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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Dec 06. 2021

청춘의 증언

죽음과 사랑에 대하여

창 밖을 바라보는 베라


이 사진이 마음에 든다. 그녀의 모자와 코트 그리고 표정과 손의 자태 모든 것이. 나에게 또 다른 영감을 준 영화 Testament of Youth: 청춘의 증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무엇을 증언할 것인가, 전쟁(1차 세계대전)에 대한 참혹했던 하지만 찬란했던 기억에 대한 베라의 증언. 전쟁의 참회록 중 단연 최고로 뽑힌다는 그녀의 책을 기반으로 한 영화 청춘의 증언. 제목에 이끌려 버튼을 눌렀고 매혹적인 여인의 얼굴을 채운 화면으로 영화는 시작됐다. 


배움에 대한 의지와 작가가 되겠다는 신념을 가진 베라, 그리고 그런 그녀의 뜻보다 결혼을 하고 전형적인 고전적 여자의 삶을 살길 바라는 아버지. 그 사이에 크고 작은 갈등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여름방학을 맞아 베라의 남동생인 애드워드의 친구들이 그녀의 집에 묵는다. 눈에 띄게 아름답고 특별한 분위기를 가진 베라는 두 남자의 마음에 불을 피우게 되는데, 그중 롤랜드가 베라의 마음을 차지하게 된다. 그녀의 문학적 재능을 알아보고 그녀의 꿈을 응원했던 낭만을 가진 남자 롤랜드는 시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며 그들의 관계는 시작된다. 


하지만 어렵게 스탠퍼드 대학의 합격증을 받은 그날, 베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다. 갓 17세가 된 파릇한 청년 에드워드와 롤랜드가 전쟁에 지원했다는 바로 그 소식을. 환경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고 했던가, 대학보다 중요한 것이 나라를 위한 자신의 움직임이라 생각했던 그들은 그것을 실 현에 옮겼다. 스탠퍼드에서의 꿈같은 나날을 꿈꿨던 베라는 그들의 입대 소식에 절망했으나 푸르른 꿈을 가진 그들을 응원하기로 결심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들려오지 않는 그들의 소식에 불안에 떨던 베라는, 그들을 위해 그리고 조국을 위해 간호사로 지원하기로 결심한다.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그녀는 어려움 속에 빛을 찾기 위해 끝없이 고군분투한다. 오랜 기 다림 끝에 얻은 롤랜드의 휴가, 그 짧은 3일간의 휴일 동안 그녀는 그의 마음이 상처로 가득 차 있음 을 느꼈고 그녀만의 지혜로 그를 안아준다. 그 상처의 주된 이야기 중 하나는 바로 이것인데, 롤랜드의 후임이 휴가 동안 사랑하는 여인과 약혼을 했고 돌아온 그다음 날 창밖을 바라보던 중 그 자리에서 총에 맞아 얼굴이 날아가 목숨을 잃는다. 목숨이란 것이 이토록 쉽게 사라지는 것인가, 아주 가까이 와있는 죽음의 경계선 앞에 그는 현실과 꿈의 경계조차 구분하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마음을 통찰한 사랑스러운 베라는 그에게 다시 숨결을 불어넣어 주었고 그들은 다음 휴가 때 결혼을 약속한다. 


인생이란 참 우스운 것이다. 뜻대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녀에게도 역시 그랬다. 결혼을 며칠 앞둔 어느 날, 롤랜드의 사망 소식을 접한다. 그의 옷가지에서 발견한 시가 그녀의 눈과 마음을 적셨고 인생을 흔들었으며, 내 마음속 깊은 곳까지 내려앉았다. 




“ 


플러그 숲의 제비꽃 

바다 넘어 널 보내네 


이상하지 

왜 파랄까 


스며든 피는 

빨간색인데 


그의 머리맡에 핀 꽃 


이상하지
왜 파란색일까 


플러그 숲의 제비꽃 

내가 뭘 떠올렸을까? 


삶, 희망, 사랑 

그리고 그대 


청춘이 스러진 곳에 처연히 핀 제비꽃 


그날의 비극 감추네

그대는 보지 못해 다행이네

바다 넘어 제비꽃 


멀리
그리운 망각의 땅으로 


추억을 담아 보내네 

그대는 이해하리라 


“ 




시를 잊은 그를 살린 그녀를 향한 그의 시. 과연 청춘의 증언이 이것이구나.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삶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전쟁의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에 한없이 감사하지만 과연 나는 조국을 위해 어떤 것을 하고 있고 어떤 시를 쓰며, 삶에 어떤 것을 채우고 있는가.. 


그는 시와 함께 제비꽃을 보냈다. 말라빠진 제비꽃의 검정 빛깔은 전쟁을 담아내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것을 오래도록 간직한다. 그녀의 삶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흘러간다. 죽어가는 적군이었던 독일군의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고백을 통해 그녀는 동생 에드워드를 떠올린다. 만일 그에게도 죽음이란 것이 찾아온다면 그 끝에 함께 서리라.. 왜 불안한 생각은 현실이 될까. 프랑스의 전쟁 전방 지대에서 베라는 에드워드를 만난다. 시체더미 속에 눕혀진 그를 발견한 베라는 찢어지는 가슴을 안고 그의 얕은 숨을 느낀다. 온 힘을 다해 에드워드를 살려냈으나, 그는 터벅터벅 다시 포화 속으로 향한다. 


총과 칼, 그리고 거친 언어와 추위, 목마름과 배고픔 그 어느 것 하나 나에겐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이다. 상상할 수 없는 세계 속에서 살았던 에드워드는 결국 시체가 되어 그들의 가족 품에 안긴다. 가슴이 아파 자꾸만 눈물이 흘렀다. 눈물은 다소 혼란스러움을 담고 있었는데 그것은 나의 위치에 대한 것이었다. 그들의 청춘과 나의 청춘이 너무도 달라 마음이 쓰라렸고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하나 싶은 고뇌가 꽤 오래 지속됐다. 


결국 그녀는 스탠퍼드로 복학해 그녀의 삶을 다시, 다시 살아간다. 새로운 삶과 사랑을 마주하며 시간의 흐름 속에 ‘청춘의 증언ʼ을 써낸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롤랜드의 시와 아름다운 청춘의 순간을 담은 영상으로 끝이 나는데, 그 시는 바로 이것이다. 




“ 


언덕 따라 풀어진 길 

비추는 햇살도 


네 창가를
휘감아 오른 꽃들도 


모두 너를 기다리네 


네 발 닿는 웅덩이마다 

보조개 움푹 파이고 


숲 속에서
종달새 노래할 때 


내 사랑,
내 모르는 나선 사람 만날지라도 


그러면 좋겠네 


“ 





어떤 증언이 되었든 청춘의 증언은 아름답다. 비록 그 결말이 쓰라리다 할지라도 삶이라는 울타리 안에 청춘과 사랑은, 이별은 그리고 어떤 순간에는 죽음조차 아름다울 것이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죽음은, 살인은 어느 누구도 행복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나 또한 작가 베라 브리튼과 같이 평화주의자로 살아보고픈 생각이 든다.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만 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위로 옮길 수 있도록 조금씩 나의 세계 안에 채워나가 보리라. 




동생 에드워드의 어깨에 기댄 베라

 



롤랜드와 빅터 그리고 에드워드. 영화의 주인공들이다.




롤랜드를 배웅하는 베라.  이때까지만 해도 죽음이란 것이 이토록 무서운 것인지 몰랐던 그들.


사랑이 시작되는 설레던 순간.



마지막으로 영화 포스터.



@사진출처:google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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