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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Sep 19. 2023

엄마, 바닷속은 어때?

제주에서는 스킨스쿠버를 하자


‘처음’이라는 단어의 설렘은 모든 것을 새롭게 했다. 아빠와의 신혼여행 이후 제대로 된 여행을 한 번도 없는 엄마에게 새로운 세상을 알려주고 싶었던 나는 스킨스쿠버를 하기로 결심했다. 나 또한 인생에 처음이었던 스킨스쿠버를 흔쾌히 하겠다는 엄마가 참으로 대단했으나 한편으론 슬펐다. 엄마의 내면에는 어떠한 소녀가 살고 있었던 것일까? 사실은 넓은 세상 속 다양한 것들을 꿈꿔온 아름다운 중년. 나는 그녀 인생의 2막을 제주도 여행으로 열어주고 싶었다. 효도라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 나에게 아주 작은 기회를 준 이번 여름에 감사하며 나는 제주도 스킨스쿠버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먹거리와 아름다운 명소를 모두 제쳐두고 나는 가장 아름다운 제주도의 바닷속을 찾아 나섰다. 좋아하는 바다 협재와 애월 그리고 함덕을 지나 엄마의 오래된 추억이 담긴 도시 서귀포로 결정했다. 스킨스쿠버의 가격은 생각보다 천차만별이었다. 또한 그 종류 또한 다양했는데 바다 깊은 곳을 향해 배를 타고 가는 스킨스쿠버, 그리고 얕은 바다에서 시작해 가벼운 마음으로 아름다운 돌들 사이를 지나는 스킨스쿠버까지 있었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신경을 써서 확인했던 부분은


1. 이동성 (거리)

2. 안정성 (리뷰들 참고)

3. 가격 및 이용 시간

4. 사진 (아름다운 사진을 얻을 수 있는가)


이였는데, 검색 끝에 나는 서귀포의 고포잇 다이브를 선택했다. 취향의 차이가 있겠으나 나는 고포잇 다이브의 네이버 예약방식, 설명 및 리뷰 그리고 사진촬영 시 제공되는 모자가 마음에 들었다. 이것 또한 네이버 예약 시 무료 쿠폰을 받을 수 있었는데 스킨스쿠버 당일 확인해 본 결과 그 종류는 : 토끼, 판다, 아기생쥐, 베트맨 등이 있었다. 사실 나는 사진들을 오랫동안 보관하고 싶었기에 모자는 벗고 입수하고 싶었으나 강사님의 추천으로 어쩔 수 없이 착용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대반전. 합성한 듯 귀여운 아기쥐가 물고기들과 뛰노는 느낌의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이는 부모님의 입고리를 활짝 올려주었는데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물고기친구들과 아기생쥐




예약 시 가장 주의해야 했던 부분은 원하는 날짜에 가능 여부, 그리고 기상 상황이었다. 제주의 날씨는 그야말로 터프했다. 우리는 스킨스쿠버 외에 패러글라이딩도 했는데 예약 시간 1분 전에 취소되는 놀라운 경험도 했다. 물론 이튿날 다시 찾아가서 운이 좋게도 할 수 있었으나 어쨌든 스킨스쿠버를 하기 위해서도 좋은 날씨는 필수였다. 날씨 요정이었던 엄마 덕분에 우리는 예약 당일 무사히 스킨스쿠버를 할 수 있었다. 예약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하여 안전수칙을 듣고 슈트로 갈아입었다. 긴장을 풀어줄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봉고차를 타고 약 10분간 이동했다. 서귀포의 바다 작은 한구석에 위치한 장소에는 개인적으로 스킨스쿠버를 즐기는 사람들도 몇몇 보였다. 이는 우리가 스킨스쿠버를 하게 될 장소에 대한 안정성에 대한 믿음을 주었다.


공기통을 매고 한 사람씩 배영을 한 자세로 물속으로 들어갔다. 강사님들의 안전한 도움 아래 우리는 움직였고 물속에서 숨 쉬는 법과 위험상황시 도움을 요청하는 법, 그리고 그 외의 사항들을 꼼꼼히 숙지했다. 그 후 우리는 천천히 제주의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물속에서 호흡기로 숨을 쉬는 것이 처음에는 힘들어 애를 먹었다. 혹여나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 큰일이 생기면 어떡할까 걱정이 되던 찰나 엄마를 바라보니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하지만 용기 있게 물속으로 내려온 엄마는 아이처럼 강사님의 손을 잡고 물속을 헤엄쳤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보니 어느덧 나는 바다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헤엄을 쳤고 내 앞에 다가오는 물고기들과도 인사했다. 그런 짜릿함은 처음이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으나 내 손에 담긴 먹이들을 오물오물 흡수하는 조그마한 생명체들은 그야말로 신비 그 자체였다. 아름다움은 여기에 있었다. 강사님들의 지도 아래 천천히 사진을 찍고 커다란 돌들을 따라 헤엄쳤다. 해초를 만지며 다가오는 푸른 물고기들과 눈을 마주쳤다. 시원하고 경이로운 이곳은 바다구나. 제주도의 물속은 육지만큼이나 아름답구나. 우리의 선택은 훌륭했다. 애월의 해변도로에 놓인 시원한 그 어떤 카페도 부럽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우리의 첫 여행의 시작을 완벽하게 열었다.


물 밖으로 나와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고포잇 다이브센터로 이동했다. 서울에서 내려와 (멋진) 생활을 영위 중인 강사님과도 짧은 대화를 나눴다. 젊은 시절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을 하며 새로운 사람들과 소통하고 바닷속으로 안내하는 모습은 나에게 또한 영감이 되었다. 물과 하늘, 땅이 존재하는 모든 곳은 기회가 있다. 나는 다시금 젊은 강사분들의 열정에 감사하며, 잠시동안이었지만 나의 삶을 다짐하며 센터로 돌아왔다.


센터 안에는 작은 샤워장과 머리를 말릴 수 있는 곳이 있었다. 물속에서 얼마나 있었는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슈트를 입고 차를 타고 바다로 이동하여 물에 들어가는 모든 과정들이 신났다. 머리를 말리고 선크림을 바르던 엄마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엄마 행복하구나. 그것으로 되었다. 물속에서 만난 아름다운 것들과 엄마의 웃는 얼굴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처음이라는 이름으로 도전해 보았던 작은 도전은 이제 두 번째 도전을 만들 것이고 셀 수 없는 추억들을 남길 것이다. 그 여행의 시작을 열어준 고포잇 다이브에게 감사하며, 함께해 준 엄마에게 감사하며.. 엄마. 우리 머지않은 미래에 다시 오자. 아름다운 제주 바다로.



그리고..


스킨스쿠버 후 ‘해냈다..’ 하는 중







옷 갈아입는 중 신난 엄마






고포잇 다이브 http://goforitdive.com/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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