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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셔레이드 걸 Aug 13. 2023

최애의 아이

새로운 가정을 꾸리거나 아이가 생긴 뒤 끝내 소원해져 버린 아까운 인연들을 떠올린다.

지금도 꾸준히 만남을 지속하는 비혼 친구, 딩크 지인들과 그들의 차이점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어느 날, 나의 최애가 자신의 최애를 소개한다.

나는 최애에게 최애가 생긴 것을 함께 기뻐하지만 점점 최애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아진다.

어렵사리 최애를 만나도 최애는 늘상 최애의 최애에 관한 이야기만을 늘어놓는다.

처음엔 나도 최애의 최애라면 당연히 좋아해야겠지 생각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리송한 기분이 다.


이게 맞나?


나는 최애의 일거수일투족이 궁금한데 알려주는 건 최애의 최애에 관한 정보들뿐이다.

나는 점점 시무룩해진다.

결국 나는 그 판에서 빠져나오기로 결심한다.

한동안은 상심이 컸지만 곧 다른 최애가 생겨 이전 최애의 일 같은 건 금세 잊혀진다.


또다시 적당한 시간이 흐르고 나자 이번엔 얄궂게도 최애가 내 소식을 궁금해한다.

최애가 자신의 최애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줄어들어 여유가 생긴 탓도 있다.

이따금 최애는 나와의 즐거웠던 시간을 떠올리며 내게 연락하지만 나의 시큰둥한 반응에 당황한다.

그/그녀는 이미 내 최애도 뭣도 아닐뿐더러 좋았던 추억 따위는 이미 휘발되어 사라진 지 오래다.


그/그녀는 이제 자연스레 나에 대한 기억을 덜어내 한쪽으로 치워두고 먼지가 뽀얗게 쌓일 즈음 이게 뭐였더라? 하며 몇 번 고개를 갸웃하고선  망설임없이 내다 버릴 것이다.


이것은 그/그녀의 탓도, 나의 탓도 아니다.


물론 내가 최애의 아이를 최애만큼 좋아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들 때도 있지만 아쉬움은 아쉬운 대로 남겨둘 줄도 아는 것이 나이를 먹으면서 갖게 된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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