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입장에서 좋은 글의 조건 3가지
직장인에게 글쓰기는 영원한 고민거리다
이 명제는 아마 직장의 개념이 생기고 문자가 생긴 이후로 지금까지 이어져온 고민일 것이다. 나 역시 평범한 직장인이긴 하지만 업무로써 글쓰는 일을 나름 오랫동안 해왔고 그에 따른 고민과 실수, 경험들이 쌓여 있는 입장에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이 글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글쓰는 업무때문에 두통이 지끈거리는 직장인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글을 쓰는 업무가 아닌데도 직장인은 글을 왜 잘 써야 할까?
아주 특수한 몇몇 직종을 제외하면 직장인 업무의 대부분은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루어져 있다. 누군가에게 자료를 요청하는 메일을 쓰고, 메일을 확인해달라는 카톡을 보내고, 보고서를 작성할 때 글을 써야 한다. 직접 대면해서 이야기하거나 전화로 이야기하는 것을 제외하면 가장 핵심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글쓰기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직장인이 쓰는 글의 대상은 자기 자신도 포함된다는 점이다. 기억하기 위해 적어 놓는 메모나 자료 모음, 아이디어 정리된 글 등은 언젠가 '미래의 나'를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이다. 하다 못해 컴퓨터의 파일명을 대충 지었다가 기억나지 않아 곤혹스러워 본 사람이라면 아무리 짧은 글이라도 잘 쓴다는게 혹은 잘 정리한다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왜 직장인은 글을 잘 써야 하는가? 좋은 글은 좋은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좋은 커뮤니케이션은 불필요한 오류를 줄여 업무의 효율을 높여 준다. 직장인에게 좋은 글이란 문학적으로 좋은 글과는 다르다. 문학적으로 좋은 글은 읽는 이에게 감동과 다양한 해석을 주지만, 직장인의 좋은 글은 명확한 정보와 의사 전달을 통해 단 하나의 해석으로 오해를 줄인다. 이러한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직장인이 쓰는 좋은 글의 특징을 몇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글이 명확하다는 것은 오해의 여지 없이 하나의 의미와 의도를 가진다는 것이다. 중의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모호한 표현은 쓰지 않는다. 일부러 어려운 단어를 쓸 필요는 없지만 읽는 대상에 따라서는 명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전문적인 용어를 선택적으로 사용한다. 좋은 문학 작품은 100명의 독자가 100가지 해석을 하지만 좋은 직장인의 글은 100명이 읽으면 1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명확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내가 쓰는 글이 어떻게 해석될지 혹시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을지 다각도로 해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에 가장 단어를 쓰기 위해서는 풍부한 어휘력도 필요하다.
수능 언어영역의 지문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읽는 입장에서 긴 글에서 핵심을 찾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것이다. 직장인의 좋은 글은 명확하게 의미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짧고 간결한 것이 좋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의미를 누락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글의 내용 중에서 필수적인 부분과 삭제해도 무관한 부분을 구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글의 성격과 목적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형용사와 같은 꾸밈말은 의미 전달과 무관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삭제해 본 후 의미 전달이 가능한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다. 의미는 없지만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조사, 같은 의미를 지닌 단어의 중복적인 사용 등 스스로 쓴 글을 다시 한번 잘 검토해보면 생각보다 줄일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좋은 직장인의 글은 단어와 문장의 의미가 명확할뿐만 아니라 글의 각 요소들간의 체계를 통해서도 의도를 전달한다. 예를 들어 좋은 보고서는 제목과 목차만 봐도 전체 맥락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 것은 단순히 단어를 잘 선택해서 의미를 잘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각 구성요소의 중요도의 차이와 순서를 통해서도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다.
글의 체계성은 글의 전체 구성 요소에서 뿐만 아니라 문장 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대부분 좋은 글의 체계성은 논리에서 나온다. 그리고 대부분의 논리는 해당 글의 내용에 대해 얼마나 깊게 생각하고 고민하는가에서 나온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직장인의 좋은 글은 단순히 문장력이나 어휘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글을 통해 명확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논리력이나 체계성도 중요하다. 문학적으로 아름답고 화려한 문장이라도 직장인의 글이라면 목적에 맞지 않을 수 있다.
문학작품으로서 글을 쓰는 것이 재능의 영역에 가깝다면 다행히 직장인의 글쓰기는 연습과 훈련의 영역에 가깝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좋든 싫든 매일 같이 글을 쓰면서 연습하고 있다. 직장에서 평소에 글을 쓰면서 조금만 더 신경쓰고 스스로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더 나은 글쓰기가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