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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루시아 Jul 02. 2023

The Two Koreas

외국인에게 있어서 한국을 이해하는 한국현대사의 필독서

  

* 사진의 왼쪽은 초판, 오른쪽은 개정판


  「두개의 한국(Two Koreas)」은 미국 기자였던 돈 오버도퍼(Don Oberdorfer)와 정보기관 출신의 로버트 칼린(Robert Carlin)이 같이 쓴 책으로 한국 현대사를 객관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필자가 객관적이라고 표현한 첫 번째 이유는 저자의 국적 때문이다. 두 명의 저자는 한국 사람이 아닌 미국인이기에 남북한 간 일어나는 각종 사건과 이슈로부터 특정 국가에 치우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두 저자의 직업이 객관성을 유지해야하는 특성을 지닌 기자와 정보기관 분석가라는 점이다. 그들의 직업적 특징으로 인해 항상 진실을 추구해야 했을 것이고, 또 그러한 모습이 책 내용에도 묻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그들은 정부기관의 공식적인 자료는 물론 엄청난 양의 취재 인터뷰를 진행하였고 자신들의 의견은 배제하려고 노력하였다. 특히, 답변을 받지는 못했지만 북한에게도 이 책 안의 사건들에 대해 의견을 물어가면서 정확한 팩트 확인을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은 이 책이 얼마나 사실에 가깝게 한국의 현대사를 다루려 했는지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이 책에서 다뤄진 사건들을 ‘표-1’과 같이 나열해보면 자연스럽게 한반도 현대사의 연표가되며 대한민국의 현대사의 흐름이 이어진다. 따라서 한반도 현대사 관련한 지식함양에 유용한 책이라 생각된다.

  한편으로 정책부서에서 종사하게 될 관료들에게도 유용하리라 생각된다. 특히, 대미ㆍ대북정책을 담당할 인원들이라면 그간 한반도의 현대사를 이야기하듯 설명해놓은 본 책은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책 안에는 그때그때의 정책수립의 숨은 배경, 협상장에서의 분위기 등 일반적인 책에는 나와있지 않은 숨은 이야기들이 적혀져있다.       


            

 <표–1> 두 개의 한국에 등장하는 연도별 주요사건      

1970년대

ㆍ남북적십자회담(1971), 남북고위급 비밀회담과 7ㆍ4 남북공동성명(1972)

ㆍ유신 쿠데타(1972)

ㆍ김대중 납치사건(1973)

ㆍ광복절 총격사견(박정희 저격 미수사건)(1974)

ㆍ남한의 핵개발 프로그램 중단(1977)

ㆍ카터의 주한미군 철수 시도(1975~1979)

ㆍ판문점 도끼 살해사건(1976)

ㆍ박정희 대통령 암살사건(1979)

ㆍ12ㆍ12사태(1979)

1980년대

ㆍ광주 민주화항쟁(1980)

ㆍ소련의 KAL기 격추 사건(1983)

ㆍ아웅산 묘지 폭파사건(1983)

ㆍ6월 민주화항쟁(1987)

ㆍKAL 858기 폭파사건(1987)

ㆍ6ㆍ29선언과 13대 대통령선거(1987)

ㆍ서울올림픽(1988)

1990년대

ㆍ한소 정상회담과 한소수교(1990)

ㆍ한중수교(1992)

ㆍ1차 북핵위기와 제네바합의(1994)

ㆍ황장엽 망명(1997)

2000년대

ㆍ1차 남북 정상회담(2000)

ㆍ제네바합의의 파기(2001)

2010년대

ㆍ황장엽의 망명

ㆍ6자회담 9ㆍ19합의


                          

작지만 강했던 두 개의 한국


  2000년대 이전 남한과 북한은 강대국들 사이의 역학관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상대방을 압도하기 위해 노력했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국력이 주변 강대국들에 비해 크지 않았음에도 외교적 수완으로 자국 안보를 지켜낸 작지만 강한 국가들이었다. 다음의 몇가지 사례들을 보면 남ㆍ북한 모두 자신의 강한 동맹국에 일방적으로 의지하려는 모습보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인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1970년 초반 남북적십자회담을 시작으로 남북한 고위급회담에 이어 남한과 북한은 7ㆍ4 남북공동성명을 채택하게 된다. 이것은 같이 갈 수 없는 적성국간의 일종의 자구책이었다. 당시, 카터 행정부시절 미국과 소련의 데탕트외교가 시작되면서 미국과 소련의 관계가 개선되자 한국과 북한은 각자 자신의 안보가 당장이라도 무너질 수 있을 것으로 현상을 인식하였다. 20년 전 한국전쟁에서 서로 간에 가장 큰 동맹국이자, 현재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진영의 각 종주국이 서로 가까워지는 현실을 남북한 공히 굉장히 우려스러워했다. 남한은 북한으로부터, 북한은 남한으로부터 공격을 받는다면 믿어왔던 동맹국들은 우리를 도와줄 것인가, 외면할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해 의구심이 증가하였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남북한 서로간의 불안감을 달래줄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그로인해 서로간의 교류로 이어졌고, 당사자인 남ㆍ북한이 한반도의 미래를 주도적으로 정하자는 7ㆍ4 남북공동성명이 나오게 된 이유이다. 실제적인 관계개선 목적이 아니었기에 이 공동성명의 효과가 오래가지는 못했지만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첫 남북한간 외교적 회담이 오갔고 공동성명서까지 나온 것은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일이었다.

  남한의 박정희 대통령은 미국 전 닉슨 대통령의 주한미군 감축에 이어 미군의 베트남에서의 철수, 미국 전 카터대통령의 주한미군 감축계획을 경험하면서 미국의 안보공약에 대해 시간이 갈수록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남한 내 인권문제로 인해 미국의 압박이 있던 것을 고려해 안보상황의 대미의존도 탈피를 위해 일찍부터 독자적인 핵개발 프로그램에 착수하였다. 최종적으로 미국의 회유와 협박으로 인해 포기하였지만, 남한의 자주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사건이었다. (+ 좀더 추가적인 설명 필요)

  노태우 정부 시절 북방외교의 성과로 남한은 소련에 이어 중국과도 수교를 하게된다. 이것은 북한에게 있어서 엄청난 충격이었다. 자신과 같은 진영에서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던 거대한 두 동맹국인 소련과 중국이 순식간에 자신의 경쟁국가인 남한과 관계를 정상화하였다. 두 체제 경쟁의 결과표가 남한의 사실상의 승리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북한은 경제위기로 인해 기아와 빈곤이 만연해있고, 소련이 붕괴되어 기존의 소련의 지원도 어려워진 상황에 놓여있어 미래가 더 우려되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런 와중에 북한 또한 자구책을 강구한다. 핵무기 개발을 가지고 협상하는 것이다. 북한의 영변지역의 핵시설물에서 핵무기 개발의 정황이 포착된 가운데 NPT(핵확산 금지조약, Nuclear Proliferation Treaty)를 탈퇴하였다. 국제사회의 사찰은 진행되는데 어려움을 느꼈다. 미국 클린턴 행정부는 협상론과 함께, 핵시설을 폭격하는 강경책까지 등장해서 실행직전까지의 단계까지 가기도 했다. 이후 갈등을 타개하고자 카터 전 미국대통령이 특사로 북한에 방문하고 이것이 전환점이 되어 북한에게 경수로 시설과 중유를 제공하는 것과 북한은 기존 핵원자로 및 관련 시설들의 가동을 전면 중단하며 IAEA(국제원자력기구,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사찰단의 지속적인 감시를 수용하는 제네바합의를 이뤄낸다. 

  이러한 남한과 북한의 몇가지의 사례를 보면 지속적으로 변하는 국제관계속에서 생존하고 상대를 압도하기 위한 적극적인 자세를 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현재 우리의 삶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역사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1994년 당시 북한이 자신들의 핵개발 의혹을 가지고 협상테이블로 나온 것이 자구책의 일환인지, 핵무기완성을 위한 과정상에 시간끌기용인지는 확실히 알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협상으로든 강경책으로든 핵문제를 완전히 처리하지 못했기에 2023년 현재에도 북한의 핵무기는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영변 지역에 대한 폭격도 반대했고, 협상에 의한 산물인 제네바합의에도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제네바합의의 경우, 민주화운동의 라이벌이자 대선 경쟁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주장해왔던 포괄적인 타협안이 제네바합의문에 가까운 내용이라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고, 또한 그는 제네바합의는 붕괴되어가는 북한 정권을 연장시켜준다는 인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다. 뚜럿한 정책없이 단편적인 정치적 이유만을 가지고 판단한 결과가 30년이 지난 지금에 북한은 사실상 핵개발 완성단계에 다다르게 된 것이다. 


                

몇가지 아쉬웠던 상황


  한반도에서 평화체제와 통일한국으로 나갈 수 있는 진전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살리지 못한 안타까운 모습도 발견된다. 

  남한의 북방외교가 진행된 이후 북한도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간절히 바랬다. 남한의 정서상 50년간의 제로섬 게임의 체제경쟁 여파로 인해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개선은 어쩌면, 남한에게 있어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시 김영삼 행정부가 아닌 비교적 포용적인 김대중 정부였다면 어땠을까 생각된다. 흡수통일보다 국가대 국가의 신뢰구축을 기본으로하여 기능주의적 통일방안을 생각했던 온건한 행정부였다면 당시 북미관계의 개선을 절대적으로 반대만 하지 않았을 것이고상황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또한, 미국도 제네바합의 17일 후 1994년 선거에서 북한에 대해 보수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공화당이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상원과 하원을 장악하는 일이 발생했고, 이로인해 제네바합의안 이행여부가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당사국들 간에 생겨났다. 이런 우려는 2002년에 현실이 되었다. 실제로 북한의 핵원자로 및 관련시설들의 가동을 8년간 제재해왔고, 북한을 효과적으로 협력할 틀로서 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KEDO, Korean Puninsula Energy Development Organization)를 세우고, 미국에 북한 미사일 확산과 관련한 우려를 해결할 기미를 마련했던 제네바합의는 미국의 부시행정부 등장 이후 사실상 폐기되었다. 최초의 미북 정상회담이 가능성이 살아있던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 미국 대선결과가 공화당 조지 부시 대통령의 승리로 끝남으로써 불가능하게 된 적도 있었다. 

  가장 아쉬움이 남는 장면은 1994년 북한과 타결한 제네바합의가 파기까지 이르는 과정이다. 부시행정부는 1994년의 제네바합의를 강하게 반대하며 취임을 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남한 정서를 무시하며 아시아에 정통한 인사들의 조언에 귀를 닫는 대통령이었다.설령, 대통령이 아시아의 정통한 입장을 반영해 제대로 된 정책을 결정한다 해도 행정부 내부의 강경파들이 정책운용 간 다른 방향으로 변질시켰다. 부시 행정부는 당시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이해도가 높지 않았고, 그들의 정책기조에 반하는 남한의 정책을 이해할 필요성도 크지 않았다. 오히려 당시 중요하게 추진 중이었던 미국의 미사일방어시스템의 필요논리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이용해야했다. 북한이 다른 형태의 핵무기인 우라늄 농축활동을 하고 있다는 정황이 발견되기 시작했고, 이것을 미국은 기다렸다는 듯 제네바합의 파기논리로 유용하게 활용한 듯한 일련의 행보들은 한반도의 이해관계가 있는 모든 국가의 일치된 의견이 있을 때, 그리고 해당 국가 안에서도 각 정부부처와 의회 등 정책결정 행위자들의 합의가 있을 때야 비로소 한반도에서의 평화체제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동맹국간의 관계유지는 쉬운 것인가?


  적성국보다 동맹국간의 관계를 유지하는게 더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북한과 핵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는 아무말 없다가 합의가 도출되고 나서야, 또는 자국국민의 여론에만 기반해 특정이슈가 터질때마다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일관되지 않은 김영삼 정부시절의 모습이 그렇다. 이렇다할 대북정책이 없었던 것이다. 미국은 이런 한국정부의 오락가락한 행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한다. 반대로, 미국은 북한과 협상과정이 한국에게는 못마땅해 보였을 수 있다. 자신만을 소외시킨다고 느꼈을 것이고, 제네바합의에 따른 경수로 지원도 한국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을 고려했을 때 그리고 무엇보다 한반도 당사자인 점을 고려 미국은 한국에 더 많은 관심을 보여줬어야 했었다. 

  북한은 협상진행과정에서 1996년 판문점 무장진입사건, 96년 강릉무장공비 침투사건을 일으킨다. 미국과 한국으로서는 도대체 저의를 알 수 없는 행태이다. 김일성 사망이후 집권초기 문서통치를 한 김정일의 특성상 그들 내부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정책을 통합하는 기능이 없었을 가능성도 크다. 어찌됐든 이런 대남도발이 협상 탄력을 잃게 만든건 사실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진정으로 바랬으면서 그 과정상에 왜 이런 도발을 하는지는 의문이다. 



결 언


  외국에서는 한반도 정치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고 한다. 한반도에서 일어났던 일을 시대순으로 잘 설명해준 책이었으며, 우리도 몰랐던 사실과 배경에대해 다시 한번 확인하고 생각하게 해준다.

  우리는 북한과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생각을 읽을 필요가 있다. 정확하게 그들이 원하는 것, 그들이 특별한 행태를 보이는 이유를 알아야 합리적인 국익도출이 가능하다. 또한, 국제사회가 반드시 분석적이고 정밀하게 돌아가는게 아니라 우연과 임기응변으로 진행되기도 한다는 것을 인식할 때, 우리가 얼마나 준비하느냐에 따라 한반도 상황을 유리하게 주도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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