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0) 물에 대한 생각

by 남동휘

각 나라 사람마다 물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이집트 사람들은 홍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세례 수, 인도 사람들은 빗물, 중국 사람들은 강물, 유럽 사람들은 씻는 물,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먹는 물을 주로 생각한다고 한다.

우리 민족은 물을 강한 생명력과 생기를 의미하는 상징으로 여겨 왔다. 우리는 싱싱한 생선을 보면 ‘야! 물이 참 좋고 싱싱하다.’라고 하며 신선도가 떨어진 것은 ‘물이 갔다’라고 한다. 명예로운 자리 나 높은 자리에서 물러나면 ‘이제는 한물갔다’라는 표현을 쓴다. 물은 마음과 몸을 깨끗이 씻어준다는 뜻으로 지금도 자주 쓰인다.

물은 지열이나 태양열 등에 의해 수증기로 변하여 공중으로 올라가서 구름이 된다. 하늘로 올라간 수증기는 다시 뭉쳐져서 점점 무거워지면 계속 떠 있을 수가 없게 된다. 그러면 눈이나 비가 되어 다시 육지나 바다, 호수, 강 등으로 떨어진다.

이 물은 태양열에 의해서 또다시 증발하여 공중으로 올라가는 순환을 끊임없이 되풀이한다. 그리고 물은 지구표면과 땅속을 거치며 동식물의 몸속에 들어갔다가 다시 몸 밖으로 나오는 일을 끊임없이 계속하고 있다.

외국 여행을 자주 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같이 물 인심이 좋은 나라도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나는 오래전 대만을 갔을 때 식당에서 물을 파는 것을 보고는 인심 사나운 나라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식당이 ‘물은 셀프’라는 팻말 밑에 있는 편하게 마시게 하지 않는가?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삼천리 금수강산이라고 했던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좋고, 인심 좋은 나라였다. 옛날에는 물이 오염되지 않아 시냇물, 계곡물을 그냥 마셨던 때도 있었다. 사방천지에 흔한 것이 물이었다. 그때는 물을 사 먹는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계곡물뿐 아니라 수돗물도 그냥 먹으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 공기도 물도 오염된 삼천리 금수강산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우리가 건강을 생각할 때 물을 빼놓을 수 있을까? 나는 건강, 건강하면서도 그동안 물이 우리 몸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모르고, 그저 목이 마르면 물을 마셔왔던 것 같다. 물은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자.


세상에 물보다 탁월한 건강식품은 없다. 다른 식품을 모두 합쳐도 물을 이길 수는 없다. 갈증을 해소해 주는 물만큼 강력한 쾌감을 주는 음식도 없다. 물의 효능은 물의 종류가 아니라 내 몸의 상태에 따라 바뀐다. 목마르지 않을 때는 물은 그냥 물이다. 타는 갈증에서의 물은 천하의 명약이다. 그러나 물도 과잉일 때는 당연히 독이다. 물처럼 몸에 좋은 음식은 없지만 무작정 먹는다고 몸이 좋아지지 않는다.

인간 체중의 60% 이상이 물이다. 체중이 70Kg이라면 항상 40kg 이상의 물을 짊어지고 다니는 셈이다.

이광렬의 ((재미있는 물 이야기/도서출판 청솔/2011))를 보자.

우리 조상들은 물이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믿었다. 그래서 병이 나면 제일 먼저 맑고 깨끗한 물을 많이 마시게 하고 몸을 씻었다. 부잣집이나 권세가의 양반댁에서는 물을 세심하게 선택해서 마셨다. 식구들의 체질에 따라 마시게 하였고 특히 임산부들은 물을 선택하는데 한층 더 신중하였다고 한다. 조상들은 맛과 빛깔, 맑기와 무게 등으로 물을 구분하였다. 밥을 짓고 차를 끓이고 약을 달이는 데도 물을 골라 썼다.

이율곡 선생은 물맛을 보고 무거운 물과 가벼운 물을 가려냈으며 가벼운 물은 덕심을 해친다며 무거운 물만 골라 마셨다고 한다. 물이 4도일 때 가장 무겁다고 하는데 그 당시에 어찌 알았을까?

네팔 북쪽 티베트 부근의 훈자 마을과 러시아 코카서스의 아브하지아 마을, 중미 에콰도르의 빌카밤바에 사는 사람들은 1 백세 이상 장수한다고 한다. 학자들이 연구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지방의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고산지대에 살고 있다. 이들은 깨끗한 물을 마시며 또 오염되지 않은 공기를 마음껏 마시고 살기 때문에 장수한다고 한다.

waterfall-9865189_1280 (1).jpg

인체의 70%는 물로 되어있다. 근육은 75%의 물을 가지고 있고 뇌는 80% 정도의 물을, 뼈도 50% 이상의 물을 가지고 있다. 인체 내에서 전체 수분의 1/10을 차지하는 혈액은 93%가 물로 되어있다. 혈액은 동맥과 정맥, 임파액을 돌아다니며 영양소, 산소, 노폐물을 운반한다. 우리는 늘 호흡하면서도 공기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듯 물 역시 그런 대접을 받고 있다.


체내 수분이 1% 줄면 갈증을 느끼고, 2% 줄면 어지럽고 구토를 동반하는 탈수증상이 시작된다. 그리고 5%가 줄면 탈수증상과 열 증상이 나타나고, 10% 줄면 근육경련과 실신을 일으키고, 20%가 줄면 죽음에 이르는 위험한 상태가 된다. 이렇듯 물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큰 것이다.

76년째 진료를 하고 있는 101세의 장수 의사 다나카 요시오는 ((나는 101세, 현역 의사입니다/한국 경제 신문/2021년/홍성민 역)에서 수분 보충을 위하여 본인이 마시는 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나는 기상 시, 취침 전, 일하는 짬짬이, 산책 전후, 목욕 전후 등 자주 수분을 보충해서 하루 2리터를 마신다. 수분이 부족하면 혈액순환이 나빠져 신진대사 작용이 떨어지고 심근경색과 뇌경색, 열중증 등의 원인이 된다. 이를 예방하고 몸속 노폐물을 배출하기 위해서 자주 물을 마신다. 사람은 음식 없이 물만 마시고 한 달 정도 살 수 있다. 그러나 물을 한 방울도 마실 수 없는 상황에서는 2, 3일만 지나도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다’라고 한다.

물은 우리에게 생명력과 생기를 준다. 물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다. 음식은 일부러 단식을 통해서 건강을 조절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물은 단식을 하면서도 꼭 필요하다. 나는 따뜻한 소금물을 눈 뜨자마자 한 컵을 마시고 하루에 2리터 정도를 마시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광렬의 ((재미있는 물 이야기/도서출판 청솔/2011))

((나는 101세, 현역 의사입니다/한국 경제 신문/2021년/홍성민 역)

keyword
작가의 이전글(19) 내가 좋아하는 신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