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도 부익부 빈익빈입니다
여러분 어른들이 잔소리로 가끔 그런 이야기 하지 않나요? ‘내가 너처럼 머리가 팽팽 돌아가면 공부 열심히 할 텐데...’ 라구요. 젊은 사람은 생각도 유연하고 뭘 읽으면 이해도, 기억도 잘 될 거라고 믿는 거죠. 뇌 기능이 좋은 게 복인 줄도 모르고 게으름을 피우니 불만이라는 말씀이죠. 그리고 이게 틀린 말도 아닙니다. 인간 뇌의 기능은 20대에 정점을 찍고 점점 퇴화하기 시작합니다. 이 글을 쓰는 저만 해도 기억력이 얼마나 나빠졌는지 대학교 다닐 때가 그리울 지경이지요.
어때요? 여러분은 뇌가 활력 있게 일하는 느낌을 받으시나요? 아닌 사람이 더 많을 겁니다. 정작 학교에서 배운 걸 외우거나 이해하려고 들면 ‘나 바보 아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솔직히 더 많잖아요. ‘대체 젊은 사람의 뇌가 뭐가 좋다는 거야? 우리 할아버지가 나보다 아는 것도 더 많고 눈치도 빠르던데’ 라는 생각이 들죠.
실제로 새로운 지식을 익히는 속도를 보면 젊은 사람보다 나이가 있는 사람이 빠른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그건 기억이라는 게 기존 지식과 연결을 이루는 형태로 구성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존 지식이 많은 사람이 새 정보를 빨리 습득합니다. 이미 관련된 개념이 있기 때문이죠. 이게 일종의 닻 역할을 해서 새 정보가 쉽게 정박하도록 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피아노를 배운 사람은 온음(흰 건반)과 반음(검은 건반)을 알 뿐만 아니라 도와 미와 솔을 동시에 누르면 조화된 소리인 으뜸화음이 된다는 사실도 압니다. 그런데 기타의 코드도 마찬가지입니다. A, E, C등의 알파벳이 바로 화음의 일종이지요. 그렇다면 기존에 피아노를 배운 사람이 기타치는 법을 배우는 속도가 음악에 문외한인 사람이 배우는 속도보다 더 빠르지 않을까요? 역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르네상스라는 문화적 흐름이 인간중심주의적 성격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그 시절 예술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화풍에 대해서 더 일찍 깨달을 겁니다.
그러니 이미 중고등학교때 배운 바로 아는 게 많은 어른들은 새로 알게 된 사실을 기존 지식에 합치는 방향으로 쉽게 습득하는 것입니다. 알고 있는 게 상대적으로 적은 청소년들은 맨바닥에 새로운 정보를 심어야 하기 때문에 공부가 힘든 것이죠. 어린 사람은 뇌의 기능이 좋다는 점이, 나이가 많은 사람은 이미 가진 지식이 많다는 것이 공부를 하는데 있어 장점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 공부를 많이 하면 지금 당장은 진전이 없어 보여도 어느 시점부터는 눈에 띠게 성적이 올라갑니다. 이론과 개념의 체계가 생기면서 새로운 지식이 이미 가지고 있는 지식과 연결되며 더 쉽게 입력되거든요. 걱정이 되더라도 자기 자신을 믿고 일단 버티고 반복해 보세요. 점점 여러분이 정해진 시간에 학습할 수 있는 양이 많아지면서 나중에는 놀랍도록 똑똑한 사람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