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크레터 #50|링크컨설팅
〈재무회계는 어떻게 HR을 망치는가〉
2023. 1-2월호
"많은 지원자가 연봉이 조금 낮아도 괜찮다고 하고 성과 개선에 도움이 되는데도 왜 그렇게 교육을 적게 제공할까? 왜 공석을 채우기 위한 채용비용을 미루고 업무가 진행되지 않는 채로 놔둘까?"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23년 1-2월 호에는 재무회계가 HR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비판적 기사가 실렸다. (“재무회계는 어떻게HR을 망치는가”, 피터 카펠리, 와튼경영대학원교수) 교육비를 ‘교육과 인재개발을 위한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 간주함으로써 능력있는 리더로 성장시키거나 좋은 인재를 영입하는 중요한 일에 소홀해진다는 것이다. HR에 종사하거나 강의를 하는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이 점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한편으로, ‘주류 경영학’이 그렇게 말하니까, 딱히 반박할 근거가 부족해서, ‘교육비는 비용’이라는 등식에 마지못해 동의해온 것이 사실이다.
IT 기술뿐 아니라 사회 각 분야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업의 '성과 관리'라는 거대한 함선도 방향키를 돌리는 중이다. 즉, 과거 KPI 중심의 결과 관리에서 개인의 성장을 지원함으로써 조직의 성과를 창출하는 과정 관리 방식으로 전환하는 중이다. 대니얼 코일은 저서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에서 계획대로 잘 수행하여 정해진 결과를 산출하는 '전술적 성과' 일변도에서 계획에서 벗어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적응적 성과'가 함께 관리되어야 한다고 피력하였다. 최근 HR은 직원경험을 개선하는 활동과 개인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원온원 미팅을 제도화하는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KPI에 의한 상대평가 제도를 버리지 못한 기업들이 많다. 변화의 방향은 정해졌으나 구식 제도가 혼재된 가운데 신식 리더십과 마인드셋을 강요받는 리더들은 일선에서 혼란을 온몸으로 겪고 있으며, HR도 그런 줄 알면서도 어찌할 바를 잘 몰라 중심없이 흔들리는 것이 대부분 기업의 현실이다.
‘개인의 성장이 조직의 성과를 견인하도록 한다’는 선순환 체계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이에 맞는 교육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다. 이런 현실을 만들어내는 가장 근본적이 원인은 인재 영입과 훈련을 ‘비용’으로 보는 재무회계의 관점이다.
"회사가 직원을 값비싼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 과정에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해보자. 회사는 직원이 교육을 받은 다음 한 동안 가치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에 투자를 한다. 하지만 재무회계 규칙은 교육비를 그해 벌어들인 소득에서 완전히 상쇄해야 하는 비용으로 규정한다. (중략) 회사가 직원 교육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지 아니면 '카펫'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지 투자자가 궁금해도 알 수 없고 알아낼 수도 없다."
전통적인 기업들이야 그렇다 치고, 상당한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들도 마찬가지인 점이 놀랍다.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을 투자받은 기업들이 우선 하는 일은 '겉보기 등급 높이기'인 것 같다. 직원들이 공짜로 마실 수 있는 커피숍을 설치하여 바리스타를 고용하고, 멋드러진 인테리어에 하나에 70만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의자와 하나에 100만원이 넘는 책상을 놓기도 한다. 돈이 많이 드는 각종 복지제도도 마련한다. 그러나 개발자들은 1년이 멀다 하고 회사를 떠난다. 업무가 연결되지 않고 1년이 인수인계 하다가 끝나며, 심지어 어떤 시스템의 레거시를 알고 있는 직원이 한 명도 남지 않는 사태도 발생한다.
많은 개발자들이 과연 오로지 연봉 때문에 떠날까? 일부 사람들이 오로지 연봉만 보고 이리저리 이직하기도 하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불합리한 업무 방식과 조직문화'를 못 견디고 떠난다. 실제로 2020년에 블라인드에서 7만명을 대상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좋은 직장이란?'이라는 질문에 무려 65.3%가 압도적으로 '일의 의미'를 꼽았다. 중복선택 설문이었다고 해도 2위는 이것의 반에도 못 미치는 '일생활균형'으로 31.3%를 차지했다. 3위가 사내복지(23.8%)였다.
그런데도 많은 기업들이 교육에 투자하지 않는다. 어차피 곧 떠날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인재들이 떠나는 줄은 모르고 '교육은 비용'이라는 어느 옛날 경영 전문가의 한 마디와 '가르쳐 놓으면 떠난다'는 짧은 안목의 이름 모를 사장님이 한 말을 신봉한다. 교육비는 통상 고정비의 일종인 '경상비'로 분류된다. 피터 카펠리 교수의 말에 따르면 '카펫에 쓰는 비용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러나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니콘 스타트업들 중에는 '채용'과 '조직문화 개선'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기업도 많다. 그들은 유니콘이 되었기 때문에 채용과 조직문화에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성장 과정에서 그런 기틀을 만들어왔다.
'일의 의미감'란 회사 일이 나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느낌을 말한다. 그러나 많은 리더와 HR 담당자들은 일의 의미를 어떻게 만들어내야 하는지에 대해 배워본 적이 거의 없다. 개인 경험과 찌라시 같은 유투브 동영상을 보며 때로는 놀랍도록 과감하게 조직의 제도를 바꾸기도 한다.
변화해야 하고, 뭐라도 해야 하는 마음은 충분히 공감하기 때문에 한편으로 안타깝다.
"직원은 자산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중략) 가치 있는 직원의 근속 기간이 보통 기계장비 수명보다 훨씬 긴데도 그렇다. 숙련된 직원을 얻기 위해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에도 인재 확보는 투자로 간주되지 않는다. (중략) 직원은 아무런 추가비용 없이도 '경험에 따른 학습'을 통해 시간이 갈수록 실제로 가치가 높아진다"
기업은 투자자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비용지출에 대해 보수적이고, 교육비는 비용으로 간주되므로 교육비에 인색해진다. 그러나, '매해 직원 절반이 그만두는 공급업체'를 과연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을까? 미국인인 피터 카펠리 교수가 미국 경영계에 던지는 제안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업에 비용 항목을 세분하여 보고받는 것'이다. 즉, '카펫'에 돈을 많이 쓰고 있는 기업과 인재 영입과 양성에 돈을 쓰고 있는 기업을 구분해서 보라는 메시지다.
이런 패러다임은 상당한 소통 역량을 필요로 한다. 특히 중간 리더들은 역대 샌드위치 중 가장 퍽퍽한 샌드위치가 되고 있다. 난감한 상황일 것이다. 위 선배로부터 받아 본 적 없는 ‘감정 관리’를 후배 직원들에게 해야하고 선배들이 해 준 적 없는 ‘친절한 설명’을 후배 직원들에게 해야한다. 후배들은 과거 관점에서 보면 좀 까다롭게 느껴지는 게 아니다. 그러면서 선배들이 요구하는 전통적인 역할과 성과 창출도 해야한다.
그러나 HR은 충분한 교육 시간과 예산을 확보하기 어렵다. '돈 쓰는 부서'라는 딱지가 부담스럽다.
구성원이 회사를 처음 접하는 순간부터 떠나는 순간까지의 모든 경험을 포괄하는 개념인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2022년 전 세계의 직원들이 직장을 그만둔 이유 1위로 '경력 성장 및 승진 기회 부족'을 꼽았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직원 경험의 중요한 요소인 학습과 경력 개발의 기회를 주는 것에 대한 관점은 바뀌어야 한다.
개인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을 이끌도록 사람에 '투자'할 것인가? 여전히 직원 교육을 '비용'으로 바라보고 과거에 머물러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