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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다감 Apr 02. 2024

공부를 시작할 수가 없는데 어떡해!

'거품 안에 뭐가 있어' 연재소설 2화

공부는 지루하고 정말 하기 싫다. 


공부를 하려고 하면 그밖에 해야 할 일이 수 백가지가 머리에 떠오른다.  

어떤 환경을 만들어야 공부가 잘 될지, 

내가 커서 뭐가 되고 싶은지, 

나는 어떤 모습의 어른이 될 건지, 

지구를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나에게 못되게 구는 그 애한테 내가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을지 같은 선행되어야 할 긴급하고 중요한 문제들이 떠오른다. 그래서 해결방안을 모색하느라 도저히 공부를 할 수가 없다. 이렇게 중요한 일들을 해결하지 않고 어떻게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단 말인가! 


다행스러운 건 내 단짝 지은이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 잘 통한다. 어른들은 도대체 왜 그렇게 생겨먹었는지, 이상한 친구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 세상은 왜 이렇게 불공평하게 흘러가는지 쉬는 시간에 하굣길에 그리고 지은이네 집에 숙제하러 가서도 계속해서 이야기 나눈다. 그러다 보면 위로가 되고 숨통이 트인다. 덕분에 어리석은 세상과 어른들을 그럭저럭 용서하면서 지낼 수 있다.


'어른들은 몰라요~ 어른들은 몰라요~'

내 마음을 정확히 표현하는 노래가 있어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며 따라 부르면 위로가 됐다.


아무튼 공부를 하려고 해도 공부를 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일들이 떠올라 공부를 하기가 너무 어렵지만 그래도 공부는 해야만 한다. 그것도 매우 잘해야 한다. 왜냐하면 좋은 성적도 받아야 하고 대학도 가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좋은 성적을 받고 대학에 가는 일이 내 고민들보다 중요하지도 않고 내가 그다지 바라는 일도 아니라 끌리지는 않는다.


그래도 공부를 잘하고 싶긴 하다. 왜냐하면 공부를 못하는 건 창피하고 답답하기 때문이다. 


공부 잘하는 애들은 뭔가 똑 부러지고 깔끔하고 당당하고 사랑받는다. 그런데 공부를 못하는 나는 선생님의 관심을 받지도 못하고 학교에서 투명 인간인 것 같은 느낌도 받고 엄마 아빠의 골칫거리가 된다. 그래서 속상하고 미안하고 부끄럽고 초라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이해가 안 가는 문제 앞에 놓였을 때 알아듣지 못하고 어쩔 줄 모르는 느낌은 너무 숨이 막히고 갑갑하다.


아무래도 나에게 중요한 문제들을 빨리 풀어버리고 공부에 전념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내가 공부를 시작하면 나는 공부를 굉장히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내가 어떤 어른이 될지, 지구를 어떻게 살릴지, 내일 학교에서 못된 그 애를 만나면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고 알아주지도 않으니 문제를 내려놓을 수 없어 답답하다. 나에게 중요한 문제 중 단 하나도 내 힘으로 풀어지지 않으니 정말로 진짜로 너무나 너무나 답답할 노릇이다. 


잘하는 것이 엄청 많은 나지만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이대로 어른들에게 밑 보이고 혼나기만 하면서 살아야 한다면 그건 너무 속상하고 정말 최악이다. 지금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내 인생 유일한 부족함인 공부. 누구보다 잘하고 싶은데도 중요한 인생 문제에 가로막혀 공부를 할 수가 없으니 난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지은이와 이야기하면서 위로는 되지만 사실 나는 지혜로운 어른의 적극적인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 그런데 대충 봐도 선생님이나 부모님은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혼만 내고 있으니 도움 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럼 난 어쩌면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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