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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나무궁전 Mar 10. 2021

나는 천재가 아니었던 것이었다.

왜 이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까

그렇다. 나는 천재가 아니었다. 단 한 번도 내가 천재였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항상 결과물을 마주할 때면 실망하고 좌절했다. 천재가 아니었기에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인데 계속 천재가 했을 정도의 결과를 기대하고 실망한다. 


무언가 처음 시작했을 때는 그래, 처음이니까 잘 못 해도 괜찮아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지만 한 두 번 경험이 쌓이면 점점 잘 하게 될 것을 기대하게 된다. 물론 처음보다는 잘 하게 되지만 아직 원하는 수준만큼 오르려면 한참 남았다. 하지만 빨리 잘 하고 싶고 내가 만들어낸 것이 좋은 결과물로 척척 이어질 것을 기대하게 된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갈수록 결과물에 대한 기대치도 함께 쌓아지는 것이어서 오래 두고 만든 것은 더욱 결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다. 하지만 아직 그렇게 속도가 나지 않는 초보자는 그 하나를 완성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시간이 걸리고, 기대는 높아지고, 결과물은 좋지 않고, 실망하고, 좌절하는 과정의 연속.


하지만 잘 하게 되기 까지는 많은 실패의 시간이 필요하다. 노력이란 실패의 시간을 견디는 힘일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애쓰며 하는 행위 자체도 노력이지만 그렇게 애써 행한 행위의 결과물이 실패로 돌아왔을 때 무너지지 않고 다시 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더욱 큰 것 같다. 그런 힘은 어디서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그런 힘을 얻을 수 있지? 매우 당연스런 정답은 될 거라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희망이겠지. 하지만 좌절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에게 힘내라는 말이 무슨 소용인가. 밥이 없으면 빵을 먹으라는 말처럼 좌절해보지 않은 사람이 던지는 가벼운 한마디로 들릴 뿐이다. 


역시 난 소질이 없나 이렇게 또 새로운 시도를 져버려야 하는 걸까 하는 포기의 구렁텅이에 빠져있을 즈음, 소질이 없음은 곧 재능이 없음이고, 그것은 곧 천재가 아님을 깨달았다. 그래, 난 천재가 아니었는데. 왜 천재가 했을법한 결과물을 기대했을까. 아이러니하게 천재가 아님을 깨닫자 나의 결과물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난 천재가 아니었어! 그러니까 이렇게 금방 잘 할 수 없는게 당연한거야. 결과가 좋으려면 천재처럼 해야지. 


아직 한참 부족하다는건 알지만 그게 결과물로 나왔을 때는 그 생각이 이어지진 않나보다. 결과물은 내가 그동안 시간과 공을 들여 만든, 부족한 면이 있어도 사랑으로 감쌀 수 있는 내새끼이기 때문이다. 내새끼를 바라볼 때는 객관적일 수 없다. 엄마 눈엔 안 예쁜 자식 없는 것 처럼. 그래서 어딜가나 사랑받길 바라는데, 내 눈에만 예쁘지 다른 사람들 눈에는 예쁘지 않다니 실망하고 좌절하게 된다. 초기 무한도전의 무모한도전에서 맴버들이 도전에 실패할 때마다 외치는 대사가 있다. "000은 에이스가 아니었습니다!" 기쁜 소식이라며 외치는데, 에이스가 아니었기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 당연하다며 기뻐한다. 그들은 계속 실패했지만 굴하지 않는 도전에 국민들의 사랑과 응원을 받았다. 결과물이 기대에 못미칠 때는 다시 한 번 되뇌어보자. "나는 천재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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