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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진화 Mar 26. 2023

새로 알게 된 내 모습

유별난 나의 모습까지도 사랑해 줄래

오늘이랑 같이 공부하면서 해보지 못한 것들을 많이 하고 있어

다양한 강의도 듣고, 새로운 신문 기사를 접하기도 하고, 심리 상담을 받기도 하고,

이래서 혼자 할 때보다 폭이 넓어지고 있어.

이게 바로 서로 공유하는 힘인가 봐

작년에 처음으로 미술 심리를 한 달 해보고 내 속마음을 누군가에게 알리는 일이 조심스러워졌는데

심리 상담을 해보니, 누군가에게 나를 알리는 것이 아니라 내 이야기를 할수록 나를 알아가는 거라는 걸 알았어


그래서 올해 오늘이가 온라인으로 심리 상담이 있다는 걸 알려주자마자 고민 없이 신청했어

첫 번째 시간에는 선생님이 내 일상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 인지를 알렸고

두 번째 시간에도 일상 이야기에 이어 내가 살아온 과정을 말했어

정해진 질문이 없어도 선생님과 대화 시간에 자연스레 내가 나왔어


내가 다니는 회사, 내가 일상에서 추구하는 것, 내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위치가 어땠는지 등등

내가 20대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게 있었다는 걸 알았어

전문대 입학한 학벌에 만족을 못 해 편입을 하고

교수님 밑에서 조교를 하며 또 더 배우겠다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과정이 20대 절반을 보냈더라고

그렇게 난 내가 해야겠다는 걸 벅차더라도 성취해야 했던 사람이었어


‘K장녀라서 힘든 게 없어요’라는 선생님 질문이 신선했어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질문이었어

친척 동생들이 많아 챙겨주는 걸 좋아했는데 그 뒤에 부담감이 있었어

대학도 취업도 결혼도 첫 시작하며 모두가 집중하는 게 좋으면서도 뒤에는 책임감이 깔려 있었어

내가 첫 번째로 새로 알게 된  ‘책임감 뒤에 따르는 부담감’


세 번째 시간에는 성격 검사 진행했던 결과를 듣는 시간이었어

목적의식과 자기 수용이 100명 중에 2등으로 또래에 비해 유독 높게 나왔어

새로운 걸 시작하는 걸 다른 사람보다 덜 두려워하고,

꾸준함이 강해, 장점으로 내가 20대에 달려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어

반면, 책임감이 높아 때로는 그게 외로웠고, 타인에게 나를 다 드러내지 못하고 지냈어


두 번째로 새로 알게 된 내 모습 ‘나를 드러내는 걸 의식적으로 숨기는구나’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은  명랑하고 밝고 긍정의 이미지이지만

내면에는 수많은 생각으로 고민이 많을 거라 하셨어


딱 맞아!

두루두루 잘 지내야 한다고 생각했던 대인 관계 기준에서 30살부터

난 내 울타리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분하는 법을 배웠어

그렇게 나누면서 난 결국 어떤 이야기를 해도 결정은 당사자가 하는 일이고

책임도 본인이 해야 하는 것이기에

친한 친구에게 결혼 준비를 시시콜콜 다 이야기하지 않았어

보이지 않게 누군가에게는 결혼을 정말 원하는데

내 준비 과정이 시기 질투의 대상이 될 수도 있으니깐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어


그러면서 난 내 울타리 밖에 사람들에게는 적당한 이야기로 공감하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되었고,

내 울타리 안에 있는 몇 명 사람들에게만 진심 어린 이야기를 했어

그럼에 불구하고 내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았어

내가 결정해야 할 일이고 내 상황이고 내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라는 걸 알기에

난 남편 하고만 상의를 하고 타인에게는 일이 다 끝나면 그때 이야기했어

평생 내편인 남편이 생겨서 좋아! 혼자 고민하는 시간이 많이 줄었어


그렇게 지낸 온 것들이 남편을 만나기 전에는 어떻게 해결했냐는 선생님 질문에

혼자 산책하고 혼자 그네를 정말 많이 탔어

그때 인정했어 ‘나 외로웠겠다’ 그 감정을 그때는 느끼지 못했고 당연하다 생각했어

세 번째로 새로 알게 된 내 모습 ‘나 외로운 시간이 있었어’


내가 날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심리 상담을 통해 새로운 날 알고부터 나한테 관대해졌어

뭐든 내가 다 하려고 애쓰지 않기로 했고

가족모임에서 힘들 것 같으면 먼저 나서지 않기로 했고

책임감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더 하기로 했어

내 감정에 내가 솔직해지기로 했어

내 사람들 한 테만큼은 내 이야기를 조금 더 하기로 했어


심리 선생님이랑 이야기할수록 나를 한 겹 한 겹 벗겨지는 느낌이라 민망할 때도 많지만

누군가 나에 대해 궁금해하고 내 마음을 내입장에서 생각해 주는 선생님 공감이 다정했어

내 마음은 단단하고 상처 덜 받는 사람이라 괜찮다 했지만

나도 상처받았고, 외로움을 느끼는 마음을 공감해 주시는데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귀한 마음의 기술이자 치료제였어


공감보다는 친구들이 뼈 맞는 이야기를 듣고 싶을 때 나한테 연락을 하는데

선생님처럼 커뮤니티 모임을 할 때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졌어

적당한 공감이 아닌 포근한 공감을 해줄 수 있는 사람

시대가 발달해 GPT로 대화하고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사람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것 사람이었어





최근에 지인이랑 이런 대화를 했어 언제는 사랑하는 사람이랑 결혼해 같이 살고 싶다고 하더니,

결국 그날이 왔고, 같이 살려고 집을 알아보고 가전제품을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 과정들을 ‘아오, 이거 언제 끝일까?’ 이런 이야기를 반복하길래 내가 남편에게 말을 했어


나    : 왜 이 친구의 이야기는 늘 신세한탄을 할까?
남편 : 왜 신세 한탄이야? 그게 사람 사는 거지
나    :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네 으훔..
남편 : 뭔가는 해야 하는데 귀찮은 거지
나    : 계속 아오아오 걸리니깐 신세한탄 같은데..
남편 : 와이프는 뭔가를 해야 하면 그 과정을 계획하고 즐기는데 반해서
         어떤 사람들을 뭘 해야 하면 언제 끝나나 귀찮지 
나    : 맞아 맨날 뭘 하든 언제 끝나나 이렇게 이야기해
남편 : 안주하는 걸 잘하지 사람들은
나    : 그럼 그런 사람들은 사는 게 귀찮은 건가?
남편 : 원래 사는 건 귀찮은 거야, 특히 원래 살던 환경이 바뀔 때 말이야
나    : 난 새로운 환경이 더 좋은데 재미있잖아.
         심리 상담 할수록 내가 정말 특이 하구나가 아니라 유별나고 드물구나 라는 걸 느껴 
남편 : 올! 맞아!
         와이프가 종종 피곤해서 빨래는 내일 접는다고 할 때 그걸 매일 느끼는 사람들도 있어 
나    : 그 감정을 매일 느끼면 사는 게 재미없을 것 같은데…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네 번째로 새로 알게 된 내 모습 ‘과정을 즐기는 사람’

그래서 그 과정이 좋아 남들이 볼 때 부지런해 보이고,

성실하다 끈기 있다고 이야기해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어

최근에 이사를 하고 집 정리하는 게 난 정말 좋았어

바구니를 사서 종류 별로 넣고, 책장에 책을 꼽고, 옷도 정리를 하는 이 과정들이

음악을 들으면 흥얼거리면서 정리하고, 사진 찍고 만족했어


난 뭐든 살아가는 과정들이 재미나!


내 일상을 기록하고 남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어

남긴 사진, 글을 가끔 열어보며 그걸로 행복을 느끼고

그래서 한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싶고, 귀찮은 생각은 잘 안 해

그냥 하고 좋으면 하고 새로운 것들은 새롭기 때문에 궁금하고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었어


내가 갖고 있는 유별남을 귀하게 여겨야지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닐까 했는데

그걸 좋아해 주는 남편도, 오늘이도, 가족도, 내지인들이 있기에

그리고 누구보다 내 유별남을 내가 가장 좋아해 줄래


이렇게 나를 알아가는 내가 좀 마음에 들어

인생이 끝없는 숙제 같고 하나 넘어서면 또 다른 하나가 있지만

지금까지 부담감과 책임감을 갖고 즐겨온 방법대로 또 그렇게 살아갈래

이제는 나한테 관대해져도 좋아할래


유별난 것도 나니깐




2023.03.21. 새로운 내 모습에 관대해지는 법을 알게 된 내일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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