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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땡 Aug 21. 2020

너도나도 갈팡질팡이니 힘들구나.

김땡이의 20년 8월 20일.

저는 눈치를 정말 많이 보는 사람입니다.

오늘은 바로 그 '눈치' 때문에 힘든 하루였어요.


저에게는 저와 성격이 매우 비슷한 '또비'라는 친구가 있는데요, 오늘이 원래 또비와 1박으로 놀기로 한 날이었거든요.

또비는 직장인인데 황금 같은 첫 휴가 10일을 받아서 그중 하루를 저와 같이 노는데 쓰기로 했어요.

그런데 웬걸, 놀러 가기 직전인 지난 주말부터 그동안 잠잠해졌던 코로나가 갑자기 다시 유행하게 되었지 뭐예요? 


그래도 숙소에서만 박혀서 조심히 놀면 되겠지 하고 오늘 퇴근하면 바로 가려고 짐까지 챙겨서 출근한 저인데... 퇴근하기 두 시간 전 날아온 재난 문자에 얼어붙고 말았어요.

너무 많이 와서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던 확진자 동선 문자에 또비와 제가 자주 가던 카페가 떡하니 찍혀있는 게 아니겠어요? 확진자가 다녀갔다구요.


순간 제가 그 날 거기 갔었나 허겁지겁 확인했답니다.

다행히 또비도 저도 그날 거기에 가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제가 진짜 자주 갔던 곳도 확진자 동선으로 뜨니 순간 너무 무서워진 거예요.

코로나가 진짜 코앞에 왔구나 싶고. 

그래서 너무 놀란 또비와 저는 과연 오늘 그대로 만날지, 아니면 숙소 예약을 취소할지 정해야 했는데 

또비도 저도 둘 다 결정을 못하고 눈치만 보는 성격이라 너무 힘들었어요.

아니 글쎄 이거를 결정을 못하고 고민만 두 시간을 했다니까요?


코로나 무서우니 조심해야겠다 - 근데 너무 아쉬운데, 밖에 아예 안 나가고 숙소에만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 - 그러다 혹시 걸려서 욕먹으면 어쩌지? - 그렇지만 어떻게 얻은 휴가인데 - 그러다 만나고 나서 걸리면?


아무도 결정을 못하고 두 시간 동안 똑같은 고민만 계속 반복했어요.

결정을 못하고 고민만 계속하니 나중에는 머리가 다 아프더라고요.

또비도 그랬겠지만 저도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이래서 나와 다른 사람들도 필요한 거구나.


사실 이전까지는 저와 비슷한 사람들만 만나고 싶어 했어요.

서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으니까요.

근데 오늘을 통해서 나와 다른 성격들도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상대방을 살피고 배려하는 성격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용기 있게 결단하는 성격도 정말 필요하니까요.

다름이 불편할 때도 있지만 비슷한 사람끼리만 있는 것도 편하지만은 않더라고요.


아, 그렇다고 또비가 싫다는 것은 절대 아니랍니다!

저는 저와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있는 또비가 여전히 좋고 저와 함께 있어줘서 고마워요.

그렇지만 이제는 나와 완전 반대인 사람들에게도 고마워하려고요.

저의 우유부단함을 견디고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줘서 고맙다고요.

앞으로 더 겸손하게 다양한 사람들을 존중하는 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 하루였어요.


아, 그리고 혹시나 궁금해하실까 봐!

또비와의 만남은 결국 취소했답니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더더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더 즐겁고 싶은 저희의 욕심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더 피해가 갈 수도 있으니까요.


모두들 코로나 조심하시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내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모두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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