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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hms Jan 30. 2022

영웅에게 가해지는 세 번의 타격

말러 - 교향곡 6번 '비극적'

 Mahler - Symphony No.6 In a minor, ‘Tragische’
말러 - 교향곡 6번 '비극적'


 복잡한 짜임새와 수많은 연주자가 동원되어 화려하고 장대한 음향을 선보인 ‘맥시멀리즘’의 음악을 작곡한 구스타프 말러. 그는 작곡가로서 인정을 받기 원했지만, 살아생전 지휘자로서 이름을 더 알렸습니다. 최고의 지휘자였던 말러가 생을 마감한 50년 뒤, 그가 남긴 음악들을 뒤늦게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죠. 
 
 말러는 9개의 교향곡과 미완성의 10번 교향곡을 남겼습니다. 그의 교향곡들은 오케스트라를 최대한 활용한 어법으로, 해결되지 않고 진행하는 많은 불협화음의 사용과, 긴장감을 조성하는 화성들의 사용, 다양한 음향과 복잡하고 과장된 형태를 띠고 있죠. 그의 교향곡은 베토벤 교향곡보다 3배만큼이나 큰 소리를 요구할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연주자들을 필요로 하기도 합니다.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 1860. 7. 7. -1911. 5. 18.) /wikipedia


 말러가 남긴 9곡의 교향곡 중, 6번 교향곡은 ‘비극적’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별명과 다르게, 말러가 이 작품을 작곡할 당시 그는 걱정 없이 행복만 가득한 상황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 ‘알마’와 사랑스러운 두 딸, 그리고 빈 오페라 극장의 음악감독으로 최고의 지휘자 명성을 이어나가고 있었죠. 하지만 이 곡이 
작곡되고 3년 후, 그의 인생은 한순간에 뒤집어지게 되었습니다. 사랑스러운 그의 첫 째 딸이 지병으로 돌연 사망하게 되었고, 말러는 치명적인 심장질환을 얻게 되었죠. 그리고 그는 10년 동안 재직했던 빈 오페라 극장에서 사임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이었죠. 


 말러의 부인 알마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이 작품에 대해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교향곡 6번은 가장 개인적인 작품이며 예언적인 작품입니다. 그는 제6번에서 그의 인생을 음악적으로 예견했습니다. 또한 그는 운명으로부터 세 번의 타격을 받았고 세 번째 타격은 그를 쓰러뜨렸습니다.”


구스타프 말러와 그의 아내 알마 말러


 말러가 남긴 9곡의 교향곡 중, 6번은 표제가 들어간 다른 작품과는 달리 유일하게 고전주의 형식의 틀에 맞춰진 작품입니다. 또한 1, 2, 4번처럼 승리를 향해 달려가는 음악과는 달리, 처절한 상황에 대항하는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승리의 감정 대신 비극적인 결말로 그의 다른 음악과는 차별된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6번은 총 네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엄격한 소나타 형식을 갖고 있는 1악장은 군대행진곡 풍의 리듬을 특징적으로 갖고 있습니다. 거침없이 앞을 향해 나아가는 음악을 가로질러 등장하는 아름다운 선율은 자신의 아내 ‘알마’의 테마라 불리는 선율이 등장하기도 하죠. 또한  전원풍의 모습이 드러나는 ‘카우벨(소의 목에 달린 방울)’이 등장시켜 새로운 음향을 표현해내기도 했습니다. 
 
 1악장이 끝난 후 음악은 지휘자마다, 오케스트라마다 다른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여러 차례에 걸쳐 개정된 이곡에는 여러 악보들이 존재하기에, 두 번째 악장에는 ‘스케르초’ 악장으로 배치할지, 느린 악장으로 배치할지에 대한 고민이 존재합니다. 지휘자의 해석에 따라, 1악장의 분위기를 이어 빠른 스케르초 악장이 뒤이어 나타나기도 하고, 전통적인 교향곡의 형식을 따라 느린 악장이 2악장에 등장하기도 하죠. 
 
 우선 스케르초 악장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이 악장은 스케르초와 트리오가 번갈아 반복되어 나타나고 있습니다. 주제들은 반복될 때마다 많은 변형을 통해 등장하게 됩니다. ‘죽음의 춤’이라 불리는 스케르초는 무섭고 괴기한 분위기가 가득인 반면, 트리오는 장난스럽고 순수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알마는 자신의 회고록에 오보에 솔로로 표현되는 트리오 주제에 대해서 ‘모래 위에서 뒤뚱거리며 노는 아이들을 묘사한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죽음의 춤과 아이들의 모습이 번갈아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트리오 악장은 결국 서서히 숨을 죽이며 사라지게 되고, 죽음의 춤인 스케르초가 마지막 비극적인 대미를 장식하게 됩니다. 말러에게 다가온 비극이 예견된 듯 말이죠. 
 
 6번의 느린 악장은 아주 아름다운 선율을 특징으로 갖고 있습니다. 말러의 교향곡 5번의 느린 악장 ‘아다지에토’와 비견될 정도로 아름다운 선율이 특징인 이 곡은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죠. 비극적인 분위기 속에서 잠시나마 희망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순간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이 곡의 4악장에는 해머가 등장한다. / © Monika Rittershaus


 이 곡의 클라이맥스는 가히 4악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극에 몸부림치는 음악에는 갑자기 인생에 닥친 비극적인 사건처럼 거대한 해머가 3번(혹은 2번-5번) 등장하게 됩니다. 쿵! 하고 말이죠. 알마는 이 부분에 대해 자신의 회고록에 ‘영웅에게 가해지는 세 번의 타격’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말에 많은 이들은, 말러의 비극적인 세 번의 사건을 연관 지어 해석을 하기도 하죠. 마지막까지 운명에 벗어나려 했던 음악은 피치카토로 마지막 한 숨을 토해내게 됩니다. 그리고 찾아온 고요한 적막은 이 작품의 가장 굵은 파동을 만들어주죠.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오는 고난과 비극적인 사건들은 말러에게만 나타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카라얀의 뒤를 이어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지휘봉을 잡았던 
클라우디오 아바도는 2000년 위암 수술로 잠시 연주를 멈추게 되었죠. 하지만 다시 일어선 아바도는 자신이 사랑하는 말러의 작품을 하나씩 연주하며 다시 무대 위에서 빛을 내뿜었습니다. 그 누구보다 극적으로 비극적인 모습을 표현한 아바도의 연주에서 말러의 한숨과 심연의 아픔까지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https://youtu.be/YsEo1PsSmbg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연주

메인 출처 : medici.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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