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쌍둥이를 키운다는 이유로
나는 '육아의 달인'이 되었다.
생활의 달인에도 출연한 적이 있고
토크쇼에 초청된 적도 있다.
그때 난 항상 얘기했다.
난 육아의 달인이 아니라
짧은 시간에 굵직한 육아를 했던 사람이다.
육아의 달인이라는 말을 듣기엔
많이 부끄럽고 많이 부족하다.
실제로 특별히 ‘달인’이라는
칭호를 얻을 만큼 특출 나게 잘하는 건 없다.
그렇지만
이거 하나는
잘한다고 얘기할 수 있다.
그건 바로..
“기저귀 갈기” 다.
솔직히
기저귀 가는 건
눈 감고도 할 수 있다.
나와 아내는
약 3년 동안
매일 30장이 넘는 기저귀를 갈았다.
기저귀를 가는 일 자체는
사실 그리 힘든 일이 아니지만
그 일을 하루에 30번씩 3년 동안 하면
힘든 일이 된다.
그리고 기저귀를 많이 사용하면
그만큼 쓰레기가 많이 생긴다.
부천시에서 아이들이 태어날 때
선물로 종량제 봉투 20리터짜리 200장을 주었다.
그런데 그 많은 봉투를
1년도 되기 전에 다 썼다.
대략 3일에 2장씩 썼다.
봉투를 많이 쓰는 것도 쓰는 건데
기저귀를 많이 갈다 보면
정말이지
냄새가
많이 심하다. 정말 많이.
그리고 그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기저귀 비용을 나라에서 지원해 주긴 한다.
만 2년이 될 때까지는
나라에서 지원해 주는 바우처
포인트로 기저귀를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만 3년까지 기저귀를 했기 때문에
1년은 우리가 감당해야 했다.
3일에 2장씩 사용되는 종량제 봉투와
하루 30장의 기저귀는
생각보다 큰 지출이었다.
두 돌이 지나고부터
배변훈련을 시켜야 하나 고민했다.
언젠간 해야 하니
유아용 4개를 변기를 구매했다.
물론 이모가 선물로 사줬다,
(이모 감사요)
하지만 아이들은
배변훈련은커녕
변기를
장난감으로 사용했다.
장난감이라기보다
수납장으로 사용했다.
자기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넣어두곤 했다.
배변훈련을 하기 위해선
결단이 필요했다.
하지만 나와 아내는
당장 훈련시킬 용기가 나질 않았다.
이미 지금도 충분히
힘든데
꼭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훈련을 해야 하나 싶었다.
그리고 대소변을 가리려면
쉬나 응가가 마렵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하는데
기저귀를 한 상태에선 이를 인지하기 전에 싸버린다.
그래서 기저귀 입지 않고
훈련을 해야 하는데
너무 많은 팬티와 바지가
사용될까 너무 두려웠다.
그리고
인터넷상에서 떠도는
아이들이 똥칠한 썰들을 보고
겁이 났다.
내심 살다 보면 언젠가 한 번은
똥으로 사고 치겠구나 생각했다.
나와 아내는 용기를 내고
훈련을 하려고 시도했다.
첫 번째 난관.
아이들이 기저귀를 벗지 않는다.
팬티를 아주 어색해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이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팬티를 구매했다.
우리 넷둥이들
이상한 심리가 있다.
한 명이 하면
나머지가 한다.
한 명이 팬티를 입으니
다른 아이들도 팬티를 입었다.
넷둥이 중 기저귀를 가장 빨리
졸업한 건 하음이다.
하음이는 자신이 원하는 팬티를
입기 위해 기저귀를 스스로 벗었고
처음 하루 이틀만 실수하고
그다음엔 대소변을 가렸다.
물론 처음엔
대변은 꼭 기저귀를 입고 했지만
오랜 시간 설득과
적절한 보상으로
기저귀를 완전히 졸업했다.
아들 셋은 시간이 꽤 걸렸다.
하음이가 팬티를 입으니
저기들도 입겠다며 우르르 입더니
허전하다고 벗어버렸다
일단 본인들이 기저귀를 졸업해야 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우려했던 대로
훈련하면서 너무나 많은 팬티와
바지가 젖어버렸다
결국
'너무 조급하게 하지 말자.'
며 다시 기저귀를 입혔다.
하지만 우린 포기하지 않았다.
매일 아이들에게
결국 팬티를 입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도록
이야기해 주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어느 날 하민이가
팬티를 입겠다고 했다.
그렇게 하민이가
한 번 두 번 배변에 성공하고
폭풍 칭찬을 해주니
다른 아이들도 덩달아
배변에 성공했다.
지금은 아이들 모두 기저귀를 졸업했고
대소변을 잘 가리고
어디서나 잘 싼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렇게 조급해했나
왜 그렇게 스트레스받았나 싶다.
결론.
내가 느낀 배변훈련에서 가장 필요한 건
4가지다.
언젠가 할 수 있다는 믿음,
많아지는 빨래에 대한 인내,
성공했을 때 아낌없는 칭찬,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예쁜 팬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