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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IN Nov 28. 2021

일상을 프로젝트로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나'에서 시작하는 사이드 프로젝트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시 <꽃>으로 유명한 구절이다. 어떠한 존재는 이름을 불리며 타인에게 인식되는 순간 그 의미가 피어난다. 프로젝트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일상을 프로젝트로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이름 붙여주기'이다. 나름의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것이다. 타인이 굳이 알 필요도 없다. 내가 알기 때문이다.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라는 일본 영화를 좋아한다. 조그만 동네에 평범한 여자가 살고 있었다. 매일 똑같은 하루의 반복에 지루해하던 그녀는 어느 날 스파이 그룹에 들어간다. 미션은 바로 스파이인 것을 숨기고 '평범하게 살아가기'였다. 평범하게 사는 거라면 노력하지 않아도 태생이 무난한 그녀의 일상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그녀의 일상은 활력이 넘친다. 미션인 '평범함'을 수행하며 하루하루를 특별하게 살아간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밥 먹고, 빨래하고, 거북이 밥을 주는 일상이 모두 '프로젝트'란 이름 아래 펼쳐졌기 때문이다.


보통의 우리네 일상도 마찬가지다. 웬만해선 다 비슷한 하루가 펼쳐진다. 매일이 특별한 사람은 잘 없다. 오히려 매일 다른 일이 펼쳐진다면, 불안정하다고 또 불만을 토로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일상을 조금 더 특별하게 느끼고 살아가는 건 '마인드 셋'의 문제이다. 생각보다 일상에는 프로젝트화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숨겨져 있다. 익숙하기 때문에 잘 모를 뿐이다.






독서모임에 참여할 때였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지만 분기별 하나씩 발제하기를 목표로 정했다. 그리고 여기에 프로젝트라는 거대한 이름을 붙여줬다. 그 뒤로 발제가 숙제라기 보단 숙원처럼 느껴져서 더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고 지금은 운영진까지 하고 있다. 지금도 멤버들은 여전히 모르고, 남이 알아준다고 바뀌는 것도 크게 없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모든 이유가 정당화된다.


또 다른 예시로는 영감 계정이 있다. 일 하면서 뉴스 클리핑을 자주 하는데, 이 정보들이 그냥 흩어지는 게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일 하면서 얻은 영감만 모으는 계정을 따로 만들고, 발견할 때마다 매일 수집했다. 혼자만의 프로젝트로 꾸준히 기록해 오는 중인데, 정신 차려 보니 벌써 1000명이 넘는 팔로워가 생겼다. 그냥 내버려 둘 수 있는 일상을 의식적으로 잡아둔 덕이다.


조금 더 타인에게 영향력을 미친 경험도 있다. 노션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다가 도저히 혼자 만들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운영하던 SNS에 같이 포트폴리오를 만들며 동기 부여하는 모임을 개설했는데, 생각보다 같은 니즈를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덕분에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도 있었고 노하우를 활용해 템플릿을 나눔 하거나 판매하고도 있다. 모두 작은 일상 속에서 발견한 것들이지만, 조금만 틀을 바꿔주니 하나의 프로젝트가 되었다.






사람은 원래 돈 아니면 의미로 움직인다. 나는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다. 아무리 돈이 되거나 사회적 가치가 있어도 내게 의미가 없다면 관심이 가지 않는다. 그러니 프로젝트라고 원대한 걸 상상하지 말고, '나'에서부터 시작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꼭 '독서'같이 사람들이 좋은 취미라고 정의하는 것에서부터 프로젝트를 시작할 필요도 없다. 좋아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게 오히려 유리하다. 오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영화 보는 걸 좋아한다면, '영화 명대사 모으기', '영화 캘린더 만들기' 등의 프로젝트를 시도해볼 수 있다. 아는 지인은 혼자서 밥 먹고 노는 걸 좋아한다. 가끔 외롭긴 하지만 이 유별난 일상을 '혼자 놀기 프로젝트'로 승화해 콘텐츠를 만든다. 혼자 놀기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자 그에게 공감하는 사람이 생겼고, 관련 주제로 인터뷰를 한 적도 있다. 이렇게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나면 근거 있는 자기 확신이 차오른다. 다른 것도 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다.


이렇게 일상을 프로젝트로 만들기로 결심했다면, 먼저 이름을 붙여주자. 그리고 선언하자. SNS에 비슷한 주제로 글 5개만 올려도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사람'이라고 쉽게 각인된다. 브랜딩이라는 게 꼭 별게 아니라, 떠올렸을 때 하나의 이미지가 생각나면 된다. 그 뒤로 꾸준히 기록하자. 선언과 기록이 일치화되는 순간 어느새 바라던 세상에 발을 들이게 된다. 이때 더 깊숙이 들어갈지 말지 결정하는 주체는 오롯이 나다.






일상에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부여하고, 꾸준히 기록하기. 이것만으로도 이미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꼭 대단한 걸 이뤄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조급해하지도 말자. 설령 실패로 끝날지라도 그렇게 큰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실패할지언정 나의 범위는 더 확장되어 있을 것이다. 잊고 있던 꿈에 다가가는 것,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게 만드는 것, 간직하고만 있던 소망을 실현하는 것이면 그 의미는 충분하다. 적어도 망설이느라 시작조차 하지 못했던 그때의 나 보단 더 성장해 있을 것이다.


일상이 행복한 사람이고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일상을 프로젝트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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