차를 타고 숲을 돌아다닌다. 2019년 9월, 중년이 된 파베우는 처제와 함께 딸 카야의 수영 대회에 참석하고 자신을 향해 달려온 딸에게 칭찬을 해주며 안아준다. 대회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처제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파베우. 자신의 집 근처에서 살라는 처제의 권유에 카야의 학교가 여기 있다며 거절하고 자신의 사무실로 향한다.
파베우가 사무실에서 자신이 맡은 사건의 자료를 검토하던 중 한 남자가 찾아온다. 자신을 부치코프스키 경위라고 소개하는 남자는 파베우에게 자신과 함께 가야 한다고 말한다. 할 일이 많아서 내일 아침에 전화하라고 거절하지만 기다리기 힘든 사안이라며 물러나지 않는 형사를 보고 따라나서게 된다. 도착한 곳에서 만난 요르크 경위는 무슨 일인지 묻는 파베우에게 마레크 코발스키가 살해됐다고 전한다. 처음 듣는 이름이라고 말하는 파베우에게 카르투스카가 다리 밑에서 발견됐는데 면허증에 있는 이름은 가명이고 신분 확인을 못하는 상태이며, 그의 소지품에서 파베우와 관련된 물건이 나와 사건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불렀다고 한다. 시신을 확인한 파베우는 아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시신의 주머니에 파베우가 사는 집 주소와 기사 스크랩이 있었는데, 파베우는 자신이 지방검사이며 이 사람이 연루된 사건을 기소했을 것이라며 사이를 부정하지만 형사는 25년 전에 여름 캠프 지도자로 일한 적 있냐고 물어본다. 형사의 물음에 파베우는 과거를 떠올린다.
여름 캠프 살인마 혐의 부인이라고 적혀 있는 신문 기사를 보던 파베우는 단순한 우연으로 보이며 잘 모르겠다고 한다.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나가는 파베우에게 토요일 밤에 어디 있었냐고 묻는 요르크 경위. 파베우는 자신을 의심하는 형사를 피해 건물을 나온다. 집에 도착한 파베우는 잠을 자지 않고 자신을 기다리는 카야를 발견한다. 책을 읽어달라는 부탁에 곁에서 책을 읽어주는 파베우. 거실로 나온 파베우는 깊은 생각에 잠긴다. 과거를 떠올리던 파베우는 안쪽에 숨겨놨던 상자를 꺼내 25년 전 찍은 사진을 본다. 거실로 나오는 처제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자신을 버린 엄마를 원망하고 다시 과거를 회상한다.
비서는 사무실로 향하는 파베우에게 사건의 피해자가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여자에게 남자들의 사진을 보여주는 파베우. 여자는 누군지 알고 있으며 그들이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말한다. 파베우는 그들이 무죄를 주장했고 당신의 피해를 확인해 줄 목격자가 없다고 한다. 비서는 신체적인 학대의 흔적이 나오지 않았으며 파티에서 입었던 옷도 의심스럽다고 말한다. 비서의 말에 여자는 성폭행 당한 것은 사실이고 수치스러웠으며,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자신의 동영상이 퍼졌다는 걸 알게 돼서야 신고했다고 한다
살면서 실수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나요, 검사님?
카페에 앉아있던 파베우에게 한 남자가 다가온다. 자신을 크시슈토프 두나이 샤프란스키라고 소개한 남자는 가해자 중 한 명의 아빠였다. 딸을 지키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할 거냐고 묻는 말에 파베우는 웃으면서 당신 아들과 파티에 못 가게 할 것이라고 답한다. 남자는 클라우디아가 거짓말하는 거고 에밀과 마란치는 성폭행을 하지 않았고 여느 대학생 남자아이들처럼 파티에서 술 취해서 논 게 다라고 한다. 남자의 말에 파베우는 강간은 범죄라고 강하게 말한다. 굽히지 않는 파베우에게 남자는 여자에겐 5만 즈워티를 주고 아내의 재단에는 두 배를 기부한다고 한다. 그마저 거부하자 당신은 살면서 실수한 적이 없냐 누구나 비밀은 있다고 하며 경고하고 나가는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숲>은 25년 전 일어난 살인 사건의 중심에 있는 파베우가 검사가 되고 다시 사건을 마주하면서 밝혀지는 진실을 풀어나가는 작품으로, 미국의 소설가 할런 코벤이 2007년 출간한 소설 <The Woods>를 원작으로 넷플릭스엔 <내 이웃의 비밀>, <더 시스템> 다음으로 업로드된 세 번째 할런 코벤의 작품이다.
<숲>은 캠프장에서 네 명이 실종되고 두 명이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이 일어나고 25년 후 실종된 한 명이 시체로 돌아오면서 사건의 진실을 풀어나가는 검사 파베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품은 크게 두 가지 사건으로 나뉘는데 현재의 파베우가 맡고 있는 성폭행 사건과 과거의 파베우가 마주한 캠프장 사건이다. 현재의 그가 맡고 있는 성폭행 사건은 파티에 간 여자가 남자들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고소 한 사건인데, 비서는 여자가 평소에 하고 다닌 모습을 지적하고 학대의 흔적이 없어서 의심하고 파베우도 피해자와 동일 인물이 맞냐며 놀란다. 불리한 증거만 나오고 피해자의 증언만 있는 상황이지만 파베우는 사건을 놓지 않는다. 과거의 파베우가 마주한 캠프장 사건은 캠프에 놀러 온 아이들이 죽고 자신의 동생이 실종된 사건이다. 두 명은 죽은 채로 발견됐지만 동생을 포함한 두 명은 발견되지 않았다. 몇십 년이 지난 뒤 다른 한 명이 시신으로 발견되고 부모는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말한다. 증거를 따라가던 파베우는 자신의 동생인 카밀라가 살아있다 생각한다.
파베우는 여느 아이처럼 이성과 사랑에 빠지고 친구와 노는 것을 좋아했다. 엄마를 도와 캠프에서 지도자로 활동했지만 아이들을 통제하는 것보다 파티를 즐기는 걸 원했다. 사랑을 받고 싶었지만 늘 자신에게 화풀이를 하는 엄마에게 버림받았다고 느낀다. 검사가 된 파베우는 사건의 영향을 주는 외부 세력에도 굳은 의지를 보이는 남자가 됐지만, 캠프장에서 일어난 일을 자세히 모르던 그는 결말에 다가가면서 동생의 행방과 진실로 인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완벽할 것만 같은 마을 사람들에겐 남들에게 말하지 못할 비밀이 있다. 그걸 알아가는 과정에서 밝혀지는 진실을 마주하기란 파베우의 입장에선 적잖이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작품을 보는 내내 어린 파베우보다 중년의 파베우에게 집중할 수 있던 이유는 연기를 조금 더 잘해서 그런 걸까. 연출을 잘해서 그런 걸까. 원작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드라마를 놓고 봤을 때 파베우라는 인물의 심리를 잘 표현했는데, 거기에 배우의 연기를 추가했으니 작품의 완성도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우리도 어린 시절이 있잖아요
다들 멍청한 짓 좀 해봤죠
그날의 비밀이자 파베우의 비밀을 밝히려는 사람은 한 명 더 있다. 아들이 관련된 사건의 담당 검사를 찾아간 아빠 크시슈토프 두나이 샤프란스키였다. 그는 자신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검사를 건드려 아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재판이 흘러가길 바랐다. 그런 크시슈토프가 입에 달고 살던 말이 있다. "클라우디아가 거짓말을 한다", "누구든 철없는 시절이 있다" 이런 뉘앙스의 말들. 드라마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기에 내용은 지어낸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대사는 현실적이었다. 현실에서 자신의 아이가 범죄를 저지르면 부모는 누구든 철이 없을 때가 있으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달라고 한다. 작품엔 현실적인 요소들이 많다. 그렇다는건 작가가 작품을 통해서 전달할 메시지가 있다는 거다. 작품 속에 비밀은 언제든 밝혀진다는 의미가 포함된 대사들이 많이 등장하니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누군가 추악한 비밀이 있다면 언제라도 밝혀질 수 있다가 아닐까.
원작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드라마를 보면서 원작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내용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잠깐 찾아본 정보로는 원작과 내용은 비슷하나 배경은 미국에서 폴란드로, 등장인물의 이름도 폴란드에서 자주 사용하는 이름들로 바뀌었다. 마을에 관련된 비밀과 파베우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건 흥미롭게 봤지만 하이틴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 <숲>에서 나오는 과거 장면들은 너무 낯설었다. 낯설기도 했지만 현재와 다르게 대충 만들어 낸 느낌이 들었다. 연기도 성인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더 뛰어났다. 파베우의 과거와 현재가 짧게 반복되는 연출은 너무 어지러웠고 두 가지 사건이 등장하면서 각각의 사건에서 새로운 증거들이 얽혀있는 복잡한 구조가 됐다. 원작을 보지 않은 나로선 줄거리 외 사전 지식 없는 상태여서 과거에 있었던 일을 알기 위해 몇 화를 더 봐야 했다. 재미있어서 다음 에피소드를 찾아보는 게 아닌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다음 에피소드를 시작하는 건 좋은 현상은 아니다. 드라마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겐 상당히 불친절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숲>은 예측할 수 없는 반전과 자연스러운 파베우의 연기가 재미있었지만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는 유럽 드라마 특유의 분위기를 지우지 못한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예고편이 더 재미있었고, 다른 유럽 드라마와 같은 감독이 찍은 듯 비슷하다. 넷플릭스는 주제가 다른 여러 드라마를 제작해도 똑같은 느낌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이 단점을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유럽 드라마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사진 출처 : 넷플릭스 (Netfl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