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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지질지질 내리던 오후.
오늘따라 사람들 손에 들린 우산에 눈길이 갔다. 양복신사가 쓸 것 같은 커다란 회색 장우산, 꽃잎이 잔뜩 내려앉은 거 같은 그림이 그려진 분홍 우산, 생필품 매장에서 파는 가장 싼 비닐우산... 그것마저도 참 제각각이구나. 그냥 별생각 없이 바라보다 집으로 왔다.
그런데 김밥은 아니었다.
송내역 근처에서 발견한 2천 원짜리 김밥을 보고 대박, 요즘도 2천 원짜리 김밥이 있네 호들갑 떨다가 어디선가 봤던 슬픈 대화가 떠올랐다.
2천 원짜리 김밥을 파는 가게 사장님께 요즘 물가에 어떻게 김밥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있냐고 물으니 요즘 다들 힘들잖아요 라는 착한 대답 대신 타인의 생사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는 이야기였다.
"2,000원이던 김밥값이 500원만 올라도 폐지 줍는 어르신이나 노숙하는 분들은 하루 한 끼 혹은 그날 하루를 굶게 되거든요."
어라, 500원이 한 사람에 건강과 영양실조를 잡고 흔드는 건 좀 이상한 거 아닌가? 돈 같지도 않은 500원이 사람한테 막 그렇게 영향력 있으면 안 될 거 같았다.
이후 지나가는 길에 가난해 보이는 누군가를 볼 때마다 마음이 꺼끌거렸다. 차라리 그 글을 보지 못했더라면, 그래서 그런 사정을 몰랐더라면, 더 자주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도 들었다.
3,000원이 넘는 김밥 한 줄 쉬이 사 먹을 때마다 지금 내 처지를 조금 더 감사하게 된 건 좋은 점이지만.
가끔 돈 몇 푼이 사람 목숨 쥐고 흔들 때면 인간사가 마치 그 값으로 떨어지는 거 같아서...
그런 가끔에는 자꾸 그런 생각이 든다.
정말... 돈 나고 사람 난 거 아닌 거 맞지...?
사람들 사는 모습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꾸 그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