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O <뉴스룸 시즌1>, 저널리즘의 품격을 보여주다.
뉴스를 상품으로만 여기는 ‘언론계 장사꾼’들은 이상한 고정관념이 있다. 좋은 뉴스는 수익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 고정관념은 아직까지 유효하게 작용되는 것 같다. 미국 HBO의 <뉴스룸>을 비롯해 저널리즘을 다루는 수많은 드라마, 영화에서 뉴스의 질과 수익성 간 가치 충돌은 반복해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룸>의 뉴스라이트 2.0 수석PD인 맥켄지 맥헤일은 언론계 장사꾼들에게 통쾌한 한방을 날린다. “좋은 뉴스가 인기 있으면 안 되는 법이 있어? 우리는 내용까지 훌륭한 인기 있는 뉴스를 만들 거야. 그건 불가능하지 않다고.”
<뉴스룸>은 시즌 내내 시청자에게 말한다. 뉴스의 질과 수익성은 반의어가 아니며, ‘좋은 뉴스’를 보도하는 것이 언론사가 레드오션인 시장에서 살아남을 유일한 길이라고.
그렇다면 좋은 뉴스란 무엇일까? 결과만이 그럴 듯이 포장한 뉴스는 좋은 뉴스가 아니다. 결과보다도 과정이 더 중요하다. 좋은 뉴스는 뉴스 아이템에 대한 선정부터 취재, 보도 방식까지 모든 과정에서 치열한 고민 끝에 탄생한다. 맥켄지가 제시한 4가지 보도 기준은 좋은 뉴스에 필수적인 것이다. 투표장에서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지, 정확한 출처에서 나온 최선의 정보인지, 정보의 배경이 있는지, 양측의 주장이 존재하는 말인지를 따진다. 이 기준은 한 가지 목표에 수렴한다. 민주주의 사회의 유권자가 정확한 정보를 가지는 것이다.
그러나 저널리즘 윤리에 맞는 좋은 뉴스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매일매일 새로운 내용을 찾아 보도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뉴스룸>에서도 여러 위기가 등장한다. 가브리엘 기퍼즈 하원의원이 헤이터들에게 총격 피습을 당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NPR, CNN 등 수많은 경쟁사가 앞다퉈 사망했다고 보도한다. 아직, 사망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사실보다 속도가 우선이었다. 언론사 간부는 스튜디오에 쳐들어가 당장 보도하라고 압박한다. 1분1초를 다투는 속보경쟁에서 보도가 1초라도 늦으면 시청자 1000명이 떠나기 때문이다. 이때, ACN 뉴스 PD 돈 키퍼가 최고의 <뉴스룸> 명대사가 나온다.
“사망선고는 의사의 일이지, 뉴스의 일이 아니다.”
경쟁사의 보도에 따라갈 뿐, 기퍼즈 의원의 사망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었다. 2014년 4월 16일에 한국 언론사 중 어느 한 곳이라도 이 사실을 인지했다면, 한국 언론의 신뢰도가 지금과 다르지 않았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좋은 뉴스가 생산되지 않는 또 다른 원인은 좋은 뉴스가 수익성이 없기 때문에 아예 만들지 않는 것이다. 좋은 뉴스는 독자들이 보지도 않고 관심조차 없다고 여긴다. 좋은 뉴스의 대척점 중 하나가 황색 저널리즘이다. 선정적인 보도는 초반에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자극’을 받은 몸은 ‘적응’을 한다. 김이 펄펄 나는 온천물에 들어가도 1분만 지나면 따뜻하게 느낀다. 몸이 온도에 적응을 한 것이다. 뉴스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대중은 자극적인 뉴스에 빠르고 거센 반응을 보이겠지만 이내 적응할 것이다. 이전과 비슷한 정도의 자극적인 뉴스에는 그때만큼 빠르고 거센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더 자극적인 보도는 차별이 될 수 없다. 연이은 자극은 피로감을 불러온다. 성추문, 폭력, 각종 비리 등을 저지른 정치인들을 보며 정치혐오에 걸리듯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뉴스만 가득한 뉴스에 대중은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경쟁은 언론 전체가 몰락하는 치킨게임일 뿐이다.
대중의 인기와 뉴스의 질을 모두 얻기는 어렵다. 그러나 양립 불가능하지도 않다. 뉴스라이트 2.0의 앵커 윌 맥어보이는 인기도 있는 좋은 뉴스를 만든다는 맥켄지에게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에 맥켄지는 이렇게 대답한다.
“어떻게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 우리가 그렇게 하기로 했으니까!”
할 수 있다고 믿는 순간, 할 수 있다. 쉽지 않지만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할 수 있는 일이다. 맥켄지는 5%의 힘을 믿는다. 좋은 뉴스를 찾는 사람이 5%밖에 안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5%가 미국을 바꿀 수 있다. 이것이 100만명이 보는 나쁜 뉴스보다 100명이 보는 좋은 뉴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뉴스룸> 마지막 화의 제목은 더 큰 바보(The Greater Fool)다. 윌 맥어보이는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 바보들(The Greater Fool)이 세상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간다”고 말한다. 우리는 인기 있는 좋은 뉴스를 만드는 더 큰 바보가 되어야 한다. 한국 언론에도 더 큰 바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