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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잘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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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다감 Jun 07. 2023

왜 그래야 하지?

답하고 지나가세요.

살면서 왜 그래야 하는지 잘 모르면서 그냥 하는 일이 많다. 


착하게 살기, 열심히 살기, 공부하기, 취업하기 같은 것이 그렇다. 때론 인스타에 사진을 올리거나 쇼츠를 보고 있는 일에서부터 결혼, 출산, 집 장만 같이 규모 있는 일까지 왜 하고 있는지 모르면서 그냥 한다. 


왜 그래야 하는지 잘 모르는 일을 그냥 그렇게 나이와 상황에 밀려 당연한 듯 열심히 하다 보면 문뜩 억울한 마음이 들때가 있다. 어딘가에 갇힌 듯 답답하다. 시키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정확한 이유도, 나를 가로막는 벽도 보이지 않는데 그냥 혼자 억울해 진다. 그러다 좀 괜찮아지면 다음 할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르고 그냥 또 시작한다.




문뜩문뜩 억울해지는 건 아마도 진지한 사춘기를 보내지 않아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내가 누구고, 여기가 어디고,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경험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청소년기에 틀에 박힌 교육 시스템 안에서 점수 매기기 급급하다 보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물음에 답을 찾지 못하고 성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사춘기 때 진지한 고민을 들고 있으면 낙엽 떨어지는 소리도 슬프냐거나 반항하냐거나 한 창 궁금할 때라거나 시답잖게 여기고 고민을 우습게 대하기 일쑤다. 한창 예민하고 어른의 평가에 거부감을 느끼는 시기에 유치하지 않은척, 진지한 고민 따위 하지 않는 척 했었다. 쓸데 없는 생각 말고 공부나 하라는 어른들의 핀잔에 인생의 답을 찾는 유치한 행동을 궂이 하지 않아도 대학에 가면 인생 답안지를 받게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좋은 대학을 못 가서 그런가 답지는 커녕 졸업과 함께 고난이도 인생 실기 시험이 시작됐다. 나에 대해서도, 사회에 대해서도, 인생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르고 전공하나 정했을 뿐인데 이제 어른이니 어른답게 잘 살아보라니 이만저만 당황스러운 게 아니었다. 


내 마음은 인생 답안지를 기다리는 아이인데 세상은 나를 성인으로 분류시켰다. 막막함과 억울함은 그때부터 시작 됐는지 모르겠다.



발달심리학에서 말하기를 신체 발달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달 단계를 지나며 성인으로 성장하지만 심리발달은 정서적인 미해결 과제가 생긴 시점에 고착되어 성장을 멈춘다고 한다. 반드시 그 시기에 했어야 하는 물음과 답을 경험하고 이해하거나 용서하고 지나와야 다음 발달 단계로 성장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심리학에서는 게임이라 용어를 쓸 때가 있다. 유년이나 청소년기에 심리발달이 고착된 성인들이 어른인 척하면서 고착된 어린 자아로 대인 관계하는 것을 '게임한다'라고 말한다. 말솜씨나 행동등 걷보기에는 어른들의 대화이지만 숨은 의도를 돌이켜 보면 자기중심적이거나 타인의 도움이 당연시 하는 유아적 사고방식을 고집하는 경우다. 자신의 미해결과제를 진지하게 돌보지 않으면 자신의 심리적 발달 단계가 어느 시점에 고착되어 있는지 스스로 알기 어렵다.


만약 당신이 지금 내가 왜 착하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면서 그냥 착하게 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면, 그래서 밤낮으로 스트레스에 압도되어 있다면 심리 상태가 자기 삶의 주인인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했을 수 있다. 


유년의 상처나 무의식까지 돌아가지 않더라고 청소년기를 제대로 지나 어른이 되어보자는 마음으로 진지하게 내가 누구고 착하다는 건 뭔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 왜 그렇게 살지 못하는지, 두려움의 대상은 무엇인지, 그것이 실체인지,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뭔지 내면 대화를 시작하고 선택과 책임의 주인이 되면 좋겠다.


만약 당신이 지금 내가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면서 공부에 파묻혀 살고 있거나 왜 결혼을 해야 하는지 모르면서 결혼을 준비하거나 회피하고 있다면 이 역시 진지한 사춘기를 다시 한번 경험할 용기를 내어보면 좋겠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지만 그래도 '나를 아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내가 왜 그래야 하지?'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묻고 답해보자. 자기 확신을 가지고 선택하고 책임지는 대범하고 자유로운 어른으로 성장하자.






ps. 각자의 답을 자기 나름으로 반드시 찾아 안정과 자유를 찾길 바래요. 저 역시 묻고 답하길 공유하면서 정답 없는 세상에서 응원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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