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혈모세포협회에서 정밀 유전자검사 결과 연락을 받은 날이었다. "맞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아쉬움보다 해방감이 컸다. 왜냐하면 여행을 가야 되니까. 그때만해도 조혈모세포 기증 일정이 어떻게 될지 몰라 방학을 모조리 저당 잡혀 있었다. 좋은 마음에서 시작된 거지만 이것저것 걸리는 것이 많았다. 그래서 더 그랬나.
막연히 가고 싶었던 미국은 일정과 가격이 아무래도 아쉬웠다. 그 가격으로 1주만 다녀온다는 건 아까웠다. 그러던 차에 유투버 언니네 영상관의 몽골 캠핑영상 시리즈를 보게 되었다. "저곳이다." 그 느낌이 왔다.
동행을 구해야 한다는 정보를 얻고, 제일 처음 들어간 오픈카톡방. 날짜가 맞아서 그냥 바로 항공권을 샀다. 더 따져보지도 않고 "이곳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여행을 간다"는 그 자체였다. 어디인지 누구랑 가는지는 눈에 별로 들어오지 않았다. 눈에 담을 시간과 여유도 없었다. (기말고사, 프로젝트, 세미나 준비 등등) 그냥 이 고비가 끝나면 여행이 기다리고 있다는 그것 하나로 버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