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투자유치 관련 유의사항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브런치 작가 이동재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피칫이라는 사업체를 운영중이며 수많은 스타트업의 투자유치 활동을 가까운 거리에서 목격하고 VC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주변에서 투자유치에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수많은 창업자들의 이야기와 업계의 경험을 바탕으로 IR(투자유치)활동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을 공유하고자합니다.
모든 VC가 제가 말씀드리는 것 처럼 행동하는 것은 아니고, 세상에 정답은 없기 때문에 결국 사람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선택을 내리시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 의견과 근거가 와닿으신다면 따르시면 되고 아니라면 이런 관점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혹시 저를 개인적으로 아시는 VC분들이 읽으신다면 굉장히 적나라한 내용에 불편하실 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 너그러이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 ‘하지말라면 제발 하지마!’ 시리즈는 총 3편으로 구성될 예정이며, 제 아티클 시리즈는 한편의 길이가 그렇게 길지 않은 편입니다. 계속 양질의 글을 퍼블리싱하기 위해 1편은 무료, 2편과 3편은 유료로 배포됩니다. 여러분의 펀딩 여행에 성취가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결론: 가급적 만나지 않는게 좋습니다. 만나더라도 IR자료는 주지 마세요!
회사를 운영하시다보면 기사,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데모데이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VC가 연락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일반 심사역(선임,책임 포함)은 가능하면 만나지 마시라고 권장드립니다.
우리 회사가 좋아서 투자자가 만나자고 하는 것일텐데 왜 만나지 말라는 것일까요? VC의 조직 구조를 알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적어도 국내에서 초급 심사역을 통해 발굴된 기업이 실제로 투자를 받을 확률은 매우 떨어집니다. 경험이 적은 심사역들은 투자사가 선호하는 기업을 잘 판별하지 못하거나 회사의 투자의사결정에 직접적으로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이 작기 때문이죠. 따라서 자신이 발굴한 기업에 회사가 투자할 수 있도록 윗선을 설득하는데 굉장한 노력을 들여야하며, 시간도 오래걸리는 편입니다. 즉, 초급 심사역을 통해 투자가 진행될 확률도 낮을 뿐더러, 초급 심사역이 발굴했음에도 투자가 되는 케이스는 같은 회사 내에서 더 경험이 많은 고급 인력을 통해 발굴됐다면 더 쉽고 빠르게 진행됐을 확률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일부 에이스 심사역이라고 불리는 신입 중에서도 놀라운 수완으로 자신이 발굴한 기업에 회사가 투자하도록 설득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예외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회사에 직접 연락해 미팅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초급 심사역입니다! 고급 인력은 대부분 업계 내에서 보낸 시간이 길어 자신만의 기업발굴 채널이 따로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투자사는 초급 심사역의 성장을 위해 남는 시간에 최대한 기업을 많이 보도록 장려하거나, 아니면 심사역이 어떻게든 자신만의 기업 발굴채널을 구축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콜드메일을 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심사역 레벨의 실무자들이 여러분의 기업을 보고 마음에 든다고 하더라도 투자사의 투자 결정과 굉장히 괴리가 큰 경우가 많고, 때로는 아예 공부 목적으로 만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심사역의 입장에서 당사를 미리 알아둠으로써, 혹시라도 유명해지거나 잘되면 빠르게 찾아와 설득할 수도 있는 보조 패 같은 존재가 생기는 것이죠.
결정적으로, 기업의 입장에서는 시간도 아깝고 추후 본격적인 투자유치를 진행할 때 같은 투자사의 더 영향력 있는 사람을 소개받을 때 이미 동일한 회사의 구성원을 이미 만났다는 사실이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Ex. 상급자가 만나기 전부터 심사역에게 “만나봤는데 그냥 그렇던데요?”라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 등)
이런 상황에서는 “현재 저희는 핵심사업에 집중하느라 투자유치 활동은 하고 있지 않습니다. 연락처를 주시면 저희가 투자유치를 시작할 때 직접 연락드리겠습니다.” 라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이러면 반대로 해당 심사역을 제가 나중에 투자유치를 진행할 때 정말 필요하면 연락할 수 있는 백업 풀에 넣게되는 것이죠. 그렇지만 실제 투자유치를 진행할 때는 가능하면 해당 심사역보다는 같은 투자사의 더 높은 직책의 인력을 소개 받아 접근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결국 위에서 말씀드린 내용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정말 커넥션이 없는 경우에만 초급 심사역에게 연락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저희 모두 빠르고 투자의사결정에서 불확실성이 적은 길을 선호하잖아요?
그렇다면 이사 / 파트너 / 펀드매니저 급의 인력이 먼저 연락을 할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요? 투자유치를 진행하고 있지않다는 점을 명확하게 고지하시고, 그럼에도 인사를 나눌 의향이 있는지를 물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IR덱은 제공하지말고 만나서 좋은 인상을 남기며 대략적인 사업의 매력적인 스토리만, 캐주얼하게 전달해주세요. 이런 미팅의 목표는 VC로부터 인사치레가 아닌 진심으로 “IR하실 때 저한테 먼저 연락주세요”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입니다. 이런 VC는 후에 실제 투자유치를 진행할 때 소개를 건너뛰고 직접 연락할 수 있는 좋은 컨택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팀장 급 인력은 어디에 위치하나요? 팀장이라는 직책의 경중이 투자사마다 극심하게 갈리는 편입니다. 어떤 VC에서는 팀장이 거의 말단에 가까운 위치인데 대외적인 이미지를 위해 타이틀만 팀장인 경우도 있는 반면, 어떤 VC에서는 팀장이 펀드매니저 급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나이와 경력을 보면 더 명확해집니다. 상대적으로 젊고 경력이 짧은 팀장들은 타이틀만 팀장일 확률이 높으니,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이력과 사진을 확인하시고 팀장이 너무 젊고 VC 경력도 짧다면 일반적인 초급 심사역으로 보시고 대응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당장 투자유치중이 아닐 때 IR덱을 보내지 마시라는 것은 두가지 이유에서입니다. 첫번째는 여러분의 IR덱을 누군가에게 보내시는 순간 공공재가 될 확률이 아주 높기 때문입니다. IR덱은 VC사이의 카톡방에서 공공재처럼 떠돌고, 심지어 경쟁사의 손에 들어가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그런고로 회사의 민감한 정보가 담겨있는 자료는 명확한 필요가 없을 때는 가급적 보내지않으시는게 좋습니다. 둘째, IR덱을 보는 VC는 기업에 대한 평가를 굉장히 빠르게 내리도록 업무상 훈련이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IR자료는 순식간에 VC가 비판적 관점으로 대표님의 사업내용을 바라보게 만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정권자에 가까운 VC를 공식 펀딩 이전에 편하게 만나실 때는 투자유치에 급하지 않다는 인상을 남기시고, IR덱은 추후 투자유치 직전에 완전히 준비가 되었을 때 제공하시는게 좋습니다.
적고보니 맛보기라 그런지 1편은 생각보다 매운맛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2편부터는 좀 더 마라맛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다음 이야기
(maily.so/mystartup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Scenario 2. 첫 투자 밸류에이션?
Scenario 3. 엔젤투자?
Scenario 4. 콜드메일?
Scenario 5. VC가 이번 라운드를 본인들과 빠르게 끝내자고 한다면?
Scenario 6. 미팅 후 연락이 없는 VC?
Scenario 7. 비판하면서 기업가치를 깎아 진행하자고 설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