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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색이야

본격, 들어가기 전 쓰는 글

by 박나비

왠지 모르게 불안하신가요.

밖이 밝아도 우울하시구요.

누워 있어도 초조하시군요.

첫사랑을 만나러 가는 길도 아닌데 평소에도 막 긴장되신다고요?

싸울 일도 아닌데 별거 아닌 일에 흥분하실 때는?

많으시다구요? 흠, 그렇군요.

아, 가슴이 답답하다고 느끼실 때가 간혹?

그쵸. 당연히 있으실테구요.

영양제, 비타민 등등 다 챙겨 먹어도 피로감은 여전하고 피곤함은 가시질 않지만 또 불면이실테고.


어떻게 이렇게 잘 아냐구요?

왜겠어요. 척하면 척이지.

과부사정은 홀아비가 안다고, 아 이런 표현은 이제 좀 그렇죠.

동지니까,

동료니까,

아는거죠.


이런 나와 당신에게

본격 심리안정 에세이,

'그레이색이야'를 권해드립니다.


제목을 읽으실 땐 아래 유의사항을 참조해 주세요.

- '그레이'는 빠르게 한 음절처럼 읽어주세요.

- '그레이'를 읽었다면 반템포 쉬어주세요.

- '색'은 받침을 너무 또렷하게 내지 말아 주세요.

- '이야'는 '색'의 받침을 그대로 가지고 온다는 느낌으로 읽어주세요.


유의사항 다 읽어보셨나요?

그럼 다시 한번 제목을 읽어볼까요?

아니, 마음속으로 말고요.

직접 입 밖으로 소리 내서 읽어볼게요.

자, 시작~

뭐라고요?

잠시만요, 다시요.

다시 한번 읽어보시겠어요?

좀 더 크게!


네! 됐습니다!

그만하세요!

이제 그만 읽으셔도 됩니다!

그만하셔도 된다니까요!

쓰읍! 이제 그만!

듣는 제 기분이 나빠지려고 하는 걸 보니 유의사항을 제대로 읽으신 것 같네요.


아휴, 애들도 아니시면서 어쩜 이리들 짓궂으실까요.

출발이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그레잇! 색기야!


세상엔 무수히 많은 색들이 있습니다.

빨강 파랑 노랑 초록 보라 검정 하양 주황..

이 색깔들 안에서도 다시,

짙고 옅고

밝고 어둡고

건조하고 습하고

따뜻하고 시원하고.. 등등등

에 따라 수 없이 많은 색들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여기서 질문 하나.

이 무수히 많은 색들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무엇일까요?

그렇죠! 제목이 왜 저거겠어요.

맞습니다. 딩동댕.

회색입니다.


회색.

일명 쥐색이라고도 하지요.

영어로는 그레이.

영어 말고 다른 언어로는 잘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누군가 물어보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당당하게 대답합니다.

"너는 무슨 색을 가장 좋아하니?"

"그레이색이야!"


검정은 너무 어둡구요.

하양은 너무 밝아요.

그래서 검정과 하양사이, 그 중간즈음인 회색이 저는 가장 좋습니다.

회색에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거든요.


- 그렇게 어정쩡하게 있지 말고 입장을 분명히 해

- 이쪽이야 저쪽이야

- 그래서 하자는 거야 말자는 거야

- 좋다는거야 싫다는거야

- 짜장면이야 짬뽕이야


어렸을 때부터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늘 이런 일들의 연속입니다. 그리고 한쪽으로 확실히 의사표명을 하지 않으면 이제 이런 말들이 뒤따르죠.


- 쟤는 주관이 없어.

- 얘가 딱 부러지지 못해.

- 걔는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이야.


아니, 꼭 한쪽편만 들어야 됩니까?

좋은 거 아님 싫은 건가요?

세상을 꼭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봐야 직성이 풀리십니까?

세상엔 검정도 아니고 하양도 아닌 회색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겁니다.

짜장면과 짬뽕으로 구별 짓지 못하는 우동파도 있는거라구요.

그게 세상입니다.

우리가 별종이 아니라, 우리가 나약한 게 아니라구요.

검정을 택하고 하양을 택하듯이 그레이를 택하는 사람들이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세상입니다.


본격, 언제 들어갈지는 저도 몰라요 ㅎㅎ

이번 달에 제 신상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 같은데요, 예상대로 된다면 제대로 한 편씩 올려보겠습니다. 일와스 뒤로 연재일을 지켜본 적이 없어서 이번 글은 연재 브런치북으로 만들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재글입니다. 와우 놀라워라. 틈틈이 만나요 우리.

참 오늘 너무 춥더라구요. 감기 조심하세요~


*이미지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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