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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itter Feb 14. 2024

성인 ADHD를 벗어나기 위한 일기 - DAY 5

어찌 단점만 있을까, 장점도 있는 나의 ADHD


난 직업 상 로직컬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기승전결이 잘 맞아야 하고, 그 중간과정이 앞과 뒤의 내용과 동떨어져서는 안 된다. 그러다 보면 결국에는 틀에 박힌 결과물들을 만들어내거나 중간에 막혀버리는 문제가 생기고 마는데, 여기서 나의 장점이 발현된다.


나는 문제 해결에 있어서 기존의 틀을 벗어난 방법을 자주 제시하곤 한다. 이게 어디서 발현되는 경우냐...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나는 지루함, 싫증을 잘 느끼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하나만 깊게 파는 성격이 못된다. 이를 좋게 이야기하다면 넓은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다양한 주제와 활동에 대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아이디어를 결합하여 새로운 관점이나 창의적인 솔루션을 제시한다.


어느 정도로 넓은 관심사를 가지고 있냐면, 유튜브 알고리즘도의 나의 관심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어느 날은 정치에 빠져 하루종일 정치 시사상식만 보고 있다가, 그다음 날이 되면 정치에 대한 원론적인 고민을 하다가 철학에 빠져 소크라테스, 플라톤을 넘어 니체의 사상까지 구경하고 난 다음 갑자기 우주에 대해 관심이 생겨 우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시청한다. 그렇다고 그게 며칠은 가느냐? 아니다. 뭐 궁금증은 해결이 되었으니 그다음은 관심이 없다.


그렇게 갖가지 모은 잡다한 상식들이 결국 업무를 수행할 때 엉뚱한 곳에서 연관이 되어 새로운 아이디어가 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ADHD를 가진 일부 사람들은 서로 다른 아이디어나 개념을 결합하여 새롭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큰 이유 중 하나는 메타인지적 사고이다. 우선 메타인지가 무엇인지부터 알면 좋을 것 같다. 메타인지란 자신의 학습 과정과 사고 과정에 대한 인식 및 조절 능력을 말한다. 즉,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생각을 어떻게 조절하고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인식과 능력이다. 근데 ADHD를 가진 사람들은 종종 주의 집중, 충동 조절, 계획 및 조직화 같은 집행 기능에서 어려움을 겪는데, 어떻게 메타인지적 사고가 좋을 수 있냐고?


이것은 단기간에 이어지는 결과물은 아니긴 하다. 난 진단을 받은 지는 얼마 안 되었지만, 분명 오랫동안 ADHD를 가지고 있었을 확률이 크다. 어렸을 때부터 나 스스로의 능력과 성격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끊임없이 내 문제점을 파악하고, 분석하고, 해결방법을 찾아내려 했다. 남들처럼 적당한 집중력과 계획성과 충동 조절과 조직화 능력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이런 노력을 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나의 사고 과정과 학습 방식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이를 긍정적으로 조절하는 방법을 항상 고민했다. 이러한 과정들이 결국엔 메타인지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던 것이다. 


결국 나만의 독특한 사고방식을 인식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동시에 집행 기능의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개발하는 과정을 통해 메타인지력을 향상시켰고, 창의적 잠재력을 발휘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는... 그런 결론이다. 그러니 혹시나 이 글을 읽고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있다면, ADHD가 가져다준 선물을 충분히 써먹어보았으면 좋겠다.







https://brunch.co.kr/@startup-phobia/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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