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노 닭

말문 터진 물건 66 궁금 아리 25

by 신정애

영어시간에 에스와 노를 배운 아리.

아 이제 나도 무식하지 않아.

영어로 말할 줄 안다고!!

러브도 알지, 예쓰, 노도 알지. 아 송도 알아 아리송 - 네 개나 알잖아

오우- 신난다. 아리는 어깨가 으쓱해졌어요.

KakaoTalk_20250831_071401619_04.jpg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

가방을 맨체로 친구들이 머릴 맞대고 핸드폰게임을 하고 있었지요.

아리도 억지로 끼어들어 보고 있는데

지나가던 아저씨가

"얘들아 비켜! 사고 난다. 길에서 노닭거리지 말고 집으로 가!" 하는데

아리가 갑자기 발끈하며 말했어요.

"네? 아저씨 아니에요. 저는 닭이에요."

"무슨 소리야, 누가 아니래? 별 이상한 애를 다 보겠네." 하며 아저씨는 가버렸어요.

KakaoTalk_20250827_214241224_04.jpg

과일 가게 앞에서 포켓몬 카드 바꾼다고 머릴 맞대고 막 이야기 하고 있는데 주인아줌마가 나와서

"얘들아 남의 가게 앞에서 왜 뭉쳐서 노닥거리고 있어. 장사 방해 되게. 저리 가서 놀아라." 했어요.

"네? 아줌마, 저 예스닭이에요."아리는 화가나서 따지듯 말했지요.

"허, 참 웃기네. 미스 닭도 아니고 예스닭은 또 뭐야? 너 이상한 게임하는 거 아니야?"

아줌마는 아리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봤어요.


'왜 다들 나보고 닭이 아니라고 하지?

그럼 난 오리인가? 내가 또 뭘 잘못 알고 있나?' 아리는 살짝 고민에 빠졌어요.

KakaoTalk_20250412_093208929_09.jpg


집으로 오자 말자 바로 엄마께 물었어요.

"엄마, 나 닭 아니야? 닭 맞지? 그지?"

"얘가 왜 이래? 너 혹시 학교에서 급식 잘 못 먹었니?"

"궁금해서 묻는데 애한테 좀 친절하게 말해줘요." ( 나한테도 ) 아빠가 말했지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잖아요. 자가기 닭인지 아닌지 묻는다는 게 말이 되냐고요."

"그럴 수도 있지. 자기 정체성이 뭔지 모를 때가 있다고.( 나도 내가 남편인지 머슴인지 헷갈린다고) "

KakaoTalk_20250831_071401619.jpg


"자자, 저녁에 공원에서 하는 공연 보러 가려면 어서 할 일을 다 끝내야 해요. 아리는 손 씻고 숙제하고! 당신은 뭐 돈이라도 줍는 거예요? 왜 땅바닥만 보고 있어요. 빨리 쓰레기 분리배출 하고 와요. 지금 애 하고 노닥거릴 시간 없어요." 엄마는 숨도 안 쉬고 다다다 말했어요.

헛, 엄마까지? 노닭이라니 아리는 참을 수가 없었어요.

"엄마, 우리는 닭이야!! 닭이라고요, 캑!" 너무 흥분해서 소리를 지르다 삑사리가 났어요.

KakaoTalk_20250830_115316324_22.jpg

엄마는 깜짝 놀라 얘가 왜 이러지? 하는 표정으로

"그래 닭이지. 아빠도 닭이고 엄마도 닭이고 너도 닭이고!! 우린 닭가족이야!

아리 보다 더 크게 말했어요.

"왜 자꾸 닭닭 거리는 거야 안 그래도 설거지하고 빨래 개고 바쁜데-"

"엄마가 노닭이라고 했잖아. 노닭이 아니고 예스 닭이라고!" 아리도 지지 않고 말했어요.

"으잉? 무슨 소리야? 자 잠깐. "

엄마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어요.

KakaoTalk_20250830_115316324_21.jpg


"푸하하하. ㅎㅎㅎ예스, 노 하하하하 아이고 숨차." 엄마는 웃음을 멈추지 못했어요.

"푹! 하하하 ㅎㅎㅎㅋㅋㅋ."

"뭐야 아빠까지 웃잖아." 아리는 화가 났어요.

"미안 미안 아리야. 자 들어봐. 노닥 거린다는 말의 노는 영어의 노가 아니야.

그냥 노닥노닥 말을 많이 하며 놀고 있다는 뜻이야 하하하."

아빠는 웃음을 참으며 설명을 해주었어요.

"영어가 아니라고? 아 뭐야? 왜 이렇게 비슷한 말이 많아?" 아리는 멍 했어요.

아하, 그제서야 아저씨도 아줌마도 왜 자기를 이상하게 봤는지 이해가 되었어요.

KakaoTalk_20250830_115316324_20.jpg


" 뭐야, 난 영어 안다고 좋아했는데. 국어 공부를 더 해야겠네. 아라써!

'알았어 지 -- 참아 여보 그냥 넘어가자.' 엄마 옆구리를 아빠가 당기며 귀속말 말했지요.

하지만 아리는 활짝 웃으며 말했어요,

"이야- 세상에는 배울게 너무너무 많구나. 그러면 더 바빠지는데? 오호 신난다. 삐약."

신나하는 아리를 보고 엄마와 아빠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우리 아리는 누굴 닮아서 이렇게나 해맑을까? 아리 덕에 실컷 웃었네. 그래, 공부하면 되는 거야."

엄마는 웃으며 말했지요.

"그럼 배우면 되는 거지." 아빠는 아리 어깨를 토닥여 주었어요.


KakaoTalk_20250830_115316324_19.jpg

정신을 차린 엄마가 손뼉을 짝짝 치며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어요.

"자자 이제 각자 일을 하러 가요.

이제 정말 시간이 없어요. 빨리빨리 움직여요.

더 노닥거리다간 늦어요."

"엄마가 말 제일 많이 해놓고는 갑자기 시간 없다고 막 큰 소리 지르고.

맨날 빨리 하래, 엄마는 독재 폭군이야 ㅎㅎㅎ 메롱. 아빠, 빨리 도망!"

아리가 엄마 흉내를 내며 다다다 말하고 아빠와 쌩 하니 달아나며 키득키득 하하하 신나서 웃었어요.

엄마도 웃음이 나왔어요. 하지만 지지 않고 소리쳤지요.

"그래, 나는 독재 폭군이다. 빨리 가서 자기 할 일 하라고!"


KakaoTalk_20250831_071401619_06.jpg


"너, 독재 폭군이 무슨 뜻인지 아니?" 가면서 아빠가 물었어요.

"몰라, 애들이 하는 말 따라 한 건데?"

"아? 그게 어떤 말이냐 하면 ---"

배움의 길은 끝이 없네요. 노닭노닭!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