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의 공장을 세우다
지난 십 수년의 사회생황 중 가장 오랫동안 많은 에너지를 보탠 곳이 바로 공정관리자였다. 해양플랜트 업계의 블루칩이었던 드릴쉽에서 출발해서 FLNG 두 척으로 마무리되었는데 지나고 보니 아름답고 고귀한 경험이었다. 지금이야 소중한 경험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시기이지만 당시에는 하루하루가 전쟁터이자 이루 다 말하지 못할 정신적 중압감으로 인해 벗어나고픈 직업이기도 했었다. 찰리 채플린의 저 유명한 말이 있잖은가.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해양플랜트를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바다위의 공장을 세우는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드릴쉽은 선박 형태의 해양 시추 작업 설비이고 FLNG의 경우 떠 있는(Floating) 액화석유(천연가스) 시추 및 가공, 저장 설비다. 그렇다보니 사실 화학공학을 기반으로 한 설비와 시설물이 많은데 이를 조선소에서 짓다보니 비전공자들로 하여금 ‘공사’하게 되는 역할에 한정되는 아쉬움도 있다. 실제로 기본 디자인이 해외 유수의 설계 회사에서 진행되고 한국의 유명 해양플랜트 업체는 이 설비의 제작에 경험과 가능성을 인정받았기에 ‘공사 업무’로서 계약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제조업체에서 제품 주문을 받았을 때 반드시 고려되어야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납기다. 가격도 성능도 디자인도 중요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납기 또한 빠질 수 없는 필수 항목 중 하나다. 대부분의 건설 또는 공사에서 납기를 지키지 못하면 지체상금이 상당한 수준이며 업계에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외에도 최종 고객에까지 영향을 주어 라인 혹은 공사 중단까지 연계될 수 있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심지어 주문주가 급박한 상황에서 납기를 조정하기 위한 웃돈도 프리미엄 등의 항목으로 거래되는 요소다 보니 수요자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보니 현재 대부분의 제조업체에서는 공정 관리를 중요한 영역으로 간주하고 이에 대한 전문성을 부여하며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앞서 설명한 해양플랜트 업계뿐만 아니라 건설, 중공업 및 경공업 등 대부분의 제조사에서는 고객과의 약속인 납기를 원활하게 해결하고자 다양한 방법으로 업무를 진행하는데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전문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이다. 현대의 제조업계 생산 시스템은 사람이 직접 계산하고 관리하는 수준의 범위를 뛰어넘어 전문 툴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수십, 수만가지의 경우의 수를 헤아리거나 고려하기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공정관리 프로그램으로는 Primavera, MS Project 등이 있고 실무자들은 엑셀로 손쉽게 만들어 커뮤니케니션 하기도 한다.
(다음 편에 계속)
※ 사진 출처: https://www.offshore-energy.biz/shell-kicks-off-production-at-prelude-fl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