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12월이었을 것이다. 갓 발매된카세트테이프하나를 구하기 위해서 음반가게로 달려갔다. 그 당시 잘 나가는 이승환, 신해철(N.EX.T), 서태지와 아이들, 신승훈, 김종서, 윤상, 015B, 유영석, 신성우, 이덕진, 봄여름가을겨울 등 슈퍼 스타들이 한 팀이 되어서 만든 특별한 앨범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내일은 늦으리'라는 부제로 만들어진 환경 보전을 위한 대형 콘서트. 앨범 속에는 여러 노래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내 기억에 남는 것은 타이틀 곡이 '더 늦기 전에'.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너무 늦기 전에 환경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내용의 노래로, 콘서트에 참가한 모든 가수가 나눠서 부른 테마 곡이었다.
오늘 집에 오는 길에 문득 그 기억이 떠올랐다. 바로 핸드폰을 꺼내 '더 늦기 전에'라고 유튜브를 검색하니 환경 콘서트 로고가 보였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니 오래전 추억 속 노래가 내 귓가로 울려 퍼졌다. 순간 고등학교 1학년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오래전 추억들이 떠올랐다. 그때를 생각하자니 마냥 웃음이 나왔다.
<더 늦기 전에>
생각해 보면 힘들었던 지난 세월
앞만을 보며 숨차게 달려 여기에 왔지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남아있지만
이제 여기서 걸어온 길을 돌아보네
어린 시절에 뛰놀던 정든 냇물은
회색 거품을 가득 싣고서 흘러가고
공장 굴뚝의 자욱한 연기 속에서
내일의 꿈이 흐린 하늘로 흩어지네
하늘 끝까지 뻗은 회색 빌딩 숲
이것이 우리가 원한 전부인가
그 누구가 미래를 약속하는가
이젠 느껴야 하네
더 늦기 전에
그 언젠가 아이들이 자라서
밤하늘을 바라볼 때에
하늘 가득 반짝이는 별들을
두 눈 속에 담게 해 주오
그 언젠가 아이들이 자라서
밤하늘을 바라볼 때에
하늘 가득 반짝이는 별들을
두 눈 속에 담게 해 주오
저 하늘 촘촘히 박혀있던 우리의 별들을
하나둘 헤아려 본 지가 얼마나 되었는가
그 별들이 하나둘 떠나고 힘 없이 펼쳐지는 작은 별 하나
자 이제 우리가 할 일이 무어라고 생각하나
우리는 저 별마저 외면해 버리고 떠나보내야만 하는가
그런데 또 한 편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32년 전, 모두가 함께 이런 노래를 부르며 그렇게 노력했지만, 사실상 지금 바뀐 것은 과연무엇일까?
이 곡을 지금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것.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아직도 우리는 심각한 환경오염을 고민하고 있으며 지구온난화로 기후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결코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 지금도 말로만 친환경, 친환경을 외치고 있지만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여전히 외면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30여 년 전에는 희망이 있었다. 더 늦기 전에 노력하면 세상이 변할 것이라고. 그렇지만 여전히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4년. 다시 이 노래를 소환한 이유다.
변화가 없다면 2050년에도 같은 노래를 부를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생각. 나 또한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 내 곁에서 잠들어있는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