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을 향한 첫 준비
바야흐로 재테크의 시대다.
금수저, 흙수저 같은 식상한 수저론 이야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부의 대물림이 없다면 급여생활자에게 인서울, 특히 강남 3구 내 집 마련은 꿈만 같은 이야기가 되었다. 그런 와중에도 2024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평균 연소득(GDP)은 3만6천 달러를 돌파하며, 인구 5천만 명 이상의 국가 중 세계 6위를 기록했다. (출처: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85372.html) 소위 말하는 ‘부의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분위기가 아닐 수 없다. 나날이 국민 소득은 증가하지만 실물 물가 역시 덩달아 널뛰니, 많이 가지지 못한 사람의 상대적인 주머니 사정은 더욱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많은 직장인들이 너도나도 재테크에 눈을 돌린다.
부업에 자유롭지 못한 직장인들은 부동산이나 주식, 혹은 코인에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부동산 투자로 단기간에 큰 부를 축적해 언론에 오르내리는 사람들, 주식으로 부수입을 올려보려는 사람들,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코인 투자까지. 이른바 재테크로 큰돈을 만진 사람들과 달리, 무관심하거나 실패한 사람들은 상대적인 자조감 속에서 ‘벼락거지’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기본적인 급여조차 보장되지 않는 노동자들도 많다. 노동법의 보호를 받거나 사회안전망의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과 달리, 여전히 많은 이들이 ‘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 사회의 높은 벽을 홀로 감당한다. 대학의 일부 시간강사들은 학원가에서 중·고생을 가르치며 생활을 이어가고, 일감이 들쑥날쑥한 제조업계 노동자들은 배달이나 대리운전 등 플랫폼 업계에서 부업을 하기도 한다.
나 역시 한때는 이와 비슷한 상황에 있었다. 2019년, 외국계회사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던 시절 매월 정산되는 수익으로 당장 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한정된 계약기간 탓에 미래 가계 수익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우리 부부는 무인 셀프 빨래방 창업을 결심했다. 그 과정을 돌아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아 이번 글의 주제로 삼아본다.
2024년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은 19.7%로 예년에 비해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출처: https://www.news1.kr/economy/trend/5591406) 하지만 우리가 부업을 준비하던 2019년 당시에는 경제활동인구 4명 중 1명꼴로 자영업자(24.6%)였으며, 이는 OECD 평균의 두 배가 넘는 수치였다. (출처: https://www.chosun.com/economy/2021/01/25/PZUMXQT2ABCQLBOZPAVKJJJTEY/) 불과 6년 전이었지만, “회사 안이 전쟁터라면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말이 절로 실감되던 사회적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정 수익이 있을 때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설계해 두지 않으면 안 됐다. 필연적이면서도 도전적인 시점이었다.
[아이템 선정]
일반 기업체의 신사업 기획처럼, 어떤 아이템을 선정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단계였다. 특히 내가 하고 싶었던 업종과 아내가 생각한 업종의 간극이 큰 경우는 애초에 제외했다. 대표적인 것이 요식업이었다.
나는 처음 부업을 고민할 때, 우리 지역에 아직 진출하지 않았지만 타지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들여오려 했다. 그러나 평소 음식을 자주 해보지 않은 탓에 음식의 질 관리 문제, 주방장에게만 맡길 수 없는 한계, 프랜차이즈 본사와의 정산 문제, 위생 관리 부담 등으로 요식업은 결국 후보에서 제외되었다.
자연스럽게 비(非)요식업 사업군에 눈을 돌리면서 시설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미 꽤 많은 업체들이 진출해 있었지만, 무인 매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었고 ‘인건비 절감’이라는 포인트에도 부합했다. 당연히 가용할 수 있는 자금 수준도 중요했다. 대표적으로 이 기준에서 탈락한 아이템이 스터디카페였다. 당시 스터디카페는 초기 단계를 넘어 확산기에 들어선 시점이었는데, 잘되는 매장일수록 넓은 공간감과 입지(특히 큰 학교 주변)가 중요한데, 이는 우리 수준에서 추진하기 어려웠다. 결국 가진 자본에 맞추어 눈높이를 조정하고, 애초에 큰 욕심을 내려놓는 마음가짐이 중요했다.
마침 지인이 셀프 빨래방 가맹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고, 우리 계획과 여건이 유사했다. 주말을 이용해 타지역 지인 매장을 직접 방문해 실제 사례를 조사했고, 이후에는 고객이 된 듯 집 주변의 셀프 빨래방을 사용해보기도 했다. 멀리 있는 대형 매장까지 찾아가며 다양한 사례를 체험했다.
[시장 조사]
셀프 빨래방을 잠정 업종으로 정한 뒤, 입지 선정을 위한 요인들을 검토했다.
우선 기존 셀프 빨래방이 거의 없거나 점포 비율이 낮은 지역,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지역, 그리고 우리 집과 너무 멀지 않은 곳을 기준으로 삼아 점포를 물색했다. 지역 자체에 익숙했기에 이 기준으로 대략 2~3곳의 후보지를 도출할 수 있었다.
더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후보 지역의 원룸 세대 수를 확인하기도 했다. 주민등록 기준 숫자를 알 수 있었지만, 실제로는 전입·전출이 잦아 참고 수준으로만 활용했다. 또한 가까운 동네의 셀프 빨래방을 찾아가 주변을 살피며 손님 유입 정도를 관찰했다. 물론 본사에서도 대략적인 매출 예상 자료를 받았다.
고민과 조사는 짧지 않았지만, 계약과 실행은 빠르게 진행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 가족의 첫 번째 무인 셀프 빨래방이 탄생했다. 물론 짧지 않은 기간동안 고민하고 추진했던 빨래방이었기에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많은 격려와 지지도 받았다. 그렇다고 지인들을 대상으로 영업전략을 짰던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오히려 지인들 중에서는 우리가 빨래방을 오픈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어떻게 가게를 운영하고 지속해 나갔는지 다음 편에서는 본격적인 운영 과정을 정리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