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IN Dec 06. 2021

영감 계정을 1년 반 동안 하면 뭐가 남을까?

팔로워 1000+을 모으기까지


영감 계정이 우후죽순 생겨나던 시기가 있었다. 바야흐로 2020년 5월, 마케터 이승희님의 책 <기록의 쓸모>가 발간되며 그분이 운영하고 계신 인스타그램 '영감노트'가 큰 주목을 받았다. 주로 마케팅을 하시는 분들이 일상에서 스친 영감을 쌓아두기 위해 영감 계정을 운영하고 계셨다. 하지만 1년 반이 지난 지금, 대부분 유령 계정으로 남아 있다.


이 와중에 좋아요가 많든 적든, 팔로워가 늘든 줄어들든 1년 반 동안 그 자리를 꿋꿋이 지킨 영감 계정이 있었으니, 바로 내가 운영 중인 all.of.collabaraion이다. 국내외 콜라보레이션 소식과 그 외 각종 캐릭터, MD 소식을 담는다. 영감 계정 하나 운영한다고 내 인생이 크게 바뀌진 않았지만, 한 채널을 꾸준히 운영하다 보니 얻은 것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1,234명의 팔로워이다. (2021년 12월 5일 오후 10시 10분 기준) 공교롭게도 이 글에 쓸 수 있는 숫자가 독특해서 기분이 좋다. 이런 사소한 거에도 의미 부여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처음에는 비슷한 계정을 운영하는 분들과 맞팔로우를 주로 했다. 서로를 응원하는 개념이었다. 하지만 '우리만의 리그'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도기를 거친 후 어느 순간부터 일반 개인 계정의 비율이 더 많아졌다. 내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1,000명 이상 있다는 사실은 근거 있는 자신감을 준다.


인플루언서가 되겠다고 시작한 계정도 아니고, 엄청 대단한 숫자도 아니다. 그럼에도 '절대적인 수'가 가져다주는 기쁨이 있다. 0에서 시작했던 숫자가 그 흔한 광고 없이 1000이라는 궤도에 도달한 결과는 그리 흔한 경험은 아니다. 그리고 꾸준히 올리는 글을 누군가 지켜본다는 사실만으로도 책임감이 부여된다. 글 하나를 올려도 헛되게 하고 싶지 않다. 타인의 피드 한 모퉁이를 차지하고 있다는 책임에 더 좋은 인사이트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다음은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애정이다. 영감 계정 주제를 선택할 때 가장 고려한 점이 오래 질리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였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부담을 가지지 않고 제일 꾸준히 할 수 있는 주제가 '콜라보레이션'이란 결론을 내렸다. 지금 캐릭터 회사에서 외부 파트너사와 협업해 상품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늘 접점이 있을 수밖에 없는 주제였다. 그리고 요즘 핫한 기업이라면 한 번쯤은 시도해보는 영역이기 때문에 이슈도 끊이지 않고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그 예상은 적중했다.


넘쳐나는 콜라보레이션에 올리고 싶은 소식이 한 두 개가 아니다. 가끔 제보를 해주시는 경우도 더러 있다. 덕분에 나도 커리어와 관련된 주제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좋다.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애정도 더 높아졌고, 준전문가라는 작고 귀여운 자부심도 생겼다. 팔로워 중에 이쪽 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몇 계신다. 커밍아웃하거나 먼저 말을 걸기는 아직 부끄럽지만, 언젠간 마주치게 된다면 꼭 한번 말하고 싶다. '그거 저예요!'






마지막으로 꾸준함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한때 자기소개서 특강에서 '성실'을 강점으로 적지 말라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글로 증명하기 너무 어려운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성실의 기준이 너무 다르다. 하지만 실제로 모든 결과물을 만드는 건 성실을 바탕으로 한 꾸준함이다. 가끔 뛰어난 지식과 특출 난 능력이 있는 사람도 있지만, 평범한 자에게 큰 무기가 되어주는 건 버티는 힘이다. 하나의 일을 오랜 세월 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내공이 분명히 있다.


내 영감 계정도 사실 특출나진 않다. 카드 뉴스를 만들면 공이 많이 들어 쉽게 포기할 까봐 캡처로 대신한다. 하나의 글을 올리는 데도 절대적인 시간을 많이 쏟진 않는다. 포맷으로만 보면 하위권에 속할지도 모른다. 대신 꾸준히 한다. 처음에는 100일 동안 매일 하나의 글을 올리며 습관 근육을 키우는데 집중했고, 지금은 주 2-3회로 유지하며 지속 가능한 채널로 만들고 있다. 매일은 아니라도 오래 하고 싶다. 꾸준함이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끓는점을 지나며 탁-하고 터지는 순간이 올 거라고 믿는다.






채널을 시작하고 싶다면 독특한 주제, 길을 끄는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앞서 스스로에게 물어봤으면 좋겠다. '정말 하고 싶은 것인가? 결과물을 바라지 않고 오래   있는 일인가?' 답이 Yes라면 바로 시작해도 좋다. 모든 도전은 철저한 계획 보단 일단 해보고 부딪히면서 얻는 깨달음으로 완성된다. 좋아하고 꾸준히   있는 주제라면  외의 부분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


딴짓은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 일이 된다. 좋아하는 걸 하고 싶어서 딴짓을 하는 건데, 스트레스가 되는 순간 의미가 변질된다.


'내'가 중심이 되는 모든 딴짓을 응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을 프로젝트로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