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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을 사람 Aug 13. 2021

유치원은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교사 편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

오늘은 '(사립) 유치원 선택'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이번 글도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담에 기초한 것으로, 유치원 선택 기준 또한 극히 주관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시작하겠다.
미리 밝히자면 내 유치원 교사 인생에 취업 면접은 고작 세 번이 다였기에 나를 너무 믿지는 않길 바란다. 그냥 참고만 하자.


내가 근무할 유치원, 어떻게 알아봐야 하지?


8월, 2학기 시작이다. 4개월 뒤면 이직 시즌이다. 보통 12월 첫 주부터 구인구직이 시작된다.


적어도 1년을 근무하게 될 유치원. 어떤 기준으로, 어떤 것을 보고 결정해야 할지 많은 고민들을 할 것이다. 지난번 유치원 교사의 업무에 대한 글에서도 스치듯이 언급했지만, 모든 유치원은 '유아교육'이라는 커다란 목적은 같지만 그 목적을 향한 운영방법은 가지각색이다. 유치원의 교육이념, 지역, 교육프로그램, 원장의 운영방침에 따라 장단점이 두드러진다.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는 것이다.


이 글의 내용은 고경력 교사들이 본다면 이미 모두 아는 내용들일 것이다. 그래도 시간을 들여 작성하는 이유는 신졸/저경력 교사들을 위해서이다. 나는 올챙이 시절을 기억하는 개구리니까. 나는 신졸이었을 때 첫 유치원을 선택하는 것이 막막하다 못해 무섭기까지 했으니까....... 








자! 우리는 이것을 가장 먼저 알아야 한다. 세상에 '좋은' 직장은 몇 없다. '좋은' 직장은 티오가 잘 안 뜬다. '좋은' 직장에 티오가 떴다면 그들이 원하는 조건에 내가 부합하든 안 하든 한 번 찔러는 보자. (근데, 이력서 컷 당하긴 하더라...) 

'좋은' 직장으로 가는 버스는 떠나버렸고, 내 자리는 없다면 우리는 이제 '그나마 내 기준에 적합한' 곳을 찾아야 한다. 어떻게? 정보를 빡빡 긁어모아서!

다음으로 자기 스스로 직장을 결정하는데 무엇을 가장 중점적으로 볼 것이냐가 중요하다. 그 기준으로는 급여, 교사 관계, 업무 강도, 교통편, 나와 잘 맞는 교육 프로그램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 첫 유치원을 정할 때 교사 관계, 두 번째 유치원을 선택할 때는 '큰 유치원'에 가서 일을 많이 배우는 것, 세 번째 유치원은 통근 거리, 급여, 기존 교사들의 근속 연수를 주로 보았다. 심지어 출근 후 주차할 만한 공간이 충분한지 로드뷰로 살펴보기도 했다.


대부분 교사들이 고가네(유치원/어린이집 구인구직 사이트), 각 유치원의 홈페이지, 인터넷 카페, 지인들의 소식을 통해 정보를 모은다. 예비 교사들은 지인을 통한 유치원 정보를 모으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원하는 정보에 따라 고가네+α 로 찾아보자.


아래 이어지는 모든 글들은 이력서를 넣기 전에 정보 얻는 과정을 다룬다. 모든 정보는 면접에서 물어보는 게 가장 정확하다.


1. 급여= 고가네

유치원 교사는 직업이고, 교사에게 유치원은 직장이다. 직장이란 교과서 가라사대 무릇 자아를 실현하기 위한 곳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경제활동을 위한 곳이지 않은가? 급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게시글에 급여 부분을 아예 언급도 안 하는 곳은 과감하게 패스해도 된다. 급여 많이 주는 곳은 그것을 본 원의 장점으로 보고 게시글에 자세하게 써 놓는다. 


사립 호봉+이런 거+저런 거 쓰여있는 곳도 많은데 이런 거저런 거 어떤 것인지도 꼭 보자. 


정교사 채용에 처우개선비, 사학, 건강보험은 당연한 거다. 

<급여+처우개선비(나라에서 주는 거다.)+사학연금(국민연금 대신이다.)+건강보험>만 쓰여있다면 거의 기본급만 주겠다는 말인데, 그마저도 사립 호봉이거나 협의라고 쓰여있다면....... 박봉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립호봉+유치원 수당> 일 때 유치원 수당은 말 그대로 해당 유치원에서 따로 챙겨주는 수당이다. 금액은 유치원마다 상이하다. (몇만 원~ 몇십만 원)


요즘은 국가 호봉으로 주는 곳들도 많아졌다.

기본급은 사립 호봉이지만 따로 유치원 수당이나 상여금으로 국가 호봉만큼 맞춰주겠다는 곳이 있고, 기본급이 국가 호봉에 유치원 수당도 주고 상여금도 주는 곳도 있다. 사립 호봉과 국가 호봉 차이는 굉장히 크기 때문에 취업하는 연도의 호봉표를 꼭 확인해 보자.



2. 교육 프로그램, 전반적인 운영(교사 관계 제외)= 고가네+유치원 홈페이지+인스타그램

고가네에 유치원 프로그램(레지오/숲/발도로프/몬테소리/프로젝트 등)에 대해 기재하는 곳도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유치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각 유치원에서 선택한 교육프로그램과 유치원 전경, 홍보용 사진들을 볼 수 있다.

물론 홍보용인 만큼 예쁘게 잘 나온 사진만 볼 수 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 간혹 어떤 사진에서는 업무 강도가 보이기도 한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해 교사가 얼마나 피땀 흘렸을지.......)

요즘은 학부모들이 인스타그램에 유치원 관련 게시물을 올리기도 하니 한 번쯤 검색해서 보는 것도 쏠쏠하다.



3. 교사 근속 연수, 방과후 과정 운영, 전체 유아수, 학급 별 유아 수, 평가받은 연도= 유치원 알리미 

우리에게는 아주 좋은 정보 사이트가 있다! 바로 유치원 알리미! 학부모만 보라는 법 없다. 교사도 보자!


유치원 알리미 <- 링크

유치원 알리미 메인화면 - 전국 공/사립 유치원, 어린이집의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유치원 알리미를 통해 각 유치원의 정보공시를 조회할 수 있다. 이곳에서 유치원의 정확한 규모, 각 연령별 유아의 수를 대략적으로 알 수 있고 방과후 과정 운영 방법도 알 수 있다.

드디어! 올해부터 교사 한 명이 맡을 수 있는 최대 유아수가 정해졌다. 여전히 교사 한 명이 꽤 많은 유아를 책임져야 하지만 전에 비해 학급별 유아수는 덜 부담스러워질 것 같다. 적어도 혼자 30명 넘게는 안 맡겠지.......

그리고 해당 유치원이 언제 평가인증을 받았는지도 알 수 있다.

해당 유치원의 학급 수와 유아 수를 확인할 수 있다.


방과후 과정 독립편성의 경우, 정규-방과후 과정이 분리되지 않고 쭉 이어진다는 것인데 그 말은 즉!! 담임이 오후 4시~5시까지 담임이 계속 유아와 함께 생활한다는 의미다.

오후 재편성의 경우 방과후 과정 교사가 따로 있어서 정규 수업 이후 담임이 아니라 방과후 과정 교사가 돌봄을 한다는 것인데, 간혹 오후 재편성이어도 담임이 방과후 과정까지 맡는 경우도 있다. 


방과 후 과정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유치원 알리미에서 해당 유치원에서 근무 중인 전체 교원의 수를 알 수 있다.

학급 수보다 교사 수가 많다고 해서 남는 일손이 담임교사를 돕는다는 의미도 아니고, 학급 수와 교원 수가 일치한다고 해서 담임교사를 돕는 일손이 없다는 의미도 아니다. 

정보공시에 기재되어 있지 않지만 보조교사(부담임이 아니다.)나 청소원이 따로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치원 알리미를 통해서는 대략적인 정보만 참고하자.


교사 근속 연수를 알 수 있다. - 정보 입력 시기 기준

그리고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교사 근속 연수! 유치원 알리미를 통해 정보공시 입력 시기 기준으로 현재 근무 중인 교원들의 근속 연수를 알 수 있다.

나는 그게 무엇이든 어떤 분명한 장점이 있는 유치원은 오래 근속하는 교사가 많을 거라는 믿음으로 기존 교사들의 근속 연수를 깨나 따졌다. 혹시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유치원 알리미를 활용해보자.

하지만 그대가 한 가지 알아야 하는 것은 정보공시 입력 시기를 기준으로 하는 정보라는 것이다. 그대가 입사할 때 다른 교사들은 우르르 퇴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자. 



4. 원장의 운영방침, 교사 관계, 업무 강도 = 취업해서 다녀봐야 안다.

이건 답이 없다. 매우 친한 사람이 재직 중인 유치원이 아닌 이상 정확히 알 방도가 없다. 이것은 1년을 건 도박이다. 취업해서 다녀 봐야 안다. 갓 블레스 유....... 





여기까지는 모두 이력서를 넣기 전까지의 이야기이다. 혹시 그대가 이 글을 12월 이후에 보았고, 이미 이력서를 넣었으며, 면접이 기다리고 있다면 이것을 꼭 기억하자. 모든 정보를 가장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역시 면접에서 물어보는 것이다. 취업 전인데 이런 걸 물어봐도 될까 고민하지 말고 물어보자. 취업하고 물어보면 소용없다. (근데 나는 면접 사기당했다.)  
아주 간혹 면접 시 이야기했던 급여와 실제 수령하는 급여가 달라질 수도 있으니 중요한 것일수록 면접에서 한 번은 꼭 짚고 넘어가자.


신졸일 경우 담임이 아닌 부담임 겸 종일반 교사로 채용하려는 유치원이 많다. 담임으로 시작하는 것과 부담임으로 시작한 뒤 담임을 맡는 것 중 무엇이 더 좋다고 말할 수 없다. 어떻게 시작해도 많이 아프고 힘들 것이다. 다만 첫 1년에 배울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배워두자.





마지막으로 지~극히,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자 사실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자면, 담임교사를 돕는 손이 많은 유치원으로 가는 것이 좋다. 부담임/보조교사의 유무는 하늘과 땅 차이이므로! 

생각보다 교육 프로그램도 중요하다. 내가 재미있게,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유치원으로 가는 것이 좋다. 느끼는 보람의 크기가 달라진다.

그대가 경력이 적은 교사라면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유치원에서 근무해보는 것이 좋다. 그대가 보고 배울 고경력 교사가 있다는 것, 경력이 적을 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어떤 유치원에서 근무하게 되더라도, 행복한 교사가 되길 바랍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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