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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활 단상

신뢰

성시경 매니저 배신 사건을 바라보며...

by Bridge K

최근 가수 성시경 매니저의 배신 사건 이야기가 세간에 떠돌았다. 10년 이상 한 가수를 보필한 매니저가 그 가수의 뒤통수를 친 것이다. 성시경은 매니저에게 업계 평균 이상의 대우와 함께 다양한 금전적 보상을 하면서 믿음을 보여왔다. 하지만 그 매니저는 사사로이 이익을 챙기며 기만하고 결과적으로 아티스트를 조롱했다. (가수가 금전적인 모든 흐름과 시스템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을 악용했기에 조롱했다는 표현을 썼다.) 물론 매니저는 민사 소송과 함께 사회적인 지탄을 동시에 받을 것이 분명하다.



연예인 혹은 스포츠 스타 중 대중의 관심을 많이 받는 경우 매니저의 역할과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방송인 박수홍, 세계적인 야구선수 오타니 역시도 가까운 가족 또는 통역사와 같이 근거리에 있는 지인에게 재산 손해를 입은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가해자는 법의 심판을 받고 나면 그만이다. 하지만 피해자는 아픈 기억을 평생을 두고 살아야 한다.


이렇듯 인간의 탈을 쓰고 행한 여러 행동 중 물리적 피해를 끼치는 사건만이 전부는 아니다. 상처받은 육체도 치유에 오랜 기간이 걸리고 흉터도 깊게 파인다. 영혼이 파괴되는 일은 그에 못지않다. 우리는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충격을 간과하기 쉽다. 다른 사람을 다시 믿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알 수 없기에 누구나 믿었던 사람에게 받는 배신의 상처는 클 수밖에 없다. 그만큼 정신적 충격도 크기에 마음과 기억에 오랫동안 박제된다. 이번 사건을 접하며 가까운 관계에서 느끼는 배신감은 분노, 절망 등을 넘어 우리 신체 역시 여러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게 됨을 또 한 번 간접적으로 느꼈다.


우리는 처음 본 사람을 곧바로 믿을 수 없기에 시간을 두고 그의 행동과 말을 살피며 믿음을 가질 수 있는지 평가한다. 평가하는 사람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그 기간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이 과정이 생략될 리는 만무하다. 그래서 일정기간 검증을 거친 사람들을 신뢰한다. 중책을 맡기면서 대우에 부족함이 없게 배려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는 터졌다. 그래서 이 아픔은 더욱 쓰고 고통스럽다. 20년 만에 연락 온 고교 동창이 30만 원만 빌려달라는 문제는 차라리 쉽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가까운 사람의 배신은 벼락과 같이 피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라고 봐야 할까? 아니다. 나는 씽크홀과 같이 갑작스럽지만 예방가능한 사고라고 생각한다.



최근 연예계 및 스포츠계에 가족 혹은 개인이 운영하는 기획사가 늘어남에 따라 관리 역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스타는 관리비를 줄여야 이익률이 늘어나기에 대형기획사에서 개인기획사로 이동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스스로 시스템 속으로 들어가 주먹구구식 운영에서 탈피하거나 관리를 대형기획사 못지않게 철저히 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의 에너지는 유한한지라 리스크 헷지가 필요한 것이다. 사람의 실수에는 시스템 개선으로 가능하다고 믿는다. 일부일지라도 말이다. 아무리 신뢰하는 관계라도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인간적인 믿음은 소중하지만, 금전과 관련된 문제는 객관적인 시스템을 통해 다루어질 때, 성시경 씨의 사례와 같은 '신뢰의 함정'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 기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214771?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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