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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인오빠 Dec 18. 2015

빙하 타고 내려온 칼라파테

둘리가 타고 온 빙하일 수도...

추억의 만화 '아기공룡 둘리'를 보면서 노래를 흥얼거리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빙하 타고 내려와 친구를  만났지만...'이라는 가사가

기억나던 그곳.

좁고 답답하던 교실 안에서 배우던 과학 교과서에

영혼 없이 나오던 단어인 줄로만 알았던 빙하.

그 빙하를 눈 앞에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던 그곳.

여기는 '빙하'가 살아 숨 쉬는 아르헨티나 '칼라파테'

지구가 주는 선물이 고마울 때가 많다.



칼라파테 #1. 빙하 보며 말타기


한국에서도 타 보지 않은 말을

지구 반대편까지 와서 타게 됐다.

바릴로체에서 비행기를 타고 부에노스를 거쳐

다시 칼라파테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때였다.

숙소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하니 뭔가 하고 싶은데...

이미 빙하를 보러 가기에는 너무 늦었고,

그렇다고 하루 종일 숙소에서만 뒹굴기에는 심심해서

생각지도 않던 승마 투어를 하게 되었다.

오후 3시간짜리 짤막한 투어라 시간대도 딱 맞았고

무엇보다 먼발치에서 빙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저 멀리 에메랄드빛 자연의 신비가 보이는가?

나도 그렇지만 일행들 중에도

말을 처음 타 본 사람들이 많았기에

빙하만끽은 커녕 말끼리 안 부딪히려고 헛심만 썼다 ㅜㅜ

칼바람이 불어오는 바깥에 오래 있으니

계속 콧물이 나고 몸은 얼어

어서 빨리 실내에서 몸을 녹이고픈 생각이 앞섰다.

아마 우리를 태우던 말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으리라.

'오늘 애들 하나같이 엉성하니 얼른 태워주고 쉬자'

뭐 이렇게^^


여러가지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여행 중에 말도 타 보고 재미난 경험이었다.

말타고 세계 속으로!




칼라파테 #2. 드디어 보고야 말았다, 빙하!


칼라파테에 오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빙하를 보기 위해서다.

'페리토 모레노(Perito Moreno)' 빙하는

지구 온난화가 진행 중인 요즘도 그 규모가 커지고 있어

과학자들의 연구대상이기도 한 신기한 존재이다.

빙하는 칼라파테에서 버스로  2시간가량 떨어진

'페리토 모레노 국립공원' 안에 있는데,

국립공원 입장료도 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 두시길!

승마를 했던 전날과 달리 하늘이 꾸물거리는 것이

영롱한 빛깔의 빙하를 보기 힘들겠다는 직감이 들었다.

날이 흐려도 설산과 호수는 빛나는 칼라파테

졸린 눈을 비비며 버스에서 내리자

하늘에선 눈도 아닌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짜증낼 겨를도 없이 눈 앞에 펼쳐진 빙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곧바로 무장해제시키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지구상에 이런 곳이 실제로 존재할 줄이야...

내가 이런 곳에 직접 올 줄이야...

왜 하필 여기가 지구 반대편인 것일까...

참으로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가고 있었다.

블루칼라 총집합
태극기가 이 곳에서 펄럭거리길 바라는 건 욕심일테지




칼라파테 #3. 빙하 투어 꿀팁!


페리토 모레노 빙하를 제대로 체험하려면

빙하 위를 밟으며 자연의 위대함을 직접 느껴야 하는 법!

여기엔 빙하 투어인 '빅 아이스 투어'와

빙하 주변을 약식으로 걷는 '미니 트래킹' 이 있는데,

시기를 잘 맞춰서 꼭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나는 시기상 겨울에 이 곳을 여행해서

아쉽지만 이 투어들을 해 보지 못함이 두고두고 아쉽다.

투어 여부와 상관없이 국립공원 입장료만 해도

무려 260페소(우리 돈으로 약 3만 원)

아마도 그건... 다음번에 다시 와서 빙하를 밟으라는 것?

왜 하필 난 7월에 여길 갔을까 ㅠㅠ




칼라파테 #4. 빙하의 속살


먼발치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고? 물론 그렇다.

하지만 트래킹 코스를 따라 걷다 보면

빙하를 가까이서 바라보고 사진 찍을 수 있다.

안 된다고 실망하거나 결코 좌절하지 말 것!

카메라 줌 기능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며

간절히 원하면 우주도 도와준다고 누군가는 말했다.

단, 이따금씩 빙하가 무너지는 굉음이 들리는데

절대 우리를 해치지 않으니 안심하고 빙하를 즐기실 것!

넌 어느 별에서 왔니?
저 색깔 이름 공모합니다.
여행도 저렇게 누가 친절히 방향을 알려주면 좋겠어
다시 한번 저 곳에 서리라 믿습니다




칼라파테 #5. 여행 중에 겪은 소소한 재미


솔직히 칼라파테의 시내엔 큰 볼거리는 없다.

마치 우유니 시골마을처럼 그냥 소박하다는 느낌이 든다.

배고플 때 아르헨티나의 흔하디 흔한 소고기를 먹었고,

볼리비아에서 맛있게 먹던 송어요리를 다시 찾았으며,

눈 내린 새벽 거리를 걸으며 나 혼자 행복해했다.

그런 것도 여행이 내게 주는 자그마한 선물이다.

혼자서 밥 먹으러 갈 용기도 없이 어찌 여행을 가겠나?
아르헨티나 맥주 낄메스(Quilmes)는 사랑입니다
오전 8시, 해가 뜨지도 않은 어둠을 뚫고 눈을 밟을 준비
놀멍쉬멍 하던 칼라파테 시내를 다니면서...
빙하와 오버랩되어 노을빛이 유난히 슬펐던 칼라파테


Epilogue...

1) 칼라파테는 여름에 가더라도 옷을 든든하게 입을 것!

2) 빙하 투어시 간식은 꼭 싸가지고 갈 것!

3) 빅 아이스 투어는 신청자가 많으니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다.

4) 한인 민박이 그립다면 후지여관에 가보실 것!

    (단, 겨울엔 운영을 하지 않으며

     숙박은 선착순 입장으로 받음)

5) 직접 마트에서 파는 고기 값이 저렴하니

숙소에서 직접 구운 고기도 제법 맛있다.

    (같은 고기라도 식당 고기와 마트 고기값의 차이가

     어마어마)

직접 장을 봐서 해먹는 식사도 때로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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