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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지 Dec 18. 2024

칭찬 받을 때, 어떻게 답하시나요?

"No way....!!!"

얼마 전 둘째 H가 아파서 소아과에 가게 됐다. 친절한 미소와 함께 진료실에 들어오신 의사 선생님은 통역서비스 사용이 필요할지 여쭤보셨다. 미국은 워낙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이 많기에 어디든 언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책이 잘 마련되어 있는데 병원에서는 실시간 화상통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잠시 고민을 했지만 통역서비스 이용이 시간이나 품질면에서 만족스럽지 않았던 경험이 있어서 우선은 통역사 없이 대화를 해보다 문제가 생기거나 어려움이 있으면 그때 사용을 검토하자고 제안드렸고, 선생님도 그러자고 하셨다.      


병원 방문이 한국처럼 쉽지 않은 미국 특성상 며칠간 진료를 기다리며 궁금했던 H의 증상, 집에서 해야 할 일 등에 대해 묻고 답을 듣고 나니 긴장했던 마음이 개운하게 풀어졌다. 선생님은 H에게 진료 멋지게 잘 받았다며 포켓몬 스티커를 선물로 주시고서, 나에게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하셨는데 영어실력이 저보다 나으신데요?”라고 칭찬을 해주셨다.      


예상치 못한 칭찬에 대한 나의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쿨하게 “감사해요!”라고 대답했으면 좋으련만.. 나는 “No Way...!”라고 말하며 손사래를 쳤다. 실제로 현지인인 선생님보다 내가 영어를 잘한다는 뜻은 당연히 아니었을 텐데, 기대한 것보다는 나았으니 앞으로도 공부 더 열심히 하라는 응원이었을 텐데 나는 왜 그렇게도 어색해하며 두 손을 힘차게 내저었을까. 조금 깊은 대화로 이어지는 순간마다 나를 막아서는 언어장벽 때문에 조바심이 나던 요즘, 오랜만에 받은 격려라 사실 마음속으론 정말 기뻤음에도 불구하고 고작 ‘No Way...!' 라니... “아뇨, 그럴 리가요.. 저 영어 못한다고욧!!!”이라고 말한 꼴이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엔 아이 학교 선생님께도 “휴대폰 케이스가 예쁘네요!”, 마트 점원에게도 “운동화가 멋져요”라는 칭찬을 받았는데 그때에도 나는 패션 센스를 인정해 줘서 고맙다는 말대신에 재빨리 판매처 정보를 공유했더랬다. 그들은 나의 대답에 환하게 웃어주었지만 속으로는 조금은 무안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왜 칭찬이 이렇게 어색할까? 그 정도로 칭찬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해도 어차피 ‘그 정도’의 기준도 정해주는 사람이 없는데. 더 이상 겸손이 미덕이 아닌 시대지만 칭찬하고 칭찬받는 일이 일상적이지 않은 한국의 ‘신중한’ 칭찬 문화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스스로에 대해 ‘이 정도는 충분하지 않다’고 몰아붙이는 성향 또는 자존감의 문제일까?      


생각해 보니 가벼운 칭찬이든 무게감이 있는 성과에 대한 칭찬이든 칭찬은 ‘인정’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칭찬을 주고받는 사람 간의 호감과 신뢰의 신호이자 좋은 상호관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의 일부이고, 그것을 잘 받고 주는 것에도 나와 상대방에 대한 믿음과 존중이 필요하다. 나 자신이 스스로 칭찬을 받고 줄 만한 좋은 사람이라는 스스로에 대한 다정하고 건강한 마음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칭찬을 받았을 때 반색하며 여유 있는 마음으로 감사인사를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하루를 보내는데 힘이 될 좋은 칭찬을 하고 싶다. 당장 내 곁에 있는 아이들이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아이로, 칭찬을 잘 받고 잘 하는 아이들로 자라는데 돕기 위해서라도 나에게 세심한 관찰력과 칭찬력이 필요한 것 같다. 이런 사려 깊고 다정한 칭찬들이 그리고 인정 받은 그 순간을 즐기는 감사가 우리의 매일을, 우리 자신을 조금 더 좋은 모양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나는 좋은 칭찬 한 번으로 두 달은 살 수 있다.(Mark Twain)"

"칭찬은 함부로 던져버리지 말아야 할 선물이다.(외국격언)"

우선 이곳 미국에서 칭찬을 잘 듣고 잘하기 위해서 영어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하자고...!




* 오늘의 글과 찰떡인 영어 표현 공유 (가칭 '찰떡영어')


<  기분 좋은 칭찬을 들었을 때 ‘Thank you.’ 보다 좀 더 예쁘게 말하고 싶다면?  >

 - You brighten (up) my day! That brightened my day!

 - You made my day! (Your words truly made my day.(좀 더 격식 있는 표현))

 - That means a lot to me.

 - I’m really grateful you noticed.

 - I learned from the best. (상사나 선생님께 칭찬받았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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