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영화단상

파과. 투우 금쪽이 이렇게 어른을 괴롭히면 돼요 안돼요

by 윤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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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 킬러 조각은 신성방역의 대모로 불리며 40여년간 일을 해온 모범 사원. 부상을 입은 어느 밤 수의사의 도움을 받고 그의 정체를 들키게 되는데, 소중한 걸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와 달리 조각은 수의사 강선생의 가족에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 이를 알게 된 젊은 킬러 투우가 자신이 처리하겠다며 나선다. 조각의 주변을 맴도는 의도를 알 수 없는 투우의 행동에 조각은 혼란스러운데.




원작소설을 좋아했던 나는 생생한 조각의 모습에 그저 고마울 뿐이었던 영화.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휙 지나가는 과거 장면에 조각과 투우의 감정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다다르기 전까지는 이해하기 조금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자신도 왜 분노하는지 알지 못해 혼란스러운 투우와

그의 분노를 고스란히 받아내주는 역시 따스한 조각.

단 한번의 따스한 손길을 평생 잊지 못하고 찾고 있었지만

'조각의 지켜야 할 소중한 것'에 들지 못한 투우의 앙칼진, 조금 시끄럽고 커다란 투정

(+이혜영 배우님 너무 멋있다. 영화 계속 찍어주십쇼)





2025.4.30개봉

감독 민규동

출연 이혜영 김성철 연우진 김무열 신시아 옥자연

상영시간 122분

장르 액션 드라마 미스터리



+영화가 마음에 들었다면 책도 꼭 읽어주기!

영화처럼 속도감있고 흥미진진하다



+너무 신나서 사족이 늘어난다

책 영입을 위한 파과의 첫 페이지를 잠깐 소개



그러니까 금요일 밤 시간대의 전철이란 으레 그렇다. 밀착을 넘어 연체동물의 빨판처럼 서로에게 흡착되다시피 한 생면부지의 몸 사이에 종잇장만한 틈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운. 누군가 입을 열거나 숨을 쉴 때마다 머리 위로 끼얹어지는 고기 누린내와 마늘 냄새 문뱃내에 들숨을 참더라도, 그 냄새가 닷새간의 노동이 끝났음을 알려주기에 안도하는 시간. 과연 내년에도 혹은 다음달에도, 심지어 당장 다음 주에도 이 시간에 전차를 탈 수 있을지에 대한 실존의 불안을 잠깐이나마 접어두는 시간. 다음 역 문이 열리고 쏟아지는 한 무더기의 노동자들-그들의 얼굴에 드리워진 피로와 고뇌와, 얼른 귀가하여 젖은 휴지 같은 몸을 매트리스에 부려놓고 싶다는 갈망 사이로 그녀가 들어선다.

아이보리 펠트 모자로 잿빛 머리를 가리고 잔잔한 플라워프린트 셔츠에 수수한 카키색 리넨 코트와 검정 일자바지 차림의 이 여성은 짧은 손잡이의 중간 크기 갈색 보스턴백을 팔에 건 차림으로 실제 연령 65세이나 얼굴 주름 개수와 깊이만으로는 여든 가까이 되어 보인다. 몸짓과 인상착의가 다른 이들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겨줄 만큼은 아닌데, 보통 사람들이 전철에 오른 수많은 노인 가운데 유독 한 명에게 찰나 이상의 시선을 보낸다면 그 이유는 아마 그가 열차 끝 칸에서부터 쓸어온 신문 뭉치를 품에 안은 채 누군가 혹시 흘렸을 파지를 찾아 선반을 훑으며 서 있는 사람들의 어깨를 치고 다니기 때문이거나, 보랏빛 점무늬가 날염된 항아리 팬츠와 고무신 차림으로 들어서자마자 갓 짠 참기름과 생강 냄새를 풍기는 커다란 보퉁이를 명백히 통행에 방해되게 바닥에 내려놓고 그 옆에 보란 듯이 주저앉아서 아이구 아이구 앓는 바람에 결국 앉아 있던 이들 가운데 누군가가 금방이라도 혼절할 것 같은 몸을 일으켜다 자리를 양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설"파과" 中 작가 구병모 , 위즈덤하우스, 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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