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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 Oct 20. 2020

무작정 책을 읽기 시작하다

대학원을 그만두고 자취방도 빼고 다시 본가로 돌아오게 되었다. 자취 생활에는 장점도 많았지만 돈이 많이 나갈 수밖에 없었고, 살림을 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긴 했다. 확실히 본가로 들어오니 편하고 좋았다. 마음이 불편하다는 점을 빼고는. 돌아오자마자 엄마랑 냉전 체제가 참 길었다. 나이 30에 취업도 하지 않았는데 다니던 대학원도 그만둔 자식을 보기가 마음 편하지 않은 것은 당연할 것이다.


취업은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디로 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다. 취업 사이트에도 가입해봤지만 어려운 일이었다. 이제 학위는 '학부생 졸업'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 어쩐지 가슴 쓰렸다. 대학원에서 보낸 2년 남짓한 시간은 긴 시간이었다. 긍정적으로 보면 짧은 시간이기도 하다! 어쨌든 여기서 또다시 내 특유의 우유부단함, 이상주의가 발동했다. 이제야 기업의 신입사원으로 들어가는 일이 내키질 않았다. 그러면 돈 안 벌고 살 거야? 금수저는 아니지만 부모님의 지원을 부족하지 않게 받아 온 탓인지 나는 현실감각이 참 부족하다.


그러면 또 집에서 게임이나 하며 마음을 달래야 하는가? 나는 와우라는 게임을 참 좋아한다. 심심하다 싶으면 생각나는 게임이 그것이다. 나는 또 '와우 클래식'을 플레이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 이럴 때가 아니긴 했다. 나는 영어 학원을 등록했다. 일단 성적이라도 받아 놓자. 오픽을 2주 동안 배우고 시험을 쳤는데, 일단 회사에 서류를 낼 수 있는 기준보다는 높은 성적을 받았으니 만족하기로 했다.


그럼 다음은 뭐지? 나는 다시 고민의 늪에 빠졌던 것 같다. 사실 나는 대학원에 다니면서 창업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창업 관련 과목을 수강하기도 했다. 또 학교에서 개최하는 창업 캠프에 두 차례 참여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관심선에서 끝나 있던 일이었다. 나도 창업을 할 수 있을까? 창업은 여러모로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의 모습을 그려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들을 몇 개 찾아보다 보니, 나름대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성공한 사람들은 확실히 월급 받는 회사원들은 아니었다. 자신만의 무언가를 '창조'해낸 사람들이었다. 자신만의 것을 창조해 내는 것이 인생의 의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어떤 일반적인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것은 그들 대부분이 자신의 동기부여를 책으로부터 얻었고, 독서광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그때까지 나는 부끄러울 정도로 책 읽는 습관이 없었다. 최근에 무슨 책을 읽었는지도 기억 못 할 만큼 말이다. 그래서 나도 책을 많이 읽어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만약 나 자신에게 뭔가를 투자하고자 한다면 그것을 책값으로 지불하기로 했다.


그렇게 4월 4일부터 읽기 시작한 책은 현재까지 40권이 되었다. 총 읽은 페이지 수는 13859쪽이다! 어떤 사람은 1000권의 책을 읽었다고 하는데 내 속도라면 4500일이 걸릴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있냐고 하면 중간에 <메모 습관의 힘>(신정철)이라는 책을 읽고 독서일지를 작성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처음 독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했을 때는 약간의 난독증 같은 것이 느껴졌다. 집중력이 떨어져서 같은 문장을 계속 반복해서 읽게 되는 현상도 있었다. 그래서 문단 별로 중요 문장을 하나씩 찾아가며 다 줄 치면서 읽기 시작했다. 중요 문장을 찾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집중력을 더 잡을 수 있었다. 책을 거듭 읽어가면서 나만의 독서법을 찾아가는 것 같다. 지금은 기억하고 싶은 문장에만 줄을 치고 페이지를 접어가면서 읽는다. 그리고 다 읽고 나면 공책에 그 문장들을 적어둔다.


어떤 책을 골라서 읽어야 할까? 나는 철저히 내게 필요할 것 같은 책만을 골랐다. 돈 버는 삶이 궁금할 때, 사랑하는 법이 궁금할 때, 말 잘하는 법이 궁금할 때, 내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 궁금할 때,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싶을 때, 앱을 만드는 방법이 궁금할 때 등 내가 알고 싶은 것이 뭔지 생각해보고 관련한 책을 검색해서 골랐다.


책을 읽으면 인생이 바뀔까? 아마도 그런 것 같다. 사람은 읽는 만큼 다듬어진다고 생각한다. 독서를 거듭하면서 내 행동이나 생각에도 분명히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 어떤 변화인지는 차근차근 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 물론 아직도 많은 것이 부족하다고 느끼며 완성에는 한참 멀었다. 그러기에 읽고 배우는 것을 멈추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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