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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셔레이드 걸 Aug 27. 2023

어느 날 내 조그만 위장으로 식탐이 찾아왔다.

원체 식탐이 없는 편이었다. 아니, 없었다.

사춘기 시절에도 친구들이 여름이면 빙수 먹고 싶다, 겨울이면 붕어빵 먹고 싶다, 노래를 부를 때마다 나는 맞지 여름엔 빙수지, 그래 겨울엔 붕어빵이지. 하면서 추임새를 넣을 뿐이었다.

식욕은 1도 없던 시절이었다.

그저 안 먹으면 허기가 지니까 꾸역꾸역 씹고 삼켰더랬다.

도대체 언제쯤이면 식사 대용 알약이 개발되는 거냐고 투덜대며 애꿎은 과학자들을 원망하곤 했다.


대학에 다니면서 맥주맛에 눈을 떴다.

처음엔 이 쓴 음료를 도대체 왜 이렇게 마셔대는 거야? 영문을 모르겠네- 하고 중얼거렸는데 새벽까지 마셔댄 술 때문에 숙취에 시달리며 시험을 치러 가는 먹고대학생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여전히 먹을 것에 대한 집착은 없었다.

과자 한 봉지를 뜯으면 일주일이고 먹다가 눅눅해져서 버리곤 했다.

애초에 나는 먹는 속도도 느렸고 한 번에 많은 음식을 먹지도 못하는 소식좌였다.

남들과 식사를 하면 꼭 잔반이 나왔고 뷔페에 가면 매번 손해를 보는 편이었다.

여름이면 한 번씩 배탈이 심하게 나서 체중이 쫙쫙 빠지는 몹쓸 루틴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내가 얼마 전부터 이상하리만치 먹는 양이 늘고 속도도 빨라지고 금세 허기가 지고 공복도 아닌데 늘 무언가를 씹고 있는 것이다.

일시적이겠지 싶었지만 생각보다 기간이 길어지면서 조금씩 불안해지고 있다.
(어딘가 건강의 적신호가 들어온 것은 아닐지?)


스트레스를 먹을 것으로 푸는 타입은 아니었는데 나이를 먹으면 이런 것도 바뀌는 건가 싶었다.

소화가 안 되는데 억지로 먹고 게워내는 것도 아니고 리틀 포레스트, 인생은 식도락, 어쩌고 같은 즐거움이 하나 더 늘어서 좋은 건가 싶다가도 문득 카드 결제 내역을 보면 이래서는 안 되지 싶기도 하고...


마음이 복잡하니까 이럴 땐 당충전이지! 하며 샤인머스캣 한알을 입에 넣고 굴려보며 생각에 잠긴다.


역시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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