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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더우먼K Dec 21. 2021

공감 불능 엄마. 나에게는 아몬드가 있었다.

공감 불능 엄마의 이야기


"많이 줘! 많이 줘~! 내 거야!"


명절이 되면 온 가족들이 모이고 과자 선물 박스 안에 있는 과자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내 나이 또래 언니들과 동생들 사이에서 과자 쟁탈전이 일어난다. 어릴 때부터 목청이 크고 무조건 때 쓰기 대마왕! 눈물로 모든 걸 호소하는 나는 큰 목청과 눈물 스킬, 온몸을 흔드는 앙탈 스킬을 가지고 과자를 차지하기 위 해크 게 더 크게 울기 시작한다. 어른들의 혀 차는 쯧쯧.. 하는 소리는 나를 더 과자에 집착하게 했다. 결국 모든 스킬로 적들을 쓸어버리고 선물상자의 과자는 내 것이 되었다.

좋았냐고? 그때는 너무 좋았다. 남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내 기분이 좋으면 된 거고 다른 사람들의 감정 따위 나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취업을 하고 나서야 알았다. 내가 누군가와 소통하는 감정에 조금 부족하다는 걸. 수능 점수에 겨우 맞춰 일하게 된 치과위생사는 내가 생각하는 것들과는 너무 달랐다. 입안에 석션만 꽂고 의사 잔심부름만 해주면 되겠지라며 생각했지만 너무 큰 착각이었고 치과라는 작은 공간에서 치과위생사라는 사람들의 역할이 엄청나게 큰 존재였다. 모든 의료진은 똑같을 것이다. 환자를 바라보고 그들을 얼마나 더 섬세하게 관찰하고 보호해야 하는지 말이다. 나 또한 작은 입안 세상을 더 섬세하게 관리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입안이 아닌 치과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의 감정의 교류가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그렇게 중요한 감정의 교류에 부족한 나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한없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사회에 나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렸다. 매일 자기 계발서를 읽고 세미나를 다니면서 머리에는 지식을 한없이 채웠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는 않았다. 매일 나는 여전히 힘듦, 짜증과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으로 매일 꺼이꺼이 눈물만 흘리던 그때. 친구가 한 권의 책을 건네주었다.






공감 불능. 아몬드를 읽고 알게 되었다.


 " 모두들 '평범'이라는 말을 하찮게 여기고 쉽게 입에 올리지만 거기에 담긴 평범함을 충족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내게는 더욱 어려운 일일 거다. 나는 평범함을 타고나지 않았으니까. 그렇다고 비범하지도 않으니까. 그 중간 어디쯤에서 방황하는 이상한 아이일 뿐이니까."



공감 불능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그 불능은 이미 나에게 있었나 보다. 그 중간 어디쯤에서 방황하는 이상한 아이가 나였던 것 같다. 머리에 꽉꽉 지식은 채웠지만 마음은 텅 비어있는 허전한 아이. 오로지 내 생각만 했던 나쁜 아이였던 것이다. 감정으로 소통하는 것들이 너무 부족했고 사실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사회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조차 싫었다. 나와 다르게 생각하고 내 생각과 다르게 표현한다면 구역질이 날 정도로 싫었고 불쾌했다. 그것들을 여과 없이 표현했고 불필요한 감정싸움에 지쳐가고 있었다. 평범하게 누군가를 생각하고 누군가와 소통하며 지내는 게 어려웠다. 나에게도 고장 난 작은 편도체 아몬드가 있는 게 아닐까.. 하며 걱정되기 시작했다. 나도 다들 하찮게 여기는 '평범'이라는 단어 안에 속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다른 시선으로 사람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각기 다른 모양과 색들로 이루어진 사람들은 표현하는 방식들도 다 각양각색이었다. 그 모습들을 온전히 눈과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했다.




공감은 상대를 공감하는 과정에서 자기의 깊은 감정도 함께 자극되는 일이다.

- 책. 당신이 옳다.


사춘기 시절에 돌아가신 아빠는 항상 나를 빤히 쳐다보고는 그냥 흐뭇한 미소를 짓고 계셨다. 북한군도 도망친다는 사춘기 때 나는 뭐가 그리 삐딱했는지 아빠가 보는 그 시선조차 불만이 가득했다. 왜 자꾸 쳐다보는 건지. 제발 나에게 신경 좀 꺼주지. 어느 날 가만히 아이들을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때 문득 아빠의 눈빛과 시선이 생각났다. 아빠가 쳐다봤던 그 가슴속의 감정이 무엇인지 너무 알 것 같았다. 내 자식. 내 뱃속으로 나은 자식이 무엇을 하든지 다 예뻐 보이고 사랑스러워 보여 그냥 계속 쳐다보고 싶은 그 마음.. 내가 느꼈던 그 감정이었던 것이다. 울컥하며 눈물이 한없이 쏟아졌다. 상대를 공감하는 과정에서 나 자신의 감정도 자극되는 그것. 공감. 난 이 공감이 부족했고 누군가를 색안경 없이 사랑스럽게 바라보기를 시도해 보았다.

나와 다른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란 참으로 어렵지만 가슴 깊이 박혀있는 단단한 아몬드를 깨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해 볼 참이다. 이제 나에게는 아몬드가 없다...라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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