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스트 데이스 오브 아메리칸 크라임 (2020) 리뷰
미국
액션, 범죄
2시간 29분
★★☆☆☆
신호가 실행되면 전국적으로 범죄 발생률에 큰 영향을 미칠 겁니다
남성을 고문하다 자신의 부하인 조니 디가 배신한 것을 알게 된 그레이엄 브리크. 건물이 폭발하는 것을 보고 골목을 빠져나와 큰 길가로 향한다. 일주일 뒤 국가에서 범죄 발생률을 낮추기 위해 개인의 머릿속을 통제하는 API 신호가 실행된다. 자유가 허락된 일주일 동안 사람들은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미국에서 도망치기 위해 국경을 넘으려던 사람들은 총을 맞고 죽는다. 반년 전, 비밀리에 API 신호를 연구하던 정부는 실제 현장에서 실험해보기로 했다. 은행을 털고 있던 브리크와 동료들은 신호에 몸을 가눌 수 없어 은행에서 도망친다.
두모이스 파의 보스는 브리크에게 훔친 돈을 가져오라고 하지만 돈을 숨기고 잃어버렸다고 둘러댄다. 그들이 훔친 돈은 7백만 달러, 두모이스 파에게 몰살당하기 전 캐나다로 도망치기에 충분한 돈이었다. 하지만 브리크의 동생 로리가 자살하고 조니 디가 배신을 때리는 바람에 계획은 무산된다. 돈도 없고 갈 곳도 없어진 자신을 암살하려던 남자들을 죽이고 조니 디를 만난 브리크. 태연하게 자신을 대하는 조니 디에게 총을 쏴 죽인다.
술집에 온 브리크는 죽음의 의사라고 불리는 조 히키를 만난다. 그는 빠르게 죽을 수 있는 독이 있냐 묻고 조 히키는 소비에트 고문실에서 사용하던 독을 보여준다. 말없이 물건을 보던 브리크는 자리로 돌아온다. 혼자 술을 마시던 브리크에게 관심을 보이는 여자는 소원 목록이 있다며 브리크를 화장실로 데리고 간다. 화장실에서 나온 브리크는 자신의 행방을 묻는 남자의 머리에 총구를 겨눈다. 5초 안에 용건을 말하라는 그에게 남자는 다섯 단어를 듣고 나면 생각이 바뀔 거라고 한다. 첫 번째는 로리, 두 번째는 자살, 세 번째는 개소리. 그는 교도소에서 동생이 자살했다고 보낸 종이가 개소리라고 한다. 네 번째는 "내가 현장에서 죽는 모습 다 봤어", 다섯 번째는 복수. 정체를 알려주지 않는 남자는 브리크에게 나라가 신호로 로리를 죽였다고 전하면서, 자신이 3천만 달러를 훔치는 데 도움을 주면 동생의 복수도 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지도에서 돈을 찍어내는 공장과 캐나다를 가리키던 남자는 두 곳을 포함하는 유일한 API 타워를 털고 싶다고 한다. API 신호를 실행하는 날 밤부터 경찰은 무기를 반납하고 칼 라이트슨이라는 API 타워의 시스템 매니저가 모든 업무를 맡는다. 보여준 물건을 시스템에 넣으면 다른 사람들보다 30분 더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하며, 빠듯한 시간이지만 30분이면 캐나다로 넘어가서 부자로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뒤돌아서 나가는 브리크에게 남자는 로리와 친했고 그는 자살할 사람이 아니며 교도관에게 살해당했다고 한다. 그 시각 API 신호 이후에 일어날 일들을 설명하느라 바쁜 경찰서에서 혼자 업무를 보던 경찰이 피투성이가 된 채 안으로 들어오는 여자를 발견한다. 상황을 보고하러 갔다 온 사이 여자는 경찰서를 털고 있었고 옆에서 나타난 남자가 경찰에게 총구를 겨눈다. 자신을 위협하는 남자와 몸싸움을 하던 경찰은 남자를 죽여버리게 되는데...
넷플릭스가 단독으로 공개한 <라스트 데이스 오브 아메리칸 크라임>은 국민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API 신호가 실행되기 전 마지막 범죄를 계획하게 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콜롬비아나>, <테이큰 2>, <테이큰 3>의 감독인 올리비에 메가턴이 연출한 영화다. 감독 특유의 분위기와 신호로 국민을 통제한다는 설정은 좋았지만 그 외 별다른 장점 없이 자극적이기만 했던 액션 영화였다.
그래픽 노블이 원작인 드라마여서 그런지 인물의 상황이나 배경 설명을 내레이션이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연출은 시간을 끄는 불필요한 장면을 최소로 하며, 쉽게 상황을 이해하게 만들 수 있으나 자칫하면 작품의 분위기를 유치하게 만든다. 내레이션은 주연인 셸비 듀프리가 담당했다. 작품의 영향을 끼치는 주연이 내레이션을 맡아, 중심인물인 그레이엄 브리크의 감정을 자신의 관점에서 표현했고 잔잔하지만 낮은 목소리로 배경을 설명해 어두운 분위기를 잘 살렸다. 브리크의 과거를 설명하는 부분은 유치하진 않았지만 그래픽 노블의 느낌이 많이 나서 아쉬웠다.
스토리에 영향을 주는 인물이 세명이지만 셸리 듀프리를 제외 한 나머지 두 명의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주인공인 그레이엄 브리크는 싸움을 특별하게 잘하거나 상황을 모면하려는 노력이 없었고 얼굴에 표정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조용하고 심심한 주인공. 작품 속에서 유일하게 마음에 들었던 건, 셸리 듀프리와의 감정이었고 둘의 감정선만 머릿속에 깊게 남았다. 브리크에게 API 타워를 털어 같이 복수하자고 했던 케빈도 매력이 없었다. 굳은 의지도 없고 배움도 없는 철없는 보스의 아들이며 누구나 예상할만한 반전으로 실망했던 캐릭터다.
심심한 인물들 사이에서 셸리 듀프리만이 매력적이게 다가왔다. 그는 케빈보다 스토리를 이끌어가는데 더 자연스러웠고, 남자들보다 입체적이고 강한 액션을 보여줬다. 가끔 위험한 순간이 찾아오기도 했지만 스스로 해결하는 모습도 좋았다. 주연은 아니지만 잠깐씩 등장하는 경찰 소여의 모습도 인상 깊었는데, 경찰서에서 자신을 위협하는 남자에게 총을 쏜 소여는 다시 경찰로 복귀하게 되고 API에도 끄떡없는 시술을 받고 듀프리와 싸우게 된다. 듀프리에게 져서 목숨은 잃었지만 디스토피아 무대에서 주인공들보다 더 매력 있던 인물이었다. 개인적으로 듀프리와 소여가 싸운 장면이 영화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장면이다.
정부가 범죄율을 줄이기 위해 만든 API 신호가 실행되기 일주일 전, 많은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자유를 억압하는 미국에서 벗어나기를 원한다. 가진 것을 잃은 브리크도 미국에서 벗어나기를 원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자신을 찾아와 정부의 돈을 빼돌리고 동생 로리의 복수를 하자는 케빈과 마지막 범죄를 계획한다.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API 관련 뉴스와 사람들의 광기 어린 폭력, 미국을 떠나려다 죽임을 당하는 사람들, API 신호로 자리를 잃은 경찰들의 모습을 짧게 등장시켜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를 부각했지만 그게 끝이었다. 자신의 동생을 위해, API로 국민을 억압하려는 정부와 싸우는 모습보다 돈을 훔치기 위해 작전을 세우거나 범죄 조직과의 싸움, API 신호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상황을 해결하는 모습이 많이 등장했다. 작품의 줄거리가 디스토피아 속 마지막 범죄이긴 하지만 끝이 없고 대책 없는 몸싸움만 이어 간다. 액션이 허술하진 않다. 다만, 여러 개의 스토리를 풀어가려고 하다 보니 뒤죽박죽 엉켜, 어디서 많이 본 클리셰들을 데려온 그럭저럭 볼만한 액션 영화가 됐다. 뒷심이 부족하다는 것. 이 영화의 큰 아쉬움이라고 할 수 있다.
넷플릭스에서 많은 영화를 봤지만 10편 중 8편은 실망할 정도로 아쉬운 작품이 많았다. 2020년 신작 <라스트 데이스 오브 아메리칸 크라임>은 올리비에 메가턴의 다른 작품들처럼 화끈한 액션은 보여줬지만 심심하고 매력이 없었다. 두 번 볼 작품은 아니었지만 신작이라는 점과 감독의 이름 때문에 한 번쯤은 볼만하다.
사진 출처 : 넷플릭스 (Netfl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