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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수돗물이 좋을까? 생수가 좋을까?

by 남동휘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수돗물을 그대로 마실 수 없으며 또 마시는 사람도 없다. 세계 각국에서 수돗물을 그대로 마실 수 있는 나라는 10개국 정도밖에 없는 듯하다. 그중에 우리나라가 포함되어 있어서 다행이다.

이 세상 인구가 점점 늘어나며 오염이 늘어나고 기후도 변하여 깨끗한 물 확보는 점점 시급한 문제가 되고 있다. 유엔은 이 세상 인구의 절반이 물이 부족하거나 오염된 물이 있는 지역에서 살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도 물 부족 국가에서 살고 있다.

수돗물이 우리의 집 수도꼭지에 도달하기 전 물을 집수장에 모아서 정수하는 과정을 보자.

첫 단계엔 나뭇가지와 잎, 그 외 큰 덩어리들을 거른다. 그다음엔 ‘응집제’라는 화학물질을 첨가하는데, 이것은 물에 떠다니는 작은 알갱이들(진흙, 모래, 조류 등)을 잘 뭉치게 해서 탱크 바닥에 가라앉게 한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여전히 남아 있는 아주 작은 입자를 모래나 자갈, 또는 숯에 통과시켜서 맑게 걸러내는 작업으로, 이것은 먼지와 기생충, 박테리아, 바이러스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입자들을 없애 준다. 마지막은 소독인데, 염소, 오존, 자외선 처리, 이렇게 3가지 방법이 있다. 보통은 해로운 세균을 없애기 위해서 염소를 조금 물에 넣는다. 사실 수돗물에서 냄새가 나는 것은 염소 탓이다. 유럽과 아시아의 여러 도시는 오존 살균을 하기도 한다. 오존은 불쾌한 맛과 냄새를 없애고 살균력도 강하다. 뉴욕 같은 도시는 자외선 처리를 한다. 어떤 도시는 충치를 예방하려고 불소를 물에 추가하기도 한다.

안드레아 커티스는 ((도시물 이야기/나무처럼/2023/권혁정 역))에서 캐나다 캘거리의 수돗물은 1년에 150,000번이나 검사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 하루에 400번 넘는 횟수를 검사한다는 말이다. 한국의 수돗물도 캐나다 못지않게 수질도 아주 좋고 검사도 철저하다.

지구의 4분의 3이 물이다. 이 중 대다수가 바닷물과 마실 수 없는 물이다. 빙하와 만년설에 갇혀 꽁꽁 언 물도 있다. 지구의 1%도 안 되는 물만이 신선하고 쉽게 마실 수 있다. 대부분의 나라가 물 부족 때문에 전쟁도 불사하고 있다.

생수가 수돗물보다 더 안전하고 더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잘 관리되는 수도시스템이라면 이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문제는 수돗물에 투입된 염소 물질은 역할을 다한 후에도 제거되지 않은 상태로 가정까지 오게 되는 것이다. 수돗물의 잔류 염소는 물맛을 쓰게 하고, 체내에 들어와서 인체와 공생하는 장내 미생물의 생존을 위협할 뿐 아니라 산화력으로 장내 미생물을 발효하도록 한다. 잔류 염소의 산화력은 비타민 C를 순식간에 파괴하며, 세균을 죽일 뿐 아니라 인체 내 효소의 활성을 저하시킨다. 일본의 오카자키 박사의 ((과학으로 다시 보는 물의 이야기/2008/양서각/조봉연 역))에서 일본의 수돗물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일본의 수돗물이 불신을 받게 되는 것은 가끔 한 번씩 검출되는 트리할로메탄, 농약, 염소 등 발암성 물질이 검출되어 사람들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맛있고 안전하고 몸에 좋은 물을 찾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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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는 안전한가를 알아보기로 한다. 먼저 여러 종류 생수 가운데 수입하는 생수에 대한 것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생수에 대한 채수지를 명시하고, 그 주변 환경 보전에 충분히 배려하도록 의무화하여 채수하고 있다. ‘에비앙’은 세계 100개국 이상에 수출되고 있는 프랑스가 자랑하는 생수 브랜드다.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에 있는 에비앙레뱅이라는 작은 도시 가까이에서 솟아나는 카시야의 샘이 ‘에비앙’의 수원이 되고 있다. 이곳은 스위스와 국경을 접한 레만 호수 근처에 있으며, 에비안 생수는 알프스산맥의 빙하수가 지하로 스며들어 10년 이상 자연적으로 정화되어 나온 것이다. 샘이 발견된 것은 18세기 초이며, 19세기가 되어 병 생수로 판매하게 되었다. 지금은 채수한 물을 여과하여, 병에 담아 수출하고 있다. 칼슘, 마그네슘, 중탄산염이 풍부하고 ph 약 7.2로 중성수이다. 지하 수맥이 오염되지 않도록, 수맥에는 주택이나, 밭, 농장을 만들 수 없도록 엄하게 제한하고 있다.

이런 수입 생수는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것과 여러 면에서 비교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 요즘은 흔히 마트에서 볼 수 있는 생수에 대해서 피터 H. 글랙의 ((생수, 그 치명적 유혹/추수밭/2011/환경운동연합 역))에서 염형철 서울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MBC는 소비자 프로그램인 (불만제로)에서 생수의 안전성을 정면으로 다뤘다. 생수의 생산에 관한 이야기는 너무 복잡해서 빼고 옮긴다. “시중에 유통 중인 46개의 생수를 검사해 보니 28개의 제품에서 일반 세균이 검출되었다. 그중 일반 세균이 검사기준의 100배를 넘는 제품이 12개나 되었다. 업체가 기준을 충족했다고 주장하는 생수는 공장에서 병에 담은 지 12시간을 넘지 않은 샘플인데 비해, (불만제로)가 검사한 것은 유통기한이 1년이나 되고, 상온에서 유통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동안 세균이 번식한 것이다”라고 했다.

지금도 유통기한이 거의 다 된 생수도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그리고 검사는 생수 생산 업체의 자체 검사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TV 프로그램으로 고발한 것이다.

우리는 마트 앞에 가득 쌓여있는 생수가 햇볕을 그대로 받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나도 어쩌다 사 먹는 생수가 언제 생산되었는지 확인해 본 기억이 없다. 그저 목이 마르면 세균이 가득한 생수를 돈 주고 벌컥벌컥 마셨던 것이다. 생수에 담겨있는 미세 플라스틱은 또 얼마나 우리의 건강을 해칠지 모른다.

건강을 위해서 가장 좋은 물은 수입 생수인 것 같은데 너무 비싸다. 그럼 국내에서 생산되는 생수는 좀 쌀까? 국내 생수는 같은 양의 수돗물보다 2,000배는 더 비싸고, 생산할 때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 그리고 환경보호 면에서 생수는 생수병에 담기는 물보다 생산 과정에서 훨씬 더 물을 소비한다. 게다가 생수병을 포함해서 갖가지 플라스틱의 91%가 재활용되질 않는다.

어떤 물이 우리에게 이로운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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