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 Jul 03. 2020

파멸의 악과 신의 정의,
인간의 믿음이란 무엇일까

드라마 워리어 넌 : 신의 뜻대로 (Warrior Nun) 리뷰




워리어 넌 : 신의 뜻대로, 2020

(Warrior Nun)


미국

판타지, 액션

10부작


★★★★☆







소녀의 시체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안타까워하는 신부와 달리 수녀는 소녀가 불탈 거라고 한다. 이름과 나이를 물어보는 신부에게 소녀의 이름은 에이바 실바이며 나이는 19살이라고 답한다. 정적 속 휴대폰이 울리고 연락을 확인한 신부는 수녀에게 급한 일이 있으니 건물에서 나가 달라고 부탁한다. 건물에서 나오다 성당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발견한 수녀는 급하게 차를 타고 사라진다.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온 수녀들은 부상당한 섀넌을 눕힌다. 의사에게 치료를 부탁하지만 장기가 관통당해 디비늄 파편을 제거하면 출혈로 죽을 수도 있다. 밖에서 큰 소리가 들리자 릴리스는 메리를 설득한다. 메리는 릴리스를 내보내라고 하지만 베아트리스는 그의 말이 맞다고 한다. 메리는 섀넌이 우리의 리더고 친구라며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강하게 반대하는 메리를 붙잡는 섀넌. 자신은 끝났다며 의사에게 파편을 꺼내라고 한다. 의사는 섀넌의 말에 파편을 꺼낼 준비를 하지만 메리가 총을 든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섀넌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목걸이를 건네고 목걸이를 받은 메리는 슬퍼한다. 악당이 그들이 있는 곳에 가까워지고 있다. 모두 섀넌에게 인사를 하고 의사는 섀넌의 등에서 헤일로를 빼낸다. 섀넌은 안전하게 지키라는 말과 함께 사망한다. 몸에서 꺼낸 헤일로의 다음 운반자를 정하는 과정에서 문이 폭발이 일어나고 악당이 들이닥친다. 총을 쏘는 악당을 피해 도망치던 의사는 넘어지게 되고 헤일로는 바닥으로 떨어진다. 자신의 앞에 떨어진 고리를 발견한 악당은 손으로 헤일로를 잡지만 뜨거운 열로 인해 손가락이 잘린다. 헤일로를 다시 주운 의사는 에이바가 있는 방으로 들어온다.



용서하라는 말과 함께 에이바의 등에 헤일로를 넣는 의사, 손가락이 잘렸음에도 자신을 쫓아온 악당을 집게로 때린다. 의사가 악당을 공격하는 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에이바의 몸이 반응한다. 악몽을 꾸고 깨어나게 된 에이바는 공격당하고 있는 의사를 보고 몸을 움직여 바닥으로 떨어진다. 움직이는 자신의 다리를 보고 놀라던 에이바는 의사가 사망한 것을 목격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힘겹게 일어난 에이바의 앞에 빨간 안개가 나타나고 악당의 몸으로 들어간다. 에이바는 바닥에 있던 집게를 집어 악당을 공격하고 등에 있던 헤일로가 빛나면서 악당을 물리친다. 악당의 몸에 있던 안개도 사라진다. 문을 열고 나온 에이바는 총소리를 피해 밖으로 도망친다.



이게 지옥이라면 제대로 해볼 거다


건물 밖으로 나온 에이바는 현실을 부정하면서 뛰어간다. 처음으로 느낀 해방감에 길을 걸으면서 웃던 그에게 술에 취했냐고 묻는 남자는 죽었었다고 대답하는 에이바를 비웃는다. 대화를 하던 중 배가 아파진 에이바는 남자의 옷에 구토를 한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뒤로 물러나다 차에 부딪히고 그 충격으로 건물로 날아가지만 헤일로의 힘으로 순간 이동을 하게 된다. 크게 다치고 나서야 현실인 걸 깨닫게 된 에이바. 다리의 상처가 사라진 것을 보고 자신이 초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하게 된다. 주위에 있던 옷을 입고 밖으로 나온 에이바는 수녀들이 말하던 기적을 떠올린다.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웃던 에이바는 자신을 이렇게 만든 사람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나는데...







판타지 드라마 <워리어 넌 : 신의 뜻대로>을 보면서 -


넷플릭스 오리지널 <워리어 넌 : 신의 뜻대로>는 1994년부터 2002년까지 연재한 밴 던의 그래픽 노블 워리어 넌 아레알라 (Warrior Nun Areala)를 원작으로, 죽음에서 돌아온 소녀 에이바가 신비한 능력을 얻게 되면서 신을 모시는 수녀이자 악마에게서 인간을 지키는 전사로 성장하는 액션, 판타지 드라마다. <고스트 워즈>, <컨티넘>의 사이먼 베리가 제작 총괄을 맡고 <더 퍼스트 퍼지>,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스티븐 헤기스가 참여했다.



죽음의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누워있던 에이바는 헤일로의 힘으로 되살아난다. 움직일 수 없었던 다리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자신을 공격하는 정체불명의 붉은 안개를 보고 꿈이라며 부정하지만, 교통사고로 인해 상처를 입은 다리가 회복되는 걸 보고 현실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평생 갇혀 있던 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마주한 에이바의 모습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해변을 마음껏 달리다가 누워서 별을 쳐다보고 다짐을 하고 끔찍했던 과거로 돌아가지 않게 잠을 자지 않을 거라고 한다. 불안함이 남아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계속 떠들어, 귀염둥이
무슨 말을 하든 저 입술에 키스나 하고 싶다


잠깐 등장하는 지루한 장면도 이어서 본 이유는 에이바의 성격 때문이었다. 판타지 작품 속에서 뜻하지 않게 초능력을 가지게 된 주인공은 해방감을 느끼지만 새로운 인물을 만나게 되면서 위축되는 모습을 보인다. 강한 존재를 보면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에이바도 여느 주인공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들과는 달랐다. 죽음에서 돌아와 현실을 부정하면서도 밖으로 달려가던 에이바의 모습은 새장에서 벗어난 새를 보는 것 같았다. 처음 보는 사람과의 대화에서도 떨지 않았다. 남자와의 대화에서도 수줍음을 타거나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자를 보면서 귀여워하는 모습이 에이바의 당당함을 더 부각한 것 같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서도 자유를 만끽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다만,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로 혼란스러워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주 벗어나는 것은 아쉬웠다.



에이바를 제외한 등장인물들의 매력은 제각각이었다. 에이바에 대해 무뚝뚝하고 잔인한 말을 뱉었던 수녀는 무언가 비밀을 숨기고 있고, 수녀들과 함께 헤일로의 행방을 찾아가는 신부도 비밀을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두 사람 모두 비밀을 숨길뿐이다. 헤일로를 운반하는 역할을 하면서 동료였던 섀넌을 잃었음에도 슬퍼하지 않는 릴리스의 가문은 300년에 걸쳐 헤일로 운반자를 6명이나 배출했다고 한다. 열심히 훈련해서 후계자 자리를 얻어냈지만 갑작스러운 공격으로 헤일로가 에이바에게 돌아가자 기분이 좋지 않다. 비꼬는 릴리스에게 샷건 두 개면 전투 기술 따위 필요 없다고 말하는 메리도 매력적이었다. 누구보다도 섀넌을 챙겼고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노력했으니까. 사건이 흐르면서 에이바와 친해지는 수녀들의 모습도 마음에 들었다. 통통 튀면서도 밝은 모습이 하이틴의 매력을 뽐냈다. 수녀 쪽 인물들은 어두웠음에도 매력이 넘쳤지만, 에이바가 새로 사귄 친구들은 매력이 없었다. 감각을 깨우기 위해 차가운 물을 찾아 뛰어들고 발버둥 치는 에이바를 남자가 달려와서 구해준다. 배가 고프다는 갑작스러운 에이바의 말에도 음식을 내어주지만 그 뒤에 등장한 친구들은 낯선 에이바를 보고 경계를 한다. 상처 주는 말을 하고 나서야 사과를 하는 전형적인 하이틴 장르의 클리셰가 등장해서 아쉬웠다. 자유를 주면서 흔들리는 에이바의 믿음을 지켜보려는 걸까. 그게 아니라면 친구들을 등장시킨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10대가 주인공인 작품이라고 하지만 작품의 분위기를 해쳐 집중력을 떨어지게 만든 요소였다.



평소 넷플릭스 판타지 드라마에 아쉬움을 많이 느꼈던 터라 이번 작품도 기대치를 조금 낮추고 감상했다. 등장인물의 설정에는 아쉬움을 느꼈지만 작품의 연출은 생각보다 좋았다. 가볍지도 않고 진지하게 흘러가는 것도 좋았다. 수녀가 악마를 물리치는 작품이라서 종교와 관련된 물건이나 성당의 어두운 분위기가 많이 등장하는 건 알았지만 잔인한 장면이 등장할 거라곤 상상을 못 했다. 고어처럼 보기 힘들 정도로 잔인한 건 아니었고 손가락이 잘리거나 몸에서 헤일로를 빼낸 자국, 몸에 난 상처의 수위가 조금 있었다. 끝으로 갈수록 세계관이 확장되는 걸 보고 당황스러웠지만 개연성이 부족한 편은 아니다. 넷플릭스여서 가능한 막장이었다.


1화 - 시편 46편 5절

2화 - 잠언 31장 25절

3화 - 에베소서 6장 11절

4화 - 집회서 26장 9~10절

5화 - 마태복음 7장 13절

6화 - 이사야서 30장 20절~21절

7화 - 에베소서 4장 22절~24절 

8화 - 잠언 14장 1절

9화 - 고린도후서 10장 4절

10화 - 요한 계시록 2장 10절


<워리어 넌 : 신의 뜻대로>의 에피소드 제목은 성경에서 따왔다. 성경을 잘 몰라서 제목에 나와있는 구절을 읽고 왔다. 무신론자이기 때문에 그에 담긴 뜻을 제대로 알 수 없지만. 4화의 제목을 읽어보면 고집 센 딸을 감시하여라. 그러지 않으면 틈을 타 자유를 남용한다고 한다. 자유를 얻게 된 에이바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고 친구들과 지내기를 원한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다시 혼자 남겨질 위기에 빠진다. 마지막 화의 요한 계시록 2장 10절을 읽어보면 고난을 두려워하지 말고 죽도록 충성하면 생명의 관을 준다고 했다. 이 말은 자신에게 닥쳐온 고난을 이겨낸다면 생명의 관, 즉 악에서 이길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에이바가 공격을 받거나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빛을 뿜는 헤일로는 악마에게서 인간을 구하고 에이바와 수녀들을 이어주고 진정한 삶을 알려주는 매개체가 아닐까.


수녀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구절로 에피소드의 제목을 적은 것은 좋았으나, 종교를 믿지 않는 시청자들에겐 이 구절이 어떤 의미를 주는지 어려울 것 같다. 리뷰 글을 적고 있는 나도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리뷰를 하기 위해 검색하면서 집회서 26장을 다 읽어봤는데 매우 불쾌했다. 남성을 중심으로 적힌 성경에 여성을 차별하는 구절이 많은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집회서처럼 몇십 개의 구절이 대놓고 아내와 딸을 저격할 줄은 몰랐다. 어른들이 딸에게 "여자는 조용하고 남자는 말이 많아야 돼" 이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주인공이 모두 여성이기에 기분이 좋았지만 혐오적인 구절까지 가져와서 사용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작품엔 내레이션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시간을 끄는 불필요한 장면을 최소화하고 내레이션으로 시대 상황이나 주인공의 감정을 대신 전달한다. 이러한 연출은 작품의 분위기를 유치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시대 상황을 설명하는 것보다 주인공의 속마음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요소로 사용한다. <워리어 넌 : 신의 뜻대로>는 제3자가 아닌 주인공의 목소리를 내레이션으로 사용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속마음을 관객에게 전달하면서 주인공 에이바의 감정선을 잘 이용한다. 또한, 작품에 등장하는 배경 음악이 에이바를 맡은 알바 밥티스타의 목소리와 잘 어울렸다.


원작을 본 적이 없어 자세히 알 수 없지만 드라마는 DC 작품들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죽음에서 돌아온 에이바가 초능력을 깨닫고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면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설정은 최근 방영을 시작한 <스타걸>이 떠오른다. <스타걸>은 애로우버스(CW버스)의 2020년 방영작인데,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던 정체불명의 물건을 소유하면서 영웅의 힘을 얻는 설정이나 그 힘으로 참고 있었던 감정을 드러내는 부분이 비슷했다. 초능력을 깨닫고 즐거워하는 모습이나 내레이션은 조커와 헤어진 할리퀸이 관객과 소통하는 <버즈 오브 프레이>가 생각난다. 할리퀸도 작품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관객에게 전달했기 때문이다. 유튜브의 <임펄스>나 넷플릭스의 <아이 엠 낫 오케이>도 생각난다. 이런 설정은 판타지 장르에서 자주 등장하기에 다른 작품을 따라 한다고 할 수 없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아예 새로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악마와 범인을 잡기 위해 주먹질을 하는 신부는 봤어도 수녀가 총을 들고 싸우는 모습은 처음 봤으니. 작품이 성공한다면 비슷한 설정을 가진 작품들이 제작될 거라고 생각된다. 그럼 종교적으로, 사회적으로 수녀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이 조금은 사라지지 않을까.



2020년 7월 신작 <워리어 넌 : 신의 뜻대로>는 악마와 싸우는 수녀와 세상을 다양하게 바라보는 넷플릭스의 시선을 접목시킨 흥미로운 판타지 액션 드라마였다. 친구로 등장했던 인물의 매력이 부족하지만, 종교의 어두운 면을 배경으로 한다는 것과 새로운 적과 싸우는 수녀들의 모습은 인상 깊었다. 뒷 이야기가 궁금하게 만든 결말은 시즌 2가 제작될 수도 있다는 뜻일텐데, 만약 시즌 2가 제작된다면 한 번쯤은 기다릴 수 있는 작품이었다.







<워리어 넌 : 신의 뜻대로> 예고편


https://youtu.be/An0bZpuhiBE



사진 출처 : 넷플릭스 (Netflix)

매거진의 이전글 그날의 진실, 숲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