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은 자유여행이 불가능한 나라다. 외국인이 운전을 할 수 없다. 법적으로 국제운전면허증이 한국과 공유되지 않는 나라다. 협약이 다르다나 뭐라나. 그렇다고 몽골 넓은 땅을 걸어 다닐 수도 없고, 대중교통은 바라지 마시길. 그럼 결국 남는 건 여행사를 통한 여행이다.
그런데, 이 여행사를 통하는 방식이 조금 독특하다. 가이드와 차량이 있으면 여행준비의 80%를 마친 셈인데, 이 가이드와 차량(기사까지)에 드는 비용을 그 차량에 탑승하는 사람이 1/n을 하는 구조다. 국내 여행사에도 몽골 패키지가 있긴 하지만 내가 원하는 고비사막을 가려면 동행을 구하는 독특한 방식을 통해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요렇게 귀엽게 생긴 차. 이름은 푸르공이고 러시아에서 생산한 군용 승합차이다. 개조를 해서 앞에 기사와 가이드가 타고 뒤에 6인까지 탈 수 있게 되어있다. 이 차를 주로 많이 빌린다고 한다. 몽골의 오프로드에 강하고, 고장 나더라도 구조가 간단해 수리가 용이하다고 한다(자세한 건 나무위키..) 실제로도 내가 만난 기사 네르뷔가 험한 지형에 따라 차량의 모드를 바꾸는 것 같은 수리를 현장에서 하는 것을 목격했다.
푸르공 외에도 한국 사람들은 스타렉스를 많이 타고 다니는 것 같았다. 외국인들은 렉서스 SUV나 랜드로버를 타고 다녔다. (나중에 몽골여행을 다시 온다면 랜드로버를 타보고 싶다. 간지 철철)
푸르공 이야기는 또 따로 한편 더 써야지...
아니 그래서 동행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오다 투어라는 여행사 홈페이지에서 동행 구하는 페이지를 통해 여성으로만 구성되었고 기말고사 이후로 가는 일정인 모집글을 필터링했다. 그냥 제일 위에 올라온 글의 오픈채팅방에 입장했다.
예상 경비와 일정을 물었다. 시원시원하게 답해줬고 그분들의 항공권 일정에 맞춰 다음날 발권해 버렸다.
'엥? 이렇게 간다고? 모르는 사람들과 몽골 허허벌판에 1주일이나 같이 있어야 하는데?!'
- 내가 그렇게 한 이유
1. 현생이 너무 바빴다...
수업에 너무 치여서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졌고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다. 여행을 일단 무조건 가고 싶었다. 어서 여행을 픽스해 놓고 여행기대감으로 일상을 살아내야 했다.
2. 항공권이 값이 오르고 있었다.
대충 여행정보 스캐닝 했을 때 항공권이 40-50만 원대였는데, 동행들의 항공권 일정에 맞춰 항공권을 검색해 보니 이미 66만 원까지 치솟았다. 더 이리저리 재고 따지는 시간에 가격만 더 오를 것 같았다.
3. 감(?)
그.. 채팅 몇 개 해보면 오는 감이 있잖나. 그게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들이 나를 경계하진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여행을 확정하고 내가 4번째 멤버로 동행하게 되었다. 나 뒤에도 몇 명이 왔다 갔다 했는데 애매모호하게 시간만 더 가는 것 같아 4명으로 끊고 여행사와 계약했다. 나는 눈팅만 하고 멤버들이 짜놓은 코스 따라 떠먹여 주는 대로 계약자 대표역할만 했다. (약간의 행정처리)
그렇게 실제로 만난 건 공항 카운터 앞이었다. 다른 동행 팀들은 사전미팅도 하고 그런다는데 우린 무슨 배짱인지 다들 그냥 카운터 앞에서 처음 얼굴 보고 비행기 기다리면서 무슨 직업인지 어떤 성향인지 그때 처음 알았다. 신기한 건 이상하게 밸런스가 다 맞았다는 거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오히려 내가 제일 애매모호한, 신경 쓰이는 사람이 아니었나 반추해 본다. (미친놈 총량의 법칙... 난가? 싶은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