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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산책하기 좋은 날, 생거진천 자연휴양림

가을 숲을 거닐며 사색의 시간을 보내다

by Wynn

'생거진천 자연휴양림?'

안성 서운산 자연휴양림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또 하나의 자연휴양림이다. 충북 진천군 백곡면에 있는 생거진천 자연휴양림은 서운산 자연휴양림에서 30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솔직히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고, 어떤 휴양림인가 궁금했다.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생거진천 자연휴양림이라는 표지판을 보고 자동차 핸들을 돌렸다.


생거진천 사거용인(生居鎭川 死去龍仁)이라는 옛말이 있다. 살아서는 진천 땅이, 죽어서는 용인 땅이 기거하기 좋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말은 '저승사자와 추천석' 전설에서 유래된 것이다. 옛날에 진천에 사는 농부 추천석과 용인에 사는 선비 추천석이 있었는데, 저승사자의 실수로 용인 선비 대신 진천 농부 추천석이 죽음을 맞이한다. 저승에 도착한 농부 추천석이 염라대왕에게 억울함을 호소했고, 염라대왕은 저승사자의 실수를 확인했게 된다. 그러나 이미 육신이 매장되어 돌아갈 수 없게 되자, 염라대왕은 그에게 "살아있을 때는 진천에서 살았으니, 죽어서는 용인의 추천석 몸으로 가서 다시 살아라"라고 판결한다. 이렇게 유래된 것이 생거진천 사거 용인이다. 전설처럼 예로부터 진천은 살기 좋은 고장으로 명성이 높았다. 이는 진천에 물이 풍부하고 농토가 넓어 먹거리가 넉넉한 데다 가뭄, 홍수 등 자연재해가 적었던 데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바로 그곳 진천 땅에 위치한 자연휴양림이 생거진천 자연휴양림이다.

백곡 호수에서 10분 정도 달렸을까? 휴양림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였다. 이때부터는 1.5차선 도로. 중간에 큰 차를 만나면 서로 교차하기가 쉽지 않은 좁은 길이었다. 그 길 중간쯤에는 작은 폭포가 있는데 산꼭대기에서 계곡을 타고 내려오는 물길이 제법 힘이 있어 보였다. 작은 폭포에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생거진천 자연휴양림 매표소가 나왔고, 웅장한 표지석이 눈앞에 들어왔다. 휴양림 입구가 상당히 깊숙한 계곡에 위치하고 있어서일까? 휴양림 내부는 상당히 고요했다. 도시의 소음은 전혀 들리지 않았고 바람 소리와 작은 새소리가 전부였다. 또한 여느 휴양림과 다르게 입장료와 주차료가 무료라는 것. 잠시 들려서 산책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도 부담이 없어서 좋을 듯했다.

입구에 차를 주차하고 우선 왼쪽 길로 올라가보았다. 가는 길에는 힐링숲1호부터 6호까지의 숲 속이 집이 위치하고 있었다. 다들 최근에 지어진 숲 속의 집처럼 보였고 모두가 단독주택형 숙소였다. 힐링 숲 1호가 가장 앞쪽에 홀로 위치해 있었고 그 뒤로 2,3,4호, 마지막으로 5,6호가 가장 위쪽에 위치라고 있었다. 모두가 복층형 구조를 가지고 있었고 8명에서 10명 정도 머무는 조금은 대형 숙소로 보였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각 동 앞에 넓은 마당과 테라스 공간이 있어서 2~3가족이 야외에서 바비큐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어보였다.

힐링숲 숲 속의 집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곳은 5호와 6호였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여 눈앞으로 펼쳐지는 근사한 가을 뷰도 좋았고 앞쪽에 있는 2,3,4호실과는 다르게 위치도 상당히 떨어져 있어서 조용히 가족만의 시간을 보내기에 최고의 숲 속의 집으로 보였다. 혹시라도 나중에 예약을 하게 된다면 힐링숲 5호나 6호를 예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본 휴양림 시설 중에서 가장 개방감이 좋고 근사한 공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다시 발걸음을 돌려서 유아숲체험장 쪽으로 향했다. 가는 길을 포장길이었는데, 중간중간 낙엽이 가득했다. 다만 최근에는 공사 때문에 차를 타고 올라가는 길은 통제하는 듯했다. 그렇지만 자동차가 아닌 간단히 산책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는 듯했다. 주변의 가을 풍경을 즐기며 가족들의 손을 잡고 천천히 길을 걸었다. 얼마를 걸었을까? 조금 숨이 벅차다 할 정도가 되었을 때 커다란 표지판이 하나 나타났다.

유아숲체험원이었다. 이곳의 유아숲체험원은 5세에서 10세 사이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운영되는 무료 산림교육 프로그램 공간이라고. 아이들이 숲 속에서 자유로운 놀이 활동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고 배울 수 있도록 조성되었다고 한다. 밧줄 놀이터, 시소, 통나무 올라타기 등 다양한 놀이 시설이 있다고.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가 찾은 날에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며칠 전부터 날씨가 조금 쌀쌀해줘서 아이들의 체험이 없는 듯했다.

그곳에서 우리 아들의 관심을 끈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모노레일 승강장이었다. 이것이 무엇인가 궁금했다. 자세히 보니 300미터 위쪽에 있는 유아숲체험원으로 이동하는 수단으로 보였다. 궁금해서 내려오는 길에 관리사무소 쪽에 확인을 해보니 현재는 운행을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안전상의 이슈가 있는 듯했다. 다른 휴양림에서 운행이 중단되면서 이곳에서도 운행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예전에는 어린이들이 모노레일을 이용했고 어른들은 그 옆에서 걸으면서 유아숲체험원으로 이동하는 방식이었다고. 상상 속으로나마 한 번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 녀석도 느리게 올라가더라도 재미가 있을 것 같다며 나중에 운행하면 다시 오자고 내가 살포시 말했다.

모노레일을 지나서 우리 가족은 조용히 가을 산길을 걸었다. 가을의 마지막을 장식하듯이 갈색으로 물든 낙엽들이 산책로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바스락바스락 산길을 걷는 소리가 매력적으로 들렸다. 우리 가족이 오롯이 산 전체를 전세내고 산행을 즐기는 기분.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했다.

다시 산책로를 뒤로 하고 휴양림 안쪽으로 내려왔다. 이번에는 계곡 반대편으로 내려오는 길이었다. 가장 위쪽에 황다숲 숲 속의 집이 있었고, 그 옆으로 새롭게 만들고 있는 근사한 트리하우스 2 채도 있었다. 그 아래로 라다숲 숲 속의 집들이 있었다.

황다숲 숲 속의 집은 근사한 펜션처럼 보였다. 2개의 방으로 이어진 듯했는데,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고 10인실이라고 했다. 그 아래로 미래지향적 모습의 트리하우스 공사도 한창이었다. 거의 완성이 된 느낌이었는데 왠지 마무리 공사를 하는 듯했다. 외벽이 특이하게 반대되는 소재를 사용해서 재미있는(?) 사진을 만들 수 있었다. 아래마다 숲 속의 집이 1호부터 5호까지 있었다. 여기는 6인실로 운영 중이었고 복층형 원룸 구조라고 했다. 가장 안쪽에 있는 5호가 가장 괜찮은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였다.

숲 속의 집 앞으로는 작은 계곡이 흐르고 있었다. 그 옆으로는 나무 데크길이 있었는데 조금 가파르기는 했지만 산책을 즐기기에 괜찮은 길이었다. 맑은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잠시 계곡물에 손을 담그거나 발을 담길 수도 있었다. 잠시 산에 오르면서 흘린 땀을 씻기 위해 계곡물에 손을 담갔는데 상당히 차가웠다. 여름에는 살짝 발을 담그고 여유를 느끼기에 괜찮은 장소같았다. 다만 경사도가 조금 있어서 비가 내릴 때에는 수량이 많아서 물놀이를 하기에는 조금 위험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계곡 아래로 내려오니 산림문화 휴양관과 연립동 건물이 있었다. 여기는 대부분 4인실과 5인실로 한 가족이 머물기에 충분한 공간이었다. 숲 속의 집은 6~10명까지 정원이라서 조금 부담스럽기 때문에 3~4명 정도는 연립동이나 휴양관을 이용하면 좋을 듯 했다. 각 객실마다 테라스도 있었고 뒷편으로 바비큐 시설도 준비되어 있어서 편의시설면에서는 숲 속의 집과 큰 차이가 없어보였다. 마지막 나오는 길에는 여름철에 문을 여는 물놀이 시설도 있었는데 계곡에서 즐기지 못하는 물놀이는 이 시설에서 완벽하게 누릴 듯 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생거진천 자연휴양림은 우리 가족에게 특별한 경험이었다. 다음에 꼭 한 번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숲 속의 집도 규모가 조금 컸지만 그래도 시설도 디자인 모두 여느 휴양림보다 훌륭해 보였다. 복잡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진정한 쉼표를 찾고 싶다면, 생거진천 자연휴양림 방문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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