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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itter Mar 15. 2024

경력직에게 공백기가 해로운 이유 part.2

그럼에도 나는, 내게 필요했던 공백기를 후회하지 않는다.

경력직에게 공백기가 해로운 이유? 물론 있다. 무시할 수 없는 통계가 존재하고, 이를 확인한 적도 많다. 

하지만 이건 나라는 사람을 단순히 '회사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존재라고 생각할 때나 있는 일이다.


'회사원인 나'에게는 해로웠을지 몰라도, '그냥 나'에게는 전혀 해롭지 않았기에 후회하지 않는다.


언제가부터 '나'를 회사원으로만 정의해 왔을까?


사실 이러한 역사는 짧지 않다. '그냥 나'로 살아본 적이 얼마나 있을까? 학생일 땐 '학생인 나'로 이십 년을 넘게 살았다. 그리고 '그냥 나'로 살아보기도 전에 '회사원인 나'가 되었다. 공백기를 가지기 전까진.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그냥 나'로 살아가다가도 문득, '회사원인 나'가 말을 건다. 

"나를 잊었니? 이렇게 잊다가는 사라져 버릴 수가 있어. 그럼 너는 뭐가 되니? 세상에 누구도 '그냥 나'로는 살지 않아."


이러한 질문들에 부딪힐 때마다, 공백기는 내게 '나를 찾는 시간'이었다고 답하곤 했다. 직장이라는 정의를 넘어,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탐색하는 시간. 그 과정에서 '회사원인 나'와 '그냥 나' 사이의 균형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우리는 각자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살아간다. 때로는 그 역할들이 우리를 정의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진정한 '나'는 그 역할들을 넘어선다는 것을. '회사원인 나'도, '학생인 나'도, 심지어 '그냥 나'조차도 나의 한 측면에 불과하다.


공백기 동안 나는 새로운 취미를 발견했고, 오래 잊고 있던 열정을 다시 찾았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일부는 더 깊어졌고, 일부는 자연스레 멀어졌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경험이 '그냥 나'를 더 풍부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이제 '나'를 한 역할로 정의하는 것이 얼마나 제한적인지 이해한다. '회사원인 나'는 나의 일부일 뿐, 나의 전부가 아니다. 내가 진정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나를 정의한다.


공백기를 통해 나는 더 넓은 세상을 경험했고,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그 경험들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회사원인 나'와 '그냥 나', 그리고 그 사이의 모든 '나'들이 조화를 이루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


그러니 누군가 나에게 공백기가 해로웠냐고 묻는다면, 나는 대답할 것이다. "아니요, 그 시간은 제게 필요한 성장의 과정이었어요.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진정한 '나'를 발견했습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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