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의진화 Dec 07. 2023

아가도 나도, 우리는 성장 중

아가가 무럭무럭 성장하는 만큼 나도 성장해서 주렁주렁 열매 맺을래

두 달마다 적는 일기

그동안 뭐 하고 지냈을까? 다이어리를 펴보니,

육아가 제일 큰 1순위, 그리고 10월부터 육아루틴이 자리 잡아 아이들 수업을 시작했어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들 수업을 다시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래도 남편덕에 수업을 시작해

10월에 첫 수업하는 날은 그전날부터 기분이 좋았어


육아하면 전쟁이다.. 지옥이다..

라고 들려오던 소리에 두려웠는데 막상 하고 보니 할만해

아이가 주는 행복덕에 웃는 시간이 많아졌고,

아이가 자는 시간동안 해야 할 일을 해야 하기에 시간을 아껴 쓰게 되었어

온전히 내 시간을 못 보내면 어쩌지라는 걱정은 괜한 걱정이었어

육아 어떠냐고 물어보는 주변사람들에게 난, "해보면 충분히 재미있고 행복한 일"이라고 말해주고 있어

단, 체력싸움은 있어 몸이 튼튼해야 아이랑 함께하는 시간에 지치지 않는다는 것


11월은 필라테스를 시작했어

집에서 혼자 하다 여러 사람들과 선생님의 진행으로 하는 필라테스. 신나는 발걸음으로 수업에 갔지

첫 수업은 아이가 잘 자는지, 울지는 않는지 무지 신경 쓰였지만 그래도 남편덕에 믿고 수업에 집중하니

50분이 참 좋았어

나를 위해 하는 운동이다. 결국 이게 우리 가족을 위한 일이지!




준비물을 사야 하는데 세라밴드, 써클링, 루프밴드, 덤벨.. 너무 많은 거야

아이를 위해서는 육아용품 큰 고민 없이 샀는데 내 물건 사려고 하니 필라테스를 하지 말아야 하나 싶었어

수강료보다 준비물 비용이 더 많이 들었어

이 고민을 하는 날 보는 순간 ‘아차 싶었어’

분명 육아 전에 아이에게만 투자하지 말고 날 위해 투자하고 자기관리하는 엄마 하자고 수없이 외쳤는데

현실에서는 안 되는 건가? 그래서 그냥 구매하고 필라테스 취소 안 하고 지금도 하고 있어


날씨가 추워져 아이랑 산책도 못하고

평일에는 거의 집에 있으니 나갈 일이 없어. 운동은 아파트 내에서 하니 지하로 가고 말이야

밖에 나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야 하는 나인데

아이랑 있는 시간에 동물농장 책 읽고, 노래 부르고, 춤추면서 웃는 시간이 소중해 

(나가고 싶기는 하지만...) 예전처럼 갈급할 정도는 아닌 내 모습을 보고 놀랐어


아이가 주는 힘인가?

남편이랑 웃는 시간이 많아졌고

저녁 먹는 시간에 무릎 위에 아이가 있어 아이행동에 빵 터지고

아무것도 없는 거실에 놀이방이 생기고

밤늦게까지 안 놀고 일찍 자고

이런 변화가 무지 좋아


아이가 생기길 고대하던 날은 이날은 꿈꿨기에

육아하다가 지칠 때면 그때를 생각해

아이가 생기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실제로 해보니 힘든 게 많은 것 사실이지만 그것보다 주는 기쁨이 커



아이가 밥을 안 먹은 날이 있었어

이유를 모르겠지만 평소보다 절반만 먹었던 2주가 정말 힘들었어 

왜 안 먹는지 알 수도 없고, 말을 못 하는 아이는 더 답답할 테고

울면서 버티는 데 답답했어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 

'그냥 때가 되면 먹겠지'라며 생각해야되는데 그러지 못하고 계속 걱정했어

어른들이 '밥 먹고 있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고 행복하다'라고 표현하는 말이 떠올랐어

이해가 안 되는데 아이가 생기고 보니 이 말이 처음으로 이해되었어

아이는 자연스레 2주가 지나니 밥을 잘 먹더라고

왜 우리도 밥맛 없을 때가 있잖아 한번 겪고 나니 ‘이래도 저래도 괜찮아’라는 마음이 생겼어


지구별이 처음인 아이와 엄마가 처음인 우리 가족

아이 덕분에 기다림을 배우고 조금씩 무르익어가고 있어


반면,

생각이 깊어지는 날도 있어

내가 그동안 뭘 한 걸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 많이 벌 수 있을까?

과거에 뭐 했는지, 후회하지 않지만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 등

미래에 대한 걱정, 회사로 돌아가야 하는 일, 아이들 수업을 어떻게 만들면 좋을지 등등

현재 육아하는 내 모습 매 순간 지혜롭게 선택했을까?

완벽할 수 없잖아 이왕이면 아이한테 좀 더 나은 걸 주고 싶은 마음

과거, 미래 그리고 현재를 왔다 갔다 하며 여러 생각이 끊이지 않고 스멀스멀 올라와


그러다가 결론은 내가 하고 싶은 일 할래

육아퇴근하고 쉬고 싶지만

그래도 수업하는 내 모습을 보고, 필라테스를 가고, 책 읽는 날 보는게 좋아

그래도 가끔은 너무 애쓰면 사나? 싶지 


한방에 팡팡 터지는 삶은 없지

난,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재미나게 오래오래 돈을 벌고 싶어



조금 느리더라도 지금껏 시도하지 않았던 것들에 빨려 들어가 보려고

때로는 아이를 키우면서 아프기도 하고 울기도 하겠지

그런 순간도 내가 겪어야 하는 시간이고

피곤해도 육아퇴근 후 날 위해 투자하고 나만의 속도로 빛을 내고 있으니

언젠가는 주렁주렁 열매 맺겠지


하지만, 매일 이 마음은 아니야

지치고 힘들어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있어

그런 날은 그냥 침대에 누워 온몸을 맡기고 쉴래


이런 날이 많이 생기지 않게 날 계속 토닥이고

열매 맺히는 걸 놓치지 않을래

그게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깐

이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알았으니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답 할 수 있을 때까지


육아하는 지금이 시간을 버리는 시간이 아니라
내실을 다지는 시간으로 쌓아가야지



2023.12.6  아가와 함께 차분히 내실을 다지는 시간을 보내는 중인 내일이가 


매거진의 이전글 불안을 외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