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삭이듯 얘기하는 6세 반 샘은 아이와만(?) 대화하는 것 같다. 그래서 늘 엿듣고 싶어 진다.
그반 아이들은 등원하면 담임샘부터 찾는다.
"ㅇㅇㅇ선샘님(이름을 정확히 부르며) 어디어요?
밤사이 있었던 일들을 빨리 이야기하고 싶은 모양이다.
크리스마스 행사가 끝나고 3일 연휴를 앞둔 금요일
나는 분주히 마감을 하고 있었다.
교사실에선 내년에이직의사를 밝힌 6세 반 샘을 앉아놓고 원감이얘기를 하고 있었다. 잘린 말자락만 들어도 내용이 대충 짐작 갔다
어머니들이 주신간식은 작은 것이라도 먼저 원장님한테 알리고 원장님이 샘들 드시라고 하면 그때 먹으라는 또 그 얘기였다.
며칠 전 6세 반의 하정이가 작은 밀폐용기에 호두강정을 가져왔다. 어머니가 만드신 건데 반아이들과 한두 개씩 맛보라고 보내셨다고했다. 내게도 줘서 한 개 먹었었다.
".... 그래야 원장님이 보내주신 어머니와 마주쳤을 때감사인사라도 하는데....내용을 모르는 원장님은 당황하신 거예요.... 나한테라도 했으면 원장님에게 미리귀띔이라도 했을 텐데.... 그렇잖아요 선생님...."
원감은 특유의아나운서 같은 목소리로 더없이 따듯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를 했고,이런 상황에서 신임샘들은 대부분 울었다.
부끄럽고 민망한상황으로밀어놓고 자상하게 말로구제해 주는듯하니 알 수 없는 감정이 올라오는 것이다.
하지만 그얘기에 방점은 '나한테라도'에 있다.
원장이 당황하고 어쩌고는 다 뻥이고,
자기가 원장을 극진히 대하는 것처럼 자기한테도 뭐든 갖다 바치고챙겨달라는사심 어린얘기이다.
이걸 여기서 나만이 알아들을 수 있다는 건 대단한 고독감이다.
크리스마스 행사가 있었던 날
자신이 저질렀던 실수들은(각 가정으로 케이크 만들기 키트를 보내면서 생크림은 빼서 보내고, 행사날짜 바뀌었는데도 케이크 주문변경 안 해서 케익 하나만 오게 하고,외부행사 나가면서 휴대폰 두고 나가 원장 전화 불나게 만들고.....) 벌써 잊고 저렇게 태연하게 샘들 지적질을 하고 있는 거다.
중요한 전달사항이 있는 줄 알고 메모를 하려다가 아무것도 쓰지 못한채 볼펜을만지작거리고있는 6세 반 샘을 두고나는퇴근 했다.
원감이 나갈 샘들을 또 못살게 구는 걸보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것도 크리스마스연휴 전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