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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구름 Apr 24. 2024

설마 돈 나고 사람 난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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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지질지질 내리던 오후.

오늘따라 사람들 손에 들린 우산에 눈길이 갔다. 양복신사가 쓸 것 같은 커다란 회색 장우산, 꽃잎이 잔뜩 내려앉은 거 같은 그림이 그려진 분홍 우산, 생필품 매장에서 파는 가장 싼 비닐우산... 그것마저도 참 제각각이구나. 그냥 별생각 없이 바라보다 집으로 왔다.


그런데 김밥은 아니었다.

송내역 근처에서 발견한 2천 원짜리 김밥을 보고 대박, 요즘도 2천 원짜리 김밥이 있네 호들갑 떨다가 어디선가 봤던 슬픈 대화가 떠올랐다. 요즘 물가에 어떻게 김밥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있냐는 질문과 요즘 다들 힘들잖아요 라는 착한 말 대신 타인의 생사이야기하시는 어느 김밥 가게 사장님에 대답.


"2,000원이던 김밥값이 500원만 올라도 폐지 줍는 어르신이나 노숙하는 들은 하루 한 끼 혹은 그날 하루를 굶게 되거든요."


어라, 500원이 한 사람에 건강과 영양실조를 잡고 흔드는 건 말이 좀 이상한  아닌가? 돈 같지도 않은 500원이 사람한테 막 그렇게 영향력 있으면 안 될 거 같은데!? ㅇㅁㅇ 이후 지나가는 길에 누군가를 볼 때마다 마음이 꺼끌거렸다. 차라리 그 글을 보지 못해서 그런 사정이 있다는 걸 몰랐다면, 더 자주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도 들었다.


이후 3,000원이 넘는 김밥 한 줄 쉬이 사 먹을 때마다 감사하게 되었고 폐지가 잔뜩 쌓인 리어카에 새 비누나 치약을 몰래 올려놓고는 한다. 돈 나고 사람 난 거 같은 그 자리에 사람이 먼저라고 조그맣게라도 표시라도 내고 싶어서. (ꐦ°꒫°)


그런데 이것만이 아니다.

집안 경조사로 이 사람, 저 사람 여럿 모인 자리에 참석하던 날. 수십 년 만에 본다며 반가운 목소리와 어색한 미소로 인사하던 어른들은 곧 다른 말로 잘 포장해서 경제력 수준에 대해 물었다. 회사는 어디 다녀? 그럼 집은 회사 근처에 있고? 거기 집값 비싸지 않아??


많지 않은 질문에 답만으로도 얼추 당사자의 재력 수준을 알 수 있는데 이상한 건 그다음이다. 그런 말오가 으레 한쪽은 형님처럼 굴고 다른 한쪽은 아이고~ 형님~하는 아우처럼 굴었다. 후자는 대부분 돈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나였다. =,.=


부자라고 하면 우와~ 하고 어떻게 부자가 됐을까? 눈을 반짝이며 궁금해한다. 그리고 아쉬운 건 늘 궁금해하는 쪽이라. 나도 모르게 상대에 말과 기분을 맞추게 된다. 그러다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후들겨 맞는 현타. 내가 왜 사람 인격을 안 보고 돈 때문에 그랬지...? ㅜㅜ


어린아이들보다 어른들에게서 자꾸 흔하게 보게 된다. 인성보다 재력에 따라 스스로를 낮추고 높이는 모습들. 나도 어른이 된 건가... ㅎ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설마... 돈 나고 사람 난 건 아니겠지...?

사람들 사는 모습을 보다 보면 자꾸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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