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ijay Apr 19. 2022

시계의 부활

양손에 시계를 차고 나왔다. 2년전 생일 선물로 받은 중국제 스마트워치는 원래 자리를 잃고 오른손으로 넘어갔다. 원래 자리를 꿰차고 들어선 이 새로운 놈은 명품인가? ㅎㅎㅎ 깔끔한 새 시계처럼 보이지만 16년도 넘은 시계다. 인도에 처음갈 때 샀던 만원 짜리 전자시계는 일 년도 안돼서 고무 손목 줄이 끊어져 버렸다. 교체할 곳이 없었다. 일 년 만에 나온 태국 비자 여행에서 당시 형편으로는 거금(5-6만원)을 들여 이 시계를 샀다. 이후로 시계 줄도 서 너 번 교체했고, 당연히 배터리도 여러 번 교체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시계가 가지를 않았다. 수리점을 몇 군데 갔지만 오래돼서 못 고친다는 말만 들었다. 아쉬운 마음에 서랍에 고이 모셔 둔 지 수 년. 


서랍을 열 때마다 제일 먼저 보이는 이 시계가 눈에 밟혔다. 내가 좋아했고 항상 내 몸에 붙어 있던 아이가 죽어 있는 것만 같았다. 시계를 뜯었다. 완전 소생 불가 하게 된다 한들 시도라도 해 봐야겠다 생각했다. 새 배터리도 넣어주고, 헐거워 보이는 부품에 텐션도 줘봤다. 그리고 하루를 기다려 본다. 처음엔 잘 가는 것 같다가 하루가 지나면 느려져 있기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내가 뭘 건드린 걸까?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 지나도 시간이 느려지지 않고 잘 간다. 시계가 부활했다. 너무 오래돼 뒤틀려 버린 시계 뚜껑을 닫는데 또 한참이 걸렸지만, 여전히 잘 간다. 예수 부활의 기쁨과 어찌 비교할 수 있겠냐마는 하루동안의 부활의 기쁨을 누리기엔 충분하다. 


새로운 것으로 더 효율적인 것으로  쉽게 교체해 버리는 세상이다. 이러다가 오십도 되기 전에 세상에서 나도 교체되어 버릴 것 같은 무서운 세상. 오래된 작은 시계 하나도 고쳐지니 새 것 이상의 가치와 기쁨을 준다. 우리 인간의 삶에도 잊혀지고 없어져 가는 귀중한 가치들이 있다. 버리고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는 것만이 유일한 답이 아니다. 함께 더불어 살았던 그리 오래되지 않은 옛 것들이 다시 살아나기를 바래보는 하루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